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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는 한 달이면 정한다는데…반도체 공장은 언제 돌아가나
[경제일보] 정부가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지정 요청이 들어오면 한 달 안에 후보지를 정하기로 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체 조성 일정도 당초 2047년에서 2040년으로 최대 7년 앞당길 방침이다. 그러나 후보지 지정은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거쳐야 할 긴 절차의 출발점일 뿐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간 싸움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은 생산시설을 자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기술이 있어도 공장 건설과 양산이 늦어지면 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를 느린 행정절차가 붙잡아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부가 내세운 ‘한 달’이 전체 산단 조성기간 가운데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후보지 선정 이후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관계기관 협의, 주민 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이주대책, 부지 조성공사가 이어진다. 전력과 용수, 도로와 철도까지 제때 갖춰져야 생산라인을 돌릴 수 있다. 후보지를 빨리 정해도 나머지 절차가 뒤따르지 못하면 기업이 체감하는 투자 시계는 달라지지 않는다. 산업단지 인허가를 줄이기 위한 제도도 이미 있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은 관계기관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일정한 기간 안에 의견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패스트트랙을 꺼내 들었다면 기존 제도가 현장에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 법을 하나 더 만들고 전담 조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처 간 이견과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용인 국가산단은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2023년 3월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했고 2024년 12월 산업단지계획을 승인했다. 후보지 선정에서 산단 승인까지 1년9개월이 걸렸다. 통상적인 국가산단 사업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지만 정작 사업 현장에서는 토지보상이 다음 관문으로 남아 있다. 용인 국가산단 예정지 727만4000㎡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토지 보상 협의가 끝난 면적은 274만1000㎡로 37.7% 수준이다. 상당수 토지 소유자가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용재결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연내 보상을 마무리한 뒤 부지 조성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보상과 이주가 계획대로 끝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업기간을 줄인다는 이유로 보상과 주민 의견 수렴을 형식적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보상 기준과 이주대책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 공사 지연과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을 설득하는 데 드는 시간을 행정 낭비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보상 기준과 생활대책을 공개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다. 토지보상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전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장기적으로 10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소와 변전소를 산단 안에 짓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외부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장거리 송전망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송전선로의 노선 선정과 부지 확보, 환경 검토, 주민 협의를 감안하면 산단 승인과는 다른 차원의 난제다. 산단 부지 조성만 7년 앞당기고 송전망이 뒤따르지 못하면 공장 가동 시점은 앞당겨지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 전기를 가져오고 송전선로가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지나며 변전소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 첫 번째 생산라인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언제부터 공급할 수 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용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 사업은 하루 107만2000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형 사업이다. 팔당댐에서 용인까지 46.9㎞에 이르는 전용 관로와 가압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사업비도 2조원을 웃돈다. 1단계 용수 공급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용인 국가산단과 인근 일반산단의 전체 용수 수요는 하루 약 133만t으로 예상된다. 기존 댐의 여유 물량만으로는 부족해 하수 재이용수와 발전용 댐의 물까지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물을 확보하는 것과 수십㎞의 관로를 제때 설치하는 일은 별개 문제다. 관로가 지나는 지역과의 협의가 늦어지면 공장 완공 이후에도 용수 공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의 최종 완공 시점을 204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에 중요한 시점은 마지막 공장이 들어서는 2040년이 아니라 첫 번째 생산라인을 언제 착공하고 가동할 수 있느냐다. 첫 팹에 필요한 토지를 언제 넘기고 공사용 도로를 언제 개통하며 전력과 용수를 어느 시점부터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가 투자 판단을 좌우한다. 배후 교통망도 산단 공사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동 공공주택지구 인허가를 내년 초까지 마치고 국도 45호선 확장사업도 오는 8월 발주할 계획이다. 주택과 도로 건설이 산단보다 늦으면 출퇴근 혼잡과 주거난이 불가피하다. 공장만 먼저 지어 놓고 근로자에게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 호남권에 새로 조성하겠다는 반도체 국가산단은 용인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팹 4기가 들어서는 국가산단과 연구·창업·주거 기능을 갖춘 첨단도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기업 투자 규모로 800조원을 제시했지만 투자 주체와 투자 시기, 공장별 착공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산단 부지로 거론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는 군공항 이전과 종전부지 개발, 재원 조달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 군공항 이전이 늦어지면 산단 부지 확보도 늦어진다. 후보지 지정만 한 달 안에 마치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공항 이전부터 토지 인도와 산단 조성, 기반시설 공급까지 하나의 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출퇴근 30분, 수출입 물류 1시간’이라는 목표도 구체성이 부족하다. 도로와 철도의 노선, 사업비, 착공과 개통 시점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의 기반시설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어떤 물류를 얼마나 처리할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 반도체 물류에 필요한 보안과 온습도 관리, 신속한 통관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산업단지 조성기간을 줄이는 방법이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거나 주민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개발계획 수립과 환경조사, 기반시설 설계를 사업 초기부터 동시에 진행하고 부처 간 이견을 신속히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계부처 회의를 여는 방식으로는 기업 시간표를 맞출 수 없다. 단계별 책임 기관과 최종 결정권자를 정해 둬야 한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한 달 안에 후보지 지정’이라는 숫자보다 공장 가동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정표다. 후보지 선정과 산단 승인, 토지보상, 부지 조성, 송전망과 용수관로, 도로와 철도 건설을 하나의 일정표에 담아야 한다. 각 단계의 완료 시점과 책임 부처를 공개하고 일정이 늦어질 경우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산업단지 지정 고시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땅과 전기, 물, 도로가 필요한 시점에 함께 준비돼야 생산라인이 움직인다. 후보지를 한 달 안에 정하는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정부의 속도전이 성과를 내려면 그다음 10년을 어디에서 어떻게 줄일 것인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2026-07-13 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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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10년을 5년으로…기업형 첨단도시, 결국 '사람'이 답이다
[경제일보] 정부가 '산단 조성 10년'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3대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부지를 신속하게 공급하고 공장과 연구시설이 집적된 첨단산업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인허가 기간 단축보다 우수 인재의 정착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공장만 세운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산업이 아니다.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인력과 협력기업, 대학, 병원, 교육·문화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첨단산업 경쟁의 무게중심이 생산시설 확충에서 인재와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 조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산단 기획부터 공장 가동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절차를 5년 이하로 단축하고 기업과 인재가 함께 모이는 새로운 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단에서 첨단도시로…정부가 바꾸려는 산업 지도 이번 구상의 핵심은 산업단지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생활권과 결합한 첨단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데 있다. 정부는 기업 맞춤형 입지 공급과 함께 주거·교육·문화·의료 시설을 확충하고 정주지까지 30분, 공항과 항만 등 물류 거점까지 1시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와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도시'를 강조하는 이유는 첨단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공장을 빠르게 건설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생산시설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고 이를 운영할 고급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부지 확보를 넘어 엔지니어가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 의료 서비스, 교통 접근성, 협력사와 연구기관이 밀집한 연구개발 기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최첨단 공장을 구축하더라도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성과 연구개발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 경쟁력은 공장 자체보다 우수 인력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정주 여건에서 갈린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TSMC·인텔이 보여준 교훈…공장만으로는 생태계 못 만들어 이 같은 변화는 해외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애리조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맞춰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반도체 설비를 설치할 숙련 기술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 일정이 연기됐다. 현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만 엔지니어를 파견해 교육을 병행하는 등 인력 문제가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대규모 투자만으로 첨단산업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인텔 역시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하며 '실리콘 하트랜드(Silicon Heartland)' 구축에 나섰지만 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 일정 조정, 기반시설 조성 등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보다 공장 완공 시점이 늦춰졌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첨단산업 클러스터는 생산시설 건설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재 확보와 협력기업 유치, 도시 기반시설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연구개발 인력은 용인과 분당, 수지, 동탄 등 수도권 생활권을 기반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과 협력기업, 대학, 교통망이 이미 집적돼 있다는 점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빠른 산단'보다 '머물고 싶은 도시'가 경쟁력 반면 앞으로 조성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거점은 생산시설과 함께 새로운 생활권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장기간 정착하려면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메가 프로젝트에서 기업형 첨단도시를 별도 축으로 제시한 것은 기존 산업단지 정책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국가산업단지나 혁신도시 정책이 생산시설 공급이나 공공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산업과 주거, 연구개발, 교육, 교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협력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다만 정부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뿐 아니라 산업 기반시설 확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력망과 용수 확보, 환경영향평가, 주민 수용성, 교통 인프라 구축 등이 계획대로 이뤄질지가 사업 추진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거점 대학이 반도체와 AI 산업이 요구하는 고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기업형 첨단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단순히 산단 조성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빠른 인허가가 아니라 연구개발과 생산, 생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산단 10년에서 5년'이라는 목표의 진짜 의미는 공장을 더 빨리 짓는 데 있지 않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생산시설의 규모보다 우수 인재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모여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형 첨단도시 역시 '빠른 산단'이 아니라 기업과 인재가 머물고 성장하는 혁신 거점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800조원 규모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결국 사람이 모여야 하는 산업인 만큼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이 전력과 용수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 요소"라며 "협력사와 소부장 기업이 함께 집적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가 구축돼야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10 17: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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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①기업·재벌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경제에 기술 도입을 넘어선 전방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조직과 사업모델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는 편리함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주권과 알고리즘 감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을 넘어 인프라, 인재,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AI시대 한국경제 3주체의 역할 변화와 개혁 과제를 짚고, 한국경제가 관성의 경제에서 학습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한국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전환의 한복판에 섰다. 반도체 기업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플랫폼 기업은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금융권도 생산공정 자동화, 로봇, AI 상담,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축으로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약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참여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또 SK·GS·네이버 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관련 투자가 10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9일 SK·GS·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가 5GW, GS가 2.4GW, 네이버가 1GW 규모로 참여하며 관련 투자 규모는 550조원으로 제시됐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기업들은 다시 한 번 ‘큰 판’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AI 투자가 곧 AI 경쟁력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AI 전략 담당자는 “지금은 어느 그룹이나 AI 조직과 태스크포스는 갖추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데이터 접근권, 보안, 법무, 감사, 성과평가가 모두 걸린다”며 “AI 도입보다 어려운 것은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라고 말했다. HBM이 바꾼 증시 서열…AI가 기업가치 기준 흔든다 AI 전환은 이미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바꾸고 있다. 대표 사례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HBM 시장 선점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22일 코스피 장중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주가 순위 변화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범용 메모리 중심에서 AI용 고부가 메모리와 패키징, 고객 맞춤형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AI 반도체 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차세대 HBM을 얼마나 빨리 개발·공급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다만 AI 반도체 호황이 항상 주가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AI 붐 지속성에 대한 우려 속에 장중 동반 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핵심 테마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실적 증가보다 지속 가능한 가격 결정력과 고객 기반을 본다”며 “AI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기업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울타리에 갇힌 데이터, AI 경쟁력의 병목 AI 경쟁력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 투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활용 구조가 핵심 변수다. 한국 대기업은 제조, 금융, 유통, 통신, 물류 등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별·부서별로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보안과 개인정보, 감사 리스크 때문에 실제 활용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공장에는 설비 데이터가 쌓이고, 영업부서에는 고객 데이터가 쌓이며, 구매부서에는 공급망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를 하나의 모델로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기술 문제가 아니라 내부 승인 절차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벌 구조의 강점이던 수직계열화도 AI시대에는 양면성을 갖는다. 위기 때 빠르게 자원을 동원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데이터와 인재가 계열사 내부에 갇히면 개방형 혁신에는 불리할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AI 스타트업과 협업을 말하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지식재산권, 데이터 소유권, 보안 조항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함께 실험하고 성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도입보다 어려운 건 일하는 방식의 개혁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사내 업무에 도입하면서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시장조사, 고객 응대, 코드 작성, 번역, 계약서 검토 등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를 업무 도구로 배포하는 것만으로 생산성 향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arXiv에 공개된 조원익·김성훈·김근혜의 포지션 페이퍼 ‘Adopting AI in Practice Does Not Guarantee the Productivity Boost’는 AI 도입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인력 구성, 구성원의 기초 역량, 학습곡선, 인센티브 구조, 목표 설정의 유연성 등이 AI 생산성 효과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한 경영학 교수는 “AI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기업이 AI를 제대로 쓰려면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어떤 판단은 사람이 책임질지 조직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중간관리자는 자료를 취합하고 보고서를 다듬고 리스크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정보 수집과 문서 작성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면서 중간관리자의 경쟁력은 보고서 작성 능력이 아니라 문제 정의, 결과 검증, 부서 간 조정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전환은 청년 채용과 인재 육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 사무 업무와 초급 분석 업무가 AI로 대체되면 신입사원이 조직에서 배우는 첫 단계가 줄어들 수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AI 도입 이후 신입사원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처음부터 문제 해결형 역량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채용 규모를 줄이는 유혹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풀이 약해질 수 있어 재교육 체계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도 기업 경쟁력 됐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책임도 커진다. 한국은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고영향 AI에 대한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금융, 보험, 의료, 채용, 교육처럼 개인의 권리와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가 중요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 상담이나 대출심사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설명 책임이 약하면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를 많이 쓰는 회사보다 AI 판단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평판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AI 활용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기업의 성장 방식은 계열사 내부에서 원료 조달, 부품 생산, 완제품 제조, 금융 지원을 묶는 수직계열화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데이터, 클라우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인재가 기업 안팎에 분산돼 있어 외부 스타트업과 대학,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과 실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력이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반도체 설비 확충과 데이터센터 구축은 AI 전환의 기반에 해당하지만 이후에는 내부 인재 재교육, 중간관리자 역할 재정립, AI 활용 책임 체계, 외부 생태계와의 협업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의 AI 경쟁력은 대규모 투자 이후의 실행 구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총수의 투자 결정을 현장의 실험과 조직 학습으로 연결하고, 계열사 중심의 폐쇄형 운영을 개방형 협력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AI 전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고 말했다.
2026-07-09 16: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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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국회가 된 7월 임시국회, 국민은 또다시 뒷전인가
[경제일보] 7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반쪽 국회'라는 오명을 안은 채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거대 여당은 민생 개혁 입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고, 제1야당은 원 구성 강행에 반발하며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입법부의 양 축인 여야가 출발부터 등을 돌린 채 대치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은 민생을 해결하는 국회를 원했지만, 정치권은 또다시 힘겨루기와 감정싸움으로 응답하고 있다. 의회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절차가 전제될 때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모습은 다수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려는 오만과, 이에 맞서 국회 자체를 거부하는 무책임이 맞부딪치는 최악의 정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거대 여당은 국민이 부여한 의석을 국정 운영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책임보다 힘을 앞세운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은 결코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원 구성부터 주요 법안 처리까지 협의와 조정 대신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방식은 국회의 존재 이유인 토론과 합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경시한 입법은 법률의 생명력마저 약화시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에서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조직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국회 보이콧을 상시적인 정치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는 순간 손해를 보는 것은 여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민생 현안은 방치되고, 경제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야 모두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정치 시스템이다. 다수는 힘을 절제해야 하고, 소수는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민주주의를 말해서는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는 여전히 서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고, 자영업자의 폐업은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들의 취업난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성장 고착화라는 대외 변수까지 겹쳐 민생은 한순간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뤄야 할 법안들은 대부분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추가경정예산 후속 입법과 경제 활성화 대책, 소상공인 지원,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과 연금 개혁 등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그러나 여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퇴장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법안은 졸속 처리되거나 아예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군자의 정치라는 뜻이다. 노자 역시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오래간다"고 가르쳤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정치보다 상대를 포용하는 정치가 오래간다는 인류의 지혜를 오늘의 정치권은 되새겨야 한다. 국회는 승패를 겨루는 경기장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이다. 여당은 숫자의 우위를 겸손으로 다스려야 하며, 야당은 보이콧보다 정책 경쟁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 구성과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일정 기간의 숙의와 공개 토론을 제도화하는 등 협치를 복원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도, 무조건 거부하는 정치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국민은 정치권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국회를 구성하라고 표를 준 것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갈등을 조정하라고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7월 임시국회가 또 하나의 '반쪽 국회'로 끝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의석이 아니라 더 큰 책임감이며, 더 높은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경청이다. 국회가 협치를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정쟁의 장막을 걷어내고 국민 앞에 마주 앉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부여한 의회의 책무이며, 국민이 마지막으로 정치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2026-07-06 09: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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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15GW AI 데이터센터 구축…'아시아 AI 허브' 승부수
[경제일보] SK텔레콤이 총 15GW 규모의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빅테크의 AI 컴퓨팅 수요를 국내로 유치해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SK텔레콤은 경남 진주 경상대에서 진행된 '영남권 첨단산업 육성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오는 2035년까지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우선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서남권에도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추가 구축해 오는 2029년부터 총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AI 수요와 투자 여건을 고려해 2035년까지 15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AI 인프라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서비스 경쟁이 결국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AI 인프라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 및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매년 19~22% 성장하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오는 2030년 미국에서만 약 15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 역시 올해 약 2000억 달러(약 3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예고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경쟁력을 비롯해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을 통해 축적한 인프라 구축 경험 등이 글로벌 AI 기업들의 투자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향후 국내 AI 인프라 전략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는다. 현재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오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 시설에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냉각 시스템과 대규모 전력 운영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며, 향후 글로벌 AI 기업들의 컴퓨팅 수요를 수용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형태인 'AI 팩토리' 구축 계획도 발표하는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27년 AI 팩토리 운영을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AI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SK그룹의 AI 인프라 역량도 집결된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에너지,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역량 등을 그룹 계열사와 연계하고,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을 총괄하는 'AI 인프라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룹 차원의 풀스택 AI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서버 시설이 아닌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AI 산업 성장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와 클라우드, 통신, 전력 산업을 연결하는 기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AI 데이터센터를 경부고속도로와 초고속 인터넷에 이은 차세대 국가 혁신 인프라로 육성하고,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이번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글로벌 AI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산업계·지역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핵심 AI 인프라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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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뒤에 숨은 진짜 수혜주…AI 인프라 밸류체인 다시 짠다
[경제일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보다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전력기기, 냉각, 로봇 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생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조업 AI 전환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관심도 대기업 투자 규모보다 실제 발주가 이뤄질 후방 밸류체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에서 AI 인프라로…산업정책 무게중심 이동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기존 산업정책과 결이 다르다.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를 학습시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확산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도체 투자 확대를 넘어 'AI 시대 국가 인프라 구축'으로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AI를 실제 서비스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설비 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축도 각각 독립된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고 AI 데이터센터는 이를 학습·추론하는 공간이며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제 활용하는 단계다. 세 분야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구조인 만큼 투자 효과 역시 특정 기업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부장 넘어 전력·냉각까지…AI 밸류체인 전반 수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반도체 소부장이다. 정부는 기존 용인·평택 생산거점과 함께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했다. 신규 팹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이다. 노광과 식각, 증착, 검사, 패키징 등 공정 전반에서 장비 발주가 늘어나고 웨이퍼와 특수가스, 화학소재 등 핵심 소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BM 생산에는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적층·패키징 공정이 요구되는 만큼 후공정 장비와 검사 장비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더 큰 특징은 반도체 장비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존 반도체 생태계 밖에 있던 산업들도 새로운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수천~수만 장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초고압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어날수록 전력기기와 전선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고성능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과거보다 훨씬 높은 전력 사용량과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며 "전력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류(DC) 배전과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전력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단순 건축 사업이 아니라 전력 설비와 송배전망 구축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냉각 기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량 집적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발열은 기존 서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냉각 효율이 떨어질 경우 성능 저하와 전력 손실은 물론 장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냉각 시스템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랭식 중심이던 기존 시장도 액침냉각과 수랭식 등 고효율 냉각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서버 냉각장치와 공조 시스템, 열관리 솔루션 등 관련 시장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AI가 키울 로봇 생태계…"공급망 경쟁력이 성패"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피지컬 AI 역시 새로운 소부장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과 제조설비, 물류장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한 로봇 보급을 넘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센서와 카메라,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제어기 등 다양한 핵심 부품이 필요하다. 정부도 대경권 자동차·가전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기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제조업 기반을 AI·로봇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산업기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설비 예지보전, 공장 자동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대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밸류체인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기술 자립은 물론 지역 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가 반복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확대와 기술 검증 기회가 함께 마련돼야 메가프로젝트의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가 더 이상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와 피지컬 AI 확산이 맞물리면서 고효율 전력기기와 냉각, 센서, 자동화 솔루션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6-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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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승부는 공장부터…제조기업 로봇 전략 갈린다
[경제일보] 피지컬 AI 경쟁이 휴머노이드에서 제조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AI 로봇 보급과 핵심 부품 육성에 나서면서 제조 현장이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흐름 속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전략은 엇갈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는 로봇으로 공장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HD현대로보틱스와 로보티즈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로봇을 팔 것인가, 로봇으로 공장을 바꿀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 차이가 제조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 제조업이 먼저 검증한다…피지컬 AI 경쟁력은 데이터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로봇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제조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업종별 특화 AI 로봇을 매년 1000대 이상 산업 현장에 보급하고, 10대 업종별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핵심 부품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제조업을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은 제조 현장이 기술의 경제성과 활용성을 가장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가격과 안전성, 작업 효율, 양산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제조 현장은 용접과 조립, 검사, 물류, 이송 등 적용 분야가 명확하고 생산성 향상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기술을 실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설비였다면 피지컬 AI는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작업 방식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생산설비와 작업자, 물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공정 효율과 품질을 함께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로봇 자체보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과 활용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판단 정확도와 작업 완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데이터팩토리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도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다만 같은 제조업 기반을 두고도 기업들의 선택은 다르다. 일부는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일부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장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전략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LG는 로봇 활용, HD현대로보틱스·로보티즈는 로봇 공급 현대자동차그룹은 피지컬 AI를 생산 현장에 먼저 적용하고 있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안전성 검증이 가능한 작업부터 적용하고, 2030년부터는 조립 등 고도화된 공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제조 데이터다. 현대차그룹은 HMGMA에 로봇 전용 학습 공간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구축해 로봇 학습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생산라인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해 로봇 성능과 공정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투자 계획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조5000억원을 인공지능,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수소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제조와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축적한 자동화 기술을 홈로봇과 AI홈, 서비스 로봇으로 확대 적용하고, 스마트 가전과 연계한 공간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로봇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가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AI홈을 중심으로 가전과 로봇이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공간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자동화 기술을 소비자 생활공간과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확장해 제조와 서비스 경쟁력을 함께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피지컬 AI 기반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산업용 로봇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보티즈는 사람 손 구조를 구현한 로봇핸드와 초소형 핑거 액추에이터를 앞세워 핵심 부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보급이 늘어날수록 로봇 관절과 손을 구성하는 부품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제조기업과 로봇기업 가운데 어느 한쪽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생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로봇, 핵심 부품 기술이 함께 발전할 때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026-07-03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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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호가 아니라 인프라 전쟁이다
[경제일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재명 정부의 첫 대형 산업 승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반도체 수요 폭증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겨냥해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호응했다. 지난 6월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은 호남에 총 425조원을 투자하고, 광주에 약 400조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팹 2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서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구상을 제시했다. 양사의 투자 규모를 합치면 825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내건 명분은 분명하다.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기존 용인·평택·이천 중심의 수도권 반도체 축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개발해야 한다며 전력과 용수, 용지 여건을 언급했고, 청와대 안에 3대 메가프로젝트 직할 담당관을 두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3S+1F 전략을 통해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 총력지원체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는 발표문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전력, 물, 땅, 인재, 협력업체, 물류, 정주 여건이 동시에 맞물려야 돌아가는 초정밀 산업 생태계다. 호남 클러스터의 성패도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이 ‘825조원’이라는 숫자를 꺼내 든 순간, 국민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과연 호남은 반도체를 감당할 인프라를 갖췄느냐다. 첫째는 전력이다. 반도체 팹은 전기를 먹고 산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결합되면 전력 수요는 더 커진다. 단순히 발전량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정적이고 끊김 없는 전력망, 초고압 송전망, 변전 설비, 전력 품질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반도체 라인은 순간 정전이나 전압 불안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전력 공급계획이 지역 민원과 송전망 지연에 막히면 400조원짜리 팹은 착공 전부터 병목에 걸린다. 둘째는 용수다. 반도체 생산에는 대량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물은 행정명령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취수원, 정수·폐수처리 시설, 재이용 시스템, 지역 농업·생활용수와의 조정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셋째는 사람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진짜 경쟁력은 공장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할 엔지니어와 기술자다. 수도권에 집중된 고급 인력이 호남으로 이동하려면 좋은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 의료, 주거, 문화, 교통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가족이 옮겨 살 수 있는 도시가 돼야 인재가 온다. 지방에 공장을 짓고 인재는 수도권에서 출퇴근시키는 방식으로는 첨단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넷째는 기업의 자율성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틀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 입지와 세부 일정은 여전히 신중히 검토 중이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한 번 삽을 뜨면 수십 년을 간다. 정치 일정에 맞춰 서두를 일이 아니다. 기업이 투자 논리로 판단하고 정부는 인프라와 규제를 책임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균형발전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 첨단산업의 지도는 수도권과 일부 충청권에 지나치게 기울어 있었다. 호남이 농업과 전통 제조업의 이미지에 갇혀 있는 동안 청년은 떠났고 지역경제는 노쇠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추진된다면 호남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첨단 패키징, 미래 에너지, 소부장 기업이 결합된 남부권 산업축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균형발전은 지역 배분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해치면서까지 지도를 나누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세계와 싸우는 산업이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은 국가 차원의 보조금과 인프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호남 클러스터를 추진하려면 수도권 클러스터를 약화시키는 ‘분산’이 아니라, 수도권·충청·호남을 연결하는 ‘확장’이어야 한다. 용인과 평택이 흔들리고 호남이 뜨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거점은 더 빨라지고 새 거점은 더 넓어지는 구조여야 한다. 《논어》에 ‘공욕선기사 필선리기기(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라는 말이 있다. 장인이 일을 잘하려면 먼저 연장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연장은 전력망이고, 용수망이고, 도로·철도·항만이고, 대학과 연구소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도시 환경이다. 연장이 무딘데 공장부터 세우면 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는 이제 숫자의 정치에서 실행의 행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825조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국민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 숫자가 실제 공장, 실제 고용, 실제 수출, 실제 지역소득으로 바뀌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전력·용수·부지 인허가 일정을 공개하고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지역 대학과 기업을 묶은 반도체 인력 양성 로드맵을 즉시 제시해야 한다. 셋째, 기업 투자 결정이 정치적 압박으로 비치지 않도록 세제·규제·인센티브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성공하면 한국 산업 지도를 바꿀 수 있다. 실패하면 또 하나의 거대한 지역 공약으로 남을 수 있다. 차이는 말이 아니라 인프라에서 갈린다. 반도체는 균형발전의 깃발만 보고 오지 않는다. 전기와 물과 사람과 시간이 있어야 온다. 정부가 정말 호남을 대한민국 산업의 새 심장으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촘촘한 실행표다.
2026-07-03 12: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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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800조 반도체 벨트…'제2의 용인'인가, 산업지도 바꿀 새 축인가
[경제일보] 정부가 서남권에 최대 89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지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경기 남부에 집중됐던 생산기반을 서남권으로 확장해 AI 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생산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공장 몇 곳을 짓는 사업이 아니라 메모리 생산과 첨단 패키징, AI 데이터센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인력양성까지 연결하는 전국 단위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앰코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 발표 기준 총 투자 규모는 896조원이다. 이번 구상의 의미는 투자 규모보다 산업지도의 변화에 있다. 그동안 한국 반도체 산업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AI 시대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도권 단일 생산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다. 서남권 반도체 벨트는 용인 클러스터의 단순 복제가 아니라 수도권 생산기반을 지방으로 확장하고, 전력·용수·패키징·AI 데이터센터까지 결합한 새로운 반도체 축을 세우려는 시도다.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기흥·화성·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청주 공장을 축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벨트가 형성됐다. 여기에 용인 국가산단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추진되면서 수도권은 세계적인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생산체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수도권은 전력과 용수, 부지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남권을 새로운 생산축으로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단순한 공장 이전이 아니다. 정부는 서남권에 메모리 팹 4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산거점을 조성하고, 충청권은 첨단 패키징, 동남권·대경권은 소부장과 미래 반도체 산업을 맡는 전국 분산형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약 47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팹 2기와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약 42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조성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앰코는 광주에 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내세운 공통 조건은 '입지'가 아니라 '인프라'였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력과 용수, 인력, 정주 여건, 인센티브가 갖춰질 경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용인 클러스터만으로는 미래 메모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제2의 용인'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성격은 다소 다르다. 용인이 기존 수도권 반도체 벨트의 연장선이라면, 서남권은 수도권 밖에 새로운 생산축을 만드는 첫 시도에 가깝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 국가 전체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성공 여부는 공장보다 인프라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팹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과 막대한 공업용수가 필요한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정부는 서남권에 필요한 전력 6.3GW와 용수 65만톤을 공급하고, 송전망과 용수 인프라를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에도 약 15GW의 전력과 150만톤의 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후공정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앰코의 광주 투자로 서남권은 메모리 생산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까지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HBM과 AI 가속기의 성능을 높이는 첨단 패키징이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어 생산과 후공정이 함께 구축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충청권을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입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 △빛그린국가산단 △첨단3지구 △나주 에너지국가산단 △영암·해남 솔라시도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 △무안 국가산단 후보지 등 7곳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기업이 선호하는 부지를 중심으로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을 패키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남권 반도체 벨트의 성패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실행 속도에 달려 있다"며 "삼성과 SK, 앰코의 투자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전력망 구축과 용수 공급, 인허가 단축, 기업 투자 집행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2의 용인'이라는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이제 발표가 아니라 실행이 증명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2026-07-01 16: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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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생산은 서남권·HBM은 충청…지역 전략 바뀐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산체계를 넘어 서남권과 충청권으로 투자 지도를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급망, 연구개발 역량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정부가 서남권 메모리 생산거점과 충청권 HBM 패키징 거점을 축으로 한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 전략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향후 반도체 경쟁은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공급망과 후공정, 인재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00조 메모리·81조 패키징…권역별 투자지도 다시 짠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에 8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와 협력사 생태계를 구축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을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중심의 후공정 거점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 생산과 후공정을 권역별로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산시설 확대보다 권역별 기능 분담에 초점을 맞췄다. 서남권은 메모리 생산과 신규 팹 구축, 충청권은 HBM 패키징과 테스트, 동남·대경권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생산부터 후공정, 협력사까지 연결하는 전국 단위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가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HBM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패키징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 기존 수도권 중심 생산체계만으로는 중장기 수요를 뒷받침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를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조성 중이다. 다만 첨단 팹은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 산업용지, 교통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생산시설 확대와 함께 신규 입지 확보도 과제로 떠올랐다. 서남권에 800조원이 배정된 것도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팹 4기뿐 아니라 협력사와 기반시설을 함께 조성해 장기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고, 전력 인프라 확충과 항만 물류망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생산거점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충청권에는 81조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등 기존 생산·후공정 기반을 활용해 HBM 패키징과 테스트 역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제품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되면서 후공정의 전략적 비중도 커지고 있다. 권역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은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애리조나와 텍사스를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고, 일본은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생산시설과 협력사를 집적하고 있다. 대만 역시 신주과학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협력사가 연계된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함께 육성하는 방식이 주요 반도체 국가들의 공통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도 생산과 후공정을 권역별로 분산하는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기업들의 최종 결정에 달려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과 연구개발, 협력사 거점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 재편의 속도와 방향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생산축 확대, SK는 HBM 집중…투자 전략 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전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충청권 투자를 병행하며 생산 기반을 넓히고, SK는 용인·청주·서남권을 잇는 생산 벨트 구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구도다. 삼성그룹은 이번 메가프로젝트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미래 산업 분야에 총 26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원을 투입하고, 호남권에는 425조원, 충청권에는 140조원, 영남권에는 6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호남권 투자는 광주 신규 메모리 반도체 팹과 디지털 트윈 기반 혁신 허브 구축, 충청권 투자는 HBM 패키징을 비롯한 첨단 반도체 기반 확충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광주를 신규 반도체 단지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 등 인프라 지원이 기대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생산 기반을 검토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를 함께 운영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만큼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투자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총 210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 1100조원, AI 데이터센터에 1000조원을 투입한다. 반도체 투자는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서남권 400조원으로 나뉜다. 용인 D램 증설과 청주 낸드 투자, 서남권에는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같은 행사에서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앞당기고, 용인과 청주 투자에 이어 서남권에 400조원을 투입해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투자의 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패키징 기술 고도화, 수율 개선을 병행해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전략 차이는 협력 기업의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품 기업들은 주요 고객사의 생산 계획에 맞춰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기업이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느냐에 따라 협력 기업의 투자 방향과 지역 산업 성장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전문 인력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첨단 공정과 HBM 분야는 공정기술과 패키징, 설계 분야 인력이 경쟁력과 직결된다. 기업들은 지역 대학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계약학과 운영,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중장기 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메모리 기업이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업 구조와 고객 구성이 달라 투자 우선순위도 같을 수 없다"며 "생산시설 규모보다 연구개발과 협력기업, 전문 인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2026-07-01 16: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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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50원 시대, 시장은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국가의 체력을 묻고 있다
[경제일보] 외환당국이 50조원이 넘는 외환시장 안정 자금을 투입하며 방어에 나섰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끝내 1550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과도한 쏠림 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은 이미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 환율은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숫자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체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아무리 많은 달러를 시장에 풀어도 경제의 기초 체력이 흔들리면 환율은 결국 제 갈 길을 간다.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누적된 구조적 불안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환율 상승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만 기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국채 급증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으며, 달러 강세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증시는 성장 동력을 잃은 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되면서 원화 가치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외부 악재와 내부 취약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위기인 것이다. 정부는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동원하고 있다. 물론 급격한 환율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시장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간을 버는 응급처치일 뿐이다.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은 채 해열제만 반복해서 투여하는 방식으로는 경제를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없다. 시장은 외환보유액 규모보다 국가 경제의 성장성과 재정 건전성, 그리고 정책의 신뢰를 더욱 냉정하게 평가한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 물가와 금리를 자극한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급증하고 소비는 위축된다. 소비 둔화는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성장률 하락과 실업 증가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환율 문제는 외환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복합 위기인 것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시장 개입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신뢰할 수 있도록 경제의 기초 체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첨단산업과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정책도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가계부채 관리 역시 보다 정교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대출 억제와 규제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부채는 철저히 관리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을 지원하는 맞춤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과 금융 정책, 통화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책 간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사는 외환위기가 하루아침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은 경고를 가볍게 여기고 임시방편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렀다. 1997년 외환위기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의 환율 급등 역시 또 하나의 경고장일 수 있다. 시장은 정부의 발표보다 행동을, 구호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단기 처방보다 국가의 경쟁력을 보고 있다. 환율 155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정한 성적표다. 외환시장 방어라는 미봉책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 체질을 근본부터 바꾸는 개혁에 나설 것인가는 이제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가 경제는 의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신뢰로 지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을 향한 안심 메시지가 아니라, 국민과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다.
2026-07-01 15: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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