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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만들 돈도, 실험할 공간도 없다"…피지컬 AI 인프라 한계 '한 목소리'
[경제일보] “로봇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에서 쓰이려면 데이터 확보 구조와 비용 문제, 제도 정비가 함께 풀려야 합니다. 특히 장비 보조금과 연구 공간 등 인프라 지원이 함께 뒤따라야 합니다.”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로봇기술의 발전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정책 토론회에서는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과 별개로 상용화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리군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상무와 유회준 KAIST AI반도체대학원 원장, 이규빈 GIST 인공지능연구소장, 박동일 한국기계연구원 첨단로봇연구센터장, 윤석준 포스코DX 상무 등 산학연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술·산업·정책 전반을 점검했다. 발제를 맡은 최리군 상무는 로봇 산업이 기술 발전 속도와 달리 시장 확산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비용과 인프라, 활용 시나리오가 부족하다”며 “총소요비용 기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약 150조원 수준으로, 산업용 로봇을 포함해도 초기 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특히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로봇은 기술 시연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수익 모델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 상무는 로봇 산업의 확산 조건으로 성능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언급했다. 그는 “성능 고도화와 함께 유지관리, 인증, 운영 안정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며 “부품 공용화와 모듈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공급망·파트너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데이터 확보 방식과 제도 간 간극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윤석준 포스코DX 상무는 “제조 현장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활용이 제한적이고 데이터 활용에도 제약이 존재한다”며 “현장 적용을 전제로 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준 경쟁과 산업 구조 문제도 함께 언급됐다. 박동일 한국기계연구원 첨단로봇연구센터장은 “중국이 국제표준화 논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데이터셋과 모듈 구조 등 핵심 영역에서 표준 주도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 구조 역시 한계가 확인됐다. 국내 로봇 기업은 약 2500개 수준이며 이 중 98%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 10억원 미만 기업 비중도 95.1%에 달해 산업 저변은 넓지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은 제한적인 구조다. 연구 환경과 인프라 부족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토론에서는 고가의 로봇 장비 도입 부담과 연구 공간 부족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이규빈 G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로봇 장비는 가격이 높지만 도입 절차가 까다롭다”며 “장비 보조금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연구는 넓은 실험 공간이 필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책 방향과 관련해 정부는 산업 현장 중심 데이터 확보와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AI와 로봇 산업 확산의 핵심은 데이터”라며 “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와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목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인공지능정책과장은 “데이터를 연구개발 과제로만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축적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이 참여하는 실증 확대와 산업 현장 기반 데이터 확보가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지원 방식의 한계도 함께 지적됐다. 이규빈 소장은 “현재는 한 번 지원을 받은 과제와 유사한 내용이면 다른 기업이 동일한 시도를 하려 해도 지원이 제한되는 구조”라며 “로봇 분야는 반복적인 실패와 개선 과정이 필수인데 이런 구조에서는 학습이 축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번 시도와 반복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6-03-24 18: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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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 경쟁 격화…글로벌은 가속, 국내는 '아직'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신약개발 방식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15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AI 기반 신약개발 산업화 전략’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은 2024년 18억6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9.9% 성장해 2029년 68억9000만 달러로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협회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전 주기에 AI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국은 AI 신약개발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투자와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국내는 기술력과 산업화 성과 측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AI는 후보물질 발굴, 약물 설계, 전임상·임상 시험, 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에 적용되며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 맞춤형 의약품,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AI 신약개발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함께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연방 기관 주도의 규제 샌드박스와 AI 우수센터(AI Centers of Excellence)를 통해 AI 기반 기술의 상용화와 현장 실증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국가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를 통해 약 700조원을 투자해 2025~2029년 데이터센터, 반도체 생산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미국 전역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 반도체와 데이터 산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연구개발과 시장 진입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영국은 ‘오픈바인드(OpenBind)’ 컨소시엄을 통해 단백질-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 수집을 추진하고 있다. AI 신약 모델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Sovereign AI Unit을 통해 최대 800만 파운드를 투자하며 기존 50년간 축적된 데이터보다 20배 많은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디지털·지능형 기술 역량 강화 행동’을 통해 제약 산업 전반에 디지털·AI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지능형 의약품 R&D와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는 한편 산업단지 디지털화와 표준·지침 정비, 전문 인력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 정부 차원의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시는 '베이징시 혁신 의약 고품질 발전 지원 조치(2025년)'를 통해 임상시험 개시 기간을 20주 이내로 단축하고 다기관 윤리심사 상호 인정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AI 기반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종양·심혈관 질환 중심의 자동화 지능형 바이오뱅크 구축, 임상시험 예비 참여자 데이터베이스 조성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지원책을 마련한다. 이처럼 해외 국가는 단순한 기술 개발 성과 중심 논의를 넘어 규제·데이터·인프라·투자·인재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국내 AI 신약개발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와 정책적 지원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국내는 AI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선도국과 비교하면 기술력과 산업화 성과 측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차원의 정책 발표는 이어지고 있으나 논문 영향력과 특허의 글로벌 경쟁력, AI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 성과 등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한국바이오협회는 △AI 신약개발 데이터 활용과 신뢰성 평가를 위한 표준화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 △R&D부터 사업화까지 연계되는 중장기 정책 설계 △현장 중심의 바이오·AI 융합 인재 양성 체계 전환 △국내 특화형 AI 바이오 전략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AI 신약개발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거버넌스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선 AI 신약개발 데이터 활용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약 R&D에 활용되는 가명정보는 엄격한 보안 환경을 전제로 결합·분석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대규모 임상·유전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정부 지정 데이터 안심구역(Safe Zone) 내 규제 샌드박스 확대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비고의적 사고 발생 시 기관과 기업의 책임을 완화하는 데이터 활용 면책특례제도 도입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AI 모델의 신뢰성 검증을 위한 평가체계 구축도 중요 과제로 꼽혔다. AI 신약개발에 활용되는 머신러닝 모델의 개발·검증·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GMLP(Good Machine Learning Practice)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제출 과정에서 AI 산출물의 신뢰성과 인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후기 개발 단계 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보고서는 R&D에서 사업화까지 연계되는 중장기 정책 트랙 신설을 강조했다. AI 신약개발은 임상 진입과 규제 수용성 확보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공 임상 데이터 공유, 규제 컨설팅, 제약사 협력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한국형 AI 신약개발 올인원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ARPA-H, Cancer Moonshot과 같은 국가 차원의 명확한 미션 설정도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AI 신약개발 거버넌스의 일원화를 주문했다. 현재 R&D, 규제, 임상, 사업화 단계가 부처별로 분절 관리되면서 정책 정합성과 책임 체계가 불명확한 만큼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AI는 더 이상 신약개발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정부가 국내 AI 신약개발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면밀히 진단하고 기술·데이터·규제를 아우르는 산업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12-15 17: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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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의 '모험자본' 독려, 규제 샌드박스부터 열어야 한다
[이코노믹데일리]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증권사·자산운용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를 독려했다.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 노후자산 증식을 견인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후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명분만 놓고 보면 타당하다. 혁신기업의 성장 자금 조달과 개인투자자의 자산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금융위원장의 '모험자본' 독려가 진정성을 갖추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금융투자 사업을 질식시키고 있는 각종 규제와 법적 장벽을 걷어내는 것이다. 당국이 주도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낮추고, 금융회사들의 혁신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을 정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독려와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순적 상황은 금융투자업계에 혼란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장의 발언 자체는 긍정적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접어든 가운데, 기술 혁신과 신성장 산업이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모험자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기업, 나아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까지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기도 하다. 국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생 근로소득으로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적절한 수익성의 자산에 투자해 노후자산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그 과정에서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수익이 곧 국민의 자산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위원장이 이런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당국은 금융투자업계의 혁신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독려 차원의 메시지와 현실의 규제 환경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뛰어다니라'면서 다리는 묶어두는 것과 같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 시 기존 규제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주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장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어떤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할 때, 규제 샌드박스 신청 절차는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사업 기획력과 혁신 의지가 빠져나간다. 결과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는 명목상의 제도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당국이 진정으로 '모험자본 생태계'를 원한다면, 규제 샌드박스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승인 절차를 합리화하고, 소비자 보호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들이 더 많은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 한두 건의 사업 모델 승인으로는 생태계 활성화를 말할 수 없다.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각종 금융규제 법안들이 금융투자 사업 자체를 막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금융투자 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회사들의 활동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발행어음 규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관련 법안,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수료 규제 등이 그 예다. 이들 법안이 완전히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누적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창의성과 사업 영역 확장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개별 규제 이슈마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금융투자 사업 자체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혁신기업의 성장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국민의 자산형성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금융위원장이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현실적 실행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지 '말의 정치'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는 리더십이 보여주는 방향과 현실의 규제 환경 사이의 괴리에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진정으로 모험자본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규제 샌드박스를 실질적으로 낮추고 금융투자 사업을 제약하는 각종 법안들을 정리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의 혁신을 독려하면서 동시에 규제로 수렴하는 모순적 상황은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혁신기업의 성장과 국민 자산의 증식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국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어야 한다. 규제를 풀지 않으면서 독려만 하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의 의욕만 꺾을 뿐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비전이 현실이 되려면, 당국 스스로가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2025-11-20 17: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