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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비용 전략 엇갈렸다… 거래 침체에 과세·규제 부담까지 겹쳐
[경제일보]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1분기 비용 전략이 엇갈렸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광고와 전산 운영, 매출 연동 비용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고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비용 통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거래대금 감소라는 본질적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은 1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빗썸의 1분기 영업비용은 7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빗썸은 판매촉진비를 670억원에서 181억원으로 줄였고 광고선전비도 96억원에서 45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비용 흐름은 실적 부진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갈렸다. 두나무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78% 줄었다. 빗썸도 1분기 매출이 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두나무 비용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매출연동수수료다. 1분기 매출연동수수료는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원화마켓 입출금 수수료와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 등 매출과 연동되는 비용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는 이용자 대신 거래소가 부담하는 가스비 성격이 있어 가상자산 시세와 네트워크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 마케팅비와 달리 거래대금과 반드시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는 구조는 아니다. 전산 운영비도 양사 모두 증가했다. 두나무의 1분기 전산운영비는 약 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회사 측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운영 비용 증가 영향을 설명했다. 빗썸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과 전산 관련 라이선스 비용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한 24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서 전산비 증가는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용이다. 거래소는 24시간 거래와 실시간 시세 처리, 대량 주문 대응, 지갑 관리, 보안 관제, 이상거래 탐지, 트래블룰 대응 등을 유지해야 한다. 거래대금이 줄어도 기본 인프라 비용은 쉽게 낮추기 어렵다. 시장 침체기에는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더 빠르게 압박한다. 광고비 전략은 정반대였다. 두나무의 1분기 광고선전비는 약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시장이 위축된 국면에서도 이용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비용 집행을 이어간 셈이다. 반면 빗썸은 광고선전비를 53% 줄였고 거래대금 규모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멤버십 리워드 중심의 판매촉진비도 73% 축소했다. 문제는 거래소 비용 전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대금과 보유금액이 동시에 줄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더블록 집계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올해 1분기 누적 거래대금은 2228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56.8% 감소했다. 4월 거래대금은 550억9000만달러로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올해 2월 말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6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주식시장 호황도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AI 기대감, 대형주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은 정책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 매력이 약화됐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머물던 개인투자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봤다. 과세 불확실성도 시장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과세는 2024년 말 법 개정으로 2년 유예돼 2027년 1월1일 이후 발생분부터 적용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총 22%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식 과세와의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22%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개인투자자 디지털자산 양도차익 과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일부에서는 과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투자자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세 논의 역시 시장에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확정된 제도는 거래세가 아니라 기타소득 과세지만 과거 세원 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거래세를 먼저 도입한 뒤 소득세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매매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단기 매매와 시장 유동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과세 방식이 소득세든, 거래세든 제도 설계가 불명확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규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안정성, 고객확인 절차, 이상거래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5분 주기 잔고 검증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빗썸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통제와 전산 시스템 문제를 점검해 제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처럼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 운영 문제가 드러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산업 육성보다 제재 중심으로 기울 경우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 위축될 수 있다. 거래소는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용자는 과세·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나무와 빗썸의 비용 전략 차이는 이런 환경 속에서 나온 선택이다. 두나무는 침체기에도 광고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와 이용자 접점 확대를 택했다. 반면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손실 확대를 막는 방어적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거래대금 감소와 코인 과세 논란, 규제 강화,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외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비용 전략만으로 실적 반등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짚어야 할 부분은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투기 억제 대상으로만 보고 과세와 제재를 앞세울 경우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과 시장 유동성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활성화 정책과 세제 논의가 병행되는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과세 시행과 제재 강화 신호가 먼저 전달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 인프라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은 규제 틀을 강화하면서도 기관투자자 참여와 법인 거래,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순히 거래소를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1분기 실적 부진은 단순히 광고비를 많이 썼느냐, 리워드를 줄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대금 감소와 투자자 자금의 주식시장 이동, 과세·규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 전체 활력이 약해진 결과다. 정부가 내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다면 거래소의 비용 효율화만으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6-05-22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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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3곳서 800조 메가뱅크로…신한금융, 위기때마다 문법 바꿨다
신한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금융산업의 압축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1982년 7월 7일,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자본과 ‘금융을 통해 조국에 기여하겠다’는 금융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임직원 279명, 점포 3곳으로 출발한 후발은행이었다. 이 작은 출발이 훗날 한국 금융의 판도를 흔든 출발선이 됐다. ◆후발은행의 반란…지주사 전환으로 종합금융그룹 기틀 세우다 신한의 DNA는 처음부터 달랐다. 시중은행의 후발주자였지만 그 한계를 서비스와 속도로 돌파했다. 은행 문턱이 높던 시절 신한은 고객 응대와 업무 처리 방식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금융기관이 고객 위에 군림하던 관행 대신, 고객을 맞이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은행을 지향했다. 창립 당시 점포 3곳에 불과했던 은행이 2006년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점포 945개, 직원 1만1311명, 총자산 163조원 규모의 대형 은행으로 커진 것은 이 같은 영업문화와 조직 DNA가 숫자로 확인된 결과였다. 신한은행은 설립 후 빠르게 성장했다. 1984년 국내 최초 CMF(Customer Master File) 수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했고, 1985년 동화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1988년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으로 이전했고 1989년에는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는 은행으로 올라섰다. 은행업의 기본인 예금·대출 경쟁력 위에 전산화, 고객서비스, 증권업 진출을 결합한 것이 신한식 성장 모델의 원형이었다. 신한의 1차 도약이 ‘은행업의 혁신’이었다면, 2차 도약은 ‘금융그룹화’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생존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신한은 이 격변기를 기회로 바꿨다. 2001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은행·증권·카드·보험·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길을 열었다. 수치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신한금융은 2001년 지주 출범 당시 총자산 56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221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에는 총자산 861조7000억원으로 20년 사이 15.3배 늘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5년 4조9716억원으로 24년만에 22배 커졌다. ◆조흥은행·LG카드 품고 메가뱅크로…신한사태 뒤 시스템 경영 강화 2004년 조흥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2006년 통합 신한은행을 출범시킨 것은 신한 역사에서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후발 은행이었던 신한이 전통 대형 은행의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흡수하며 단숨에 ‘메가뱅크’ 반열에 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2007년 LG카드 인수와 통합 신한카드 출범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의 상징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으로 이어진 포트폴리오 확장은 신한을 단일 은행에서 복합 금융그룹으로 바꿨다. 그러나 금융명가의 역사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2010년 이른바 ‘신한사태’라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경영진 다툼이었다. 이후 법정 공방과 검찰 과거사위 판단 등을 거치며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특정 인물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시스템 중심의 경영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후 신한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내부통제 △윤리경영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리딩금융 재확인…생산 금융·AI·자산관리로 다음 성장판 짠다 현재 신한금융 위기를 돌파하며 리딩금융그룹의 한복판에 서 있다. 신한금융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3조1567억원에서 2025년 4조9716억원으로 늘었다. 7년 사이 순이익이 약 57.5%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도 6579원에서 9812원으로 확대됐다. 저금리, 코로나19,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금융규제 강화 같은 변수를 통과하면서도 이익 체력을 키운 셈이다. 2026년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 단계 더 확인됐다. 신한금융은 2026년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생산적 금융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경영전략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차별화된 금융 경험, 전사적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앞으로 은행이 성장하려면 △기업금융 △혁신기업 지원 △수출입 금융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관리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전환이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모바일 앱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상담·심사·리스크관리·자산관리 영역에 AI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산관리와 은행·증권 복합 모델 고도화도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투자증권을 결합한 ‘신한 Premier’ 브랜드를 통해 고액자산가와 지역 고객을 겨냥한 복합 자산관리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은행·증권·자산운용 역량을 묶어 고객의 자산 여정을 관리하려는 시도다. 또 글로벌 확장 전략도 핵심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베트남, 일본, 중국,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 17개 국에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마지막 신한금융의 미래성장전략은 신뢰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뢰가 무너지면 수십 년의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흔들린다. 신한은행이 올해 경영전략에서 △내부통제 체계 정착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 △고객 자산을 지키는 금융 안전망 등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강점은 위기 때마다 성장의 문법을 바꿔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는 친절과 전산화로 기존 은행권의 문화를 흔들었다. 2000년대에는 지주사 전환과 대형 인수·합병(M&A)로 금융그룹의 틀을 만들었다. 2010년대에는 내홍을 겪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2020년대에는 디지털, 글로벌, 비은행, 자본효율,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사태라는 아픈 내홍을 겪은 뒤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더 선명하게 인식했다”며 “지금은 리딩뱅크 재탈환을 넘어 ‘일류 금융그룹’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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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체리 질주·테슬라 주춤…中 제외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
[경제일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정체되거나 하락한 반면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시장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인도량은 202만50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4만6000대보다 23.1% 증가한 수치다. 업체별로는 폭스바겐이 29만9000대로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증가율은 8.8%에 그치며 시장 평균 성장률을 밑돌았다. 점유율도 지난해 16.7%에서 올해 14.8%로 하락했다. 테슬라는 23만9000대로 2위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18.3% 증가했지만 전체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점유율은 11.8%로 낮아졌다. 북미 시장 둔화와 유럽 내 경쟁 심화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 브랜드 BYD(비야디)는 20만400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보다 83.0%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순위도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점유율은 6.8%에서 10.1%로 확대됐다. BYD의 성장 배경으로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 중심 수출 확대가 꼽힌다. 가격 경쟁력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 비중까지 확대하며 시장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리는 27.0% 증가했고 체리는 467.0% 급증하며 판매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체리는 1분기 9만200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4.5%를 기록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비슷한 판매 규모에 도달하며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6만9000대로 22.5% 증가했으며 점유율은 8.4%로 작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순위는 작년보다 한 계단 낮은 4위다. 스텔란티스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 감소 영향으로 점유율이 4∼5%대로 내려갔다. 고금리와 전기차 수요 둔화, 가격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흐름도 뚜렷하게 갈렸다. 유럽 시장은 115만대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26.7% 증가했다. 전체 비중은 56.8%로 절반을 넘어섰다. 각국 보조금 정책과 탄소 규제 강화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시장(중국 제외)은 41만2000대로 67.9% 급증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이어졌고, 중국 업체들의 현지 판매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시장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1분기 판매량은 29만7000대로 지난해보다 28.2% 줄었다. 점유율 역시 25.1%에서 14.6%로 급락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보조금 기준 강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타 신흥 시장도 성장 폭이 컸다. 판매량은 16만7000대로 110.2% 증가했고 점유율은 8.2%까지 확대됐다. 중동과 남미 등 신흥 시장이 새로운 전기차 판매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 시장은 단순한 판매 확대 국면을 넘어 지역별 성장 축과 경쟁 구도가 동시에 재편되는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며 “향후 비중국 시장에서는 단순 판매 규모보다 지역 다변화 대응력, 현지화 전략, 가격 경쟁력, 그리고 정책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핵심 경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2026-05-11 11: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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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의 뿌리에서 미래 도시 개발자로…DL이앤씨 성장과 진화의 역사
[경제일보]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대형 교량, 산업시설과 해외 플랜트 현장을 돌아보면 대림의 이름과 자주 마주친다. 한 시대에는 대림산업이었고 지금은 DL이앤씨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국내 건설 산업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택과 토목, 플랜트와 도시개발까지 사업 지형을 넓혀 온 이 회사는 이제 단순 시공사를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를 새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DL이앤씨의 역사는 한국 건설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출발점은 대림그룹의 창업 정신에 있다. 대림은 해방 이후 산업 기반이 부족하던 시절 건설과 제조를 함께 키우며 성장했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던 시대에 도로와 항만, 공장과 주택 수요는 빠르게 늘어났다. 대림은 국가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기반시설을 공급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당시 건설업은 단순 시공업이 아니라 나라의 골격을 세우는 산업이었다. 대림산업 시절 회사의 강점은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였다. 주택 경기 호황기에는 민간 주택이 실적을 이끌었고, 경기 둔화기에는 토목과 플랜트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 특정 분야에만 기대지 않고 여러 사업 축을 동시에 운영한 전략은 업황 변화가 심한 건설업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주택 시장에서 대림의 존재감을 키운 이름은 ‘e편한세상’이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건설사의 경쟁력은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거 가치로 옮겨갔다. e편한세상은 실용적 설계와 주거 편의성, 안정적인 품질 이미지를 앞세워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과도한 화려함보다 실제 거주 만족도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정비사업에서도 DL이앤씨는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 왔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브랜드와 시공 경험, 자금 조달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무대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사업지에서 쌓은 실적은 주택 사업 내 위상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 민간 주택 시장에서 축적한 상품 기획력 역시 정비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플랜트 사업도 빼놓기 어렵다. DL이앤씨는 석유화학과 발전, 산업설비 분야에서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술 역량을 쌓아 왔다. 플랜트 사업은 일반 건축보다 공정 관리와 설계, 자재 조달, 시운전까지 복합 역량이 요구된다. 해외 프로젝트 경험은 회사의 체급을 키우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토목 분야에서도 회사의 발자취는 넓다. 도로와 교량, 터널,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꾸준히 확대됐다. 대림산업 시절부터 축적한 토목 수행 경험은 국내 대형 건설사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DL이앤씨로의 전환은 회사 역사에서 큰 분기점이었다. 2021년 대림산업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건설사업을 DL이앤씨로 분리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나누는 재편을 통해 각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영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이었다. 전통적 대기업 체제에서 사업별 독립성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DL이앤씨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디벨로퍼’다. 단순히 공사를 수주해 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업 기획과 금융 구조 설계, 개발 이후 운영 수익까지 함께 가져가는 방식이다. 건설업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환경에서 시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전략은 복합개발 사업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주거와 오피스, 상업시설, 호텔, 문화시설이 결합된 대형 프로젝트는 단순 시공 능력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수요 분석과 금융 조달, 운영 전략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DL이앤씨가 디벨로퍼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 역시 새 성장축으로 꼽힌다. 탄소중립 기조 아래 수소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친환경 발전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통 건설사가 에너지 전환 산업의 실행 주체로 역할을 넓히는 흐름 속에서 DL이앤씨도 관련 기술과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도 중요한 변화다. 공사 현장의 디지털화와 자동화, BIM(건설정보모델링), 안전 관리 고도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생산성과 안전,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현장 운영이 필수 과제가 됐다. DL이앤씨 역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실적 흐름은 업황 영향을 함께 보여준다. 국내 주택 시장 둔화와 원가 부담, 금리 환경 변화는 건설업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안정적인 재무 관리와 선택적 수주 전략, 원가 통제를 통해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외형 경쟁보다 수익성 중심 경영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DL이앤씨의 경쟁력은 여러 축에서 나온다. 오랜 업력에서 쌓인 시공 경험, e편한세상 브랜드, 플랜트와 토목을 아우르는 종합 수행 능력,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관리, 사업 재편 이후 강화된 전문 경영 체제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특정 시장이 흔들려도 다른 사업 부문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주택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경우 실적 부담은 이어질 수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안전 규제 강화,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변화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디벨로퍼 전환 역시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다. 개발 사업은 높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큰 리스크도 동반한다. DL이앤씨는 지금 전통 건설사의 안정성과 미래 개발 사업의 성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개발과 에너지, 운영 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넓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림산업의 시대가 산업화와 주택 공급 확대의 흐름 속에서 몸집을 키운 시기였다면, 지금 DL이앤씨의 과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건설 시장 너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이다. 오래된 건설 명가가 다음 시대에도 같은 무게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2026-04-24 07: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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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명가에서 도시 혁신 파트너로…GS건설 성장과 변화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주택 시장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GS건설이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 도시정비사업 현장마다 GS건설의 브랜드는 꾸준히 등장했다. 주거 공간의 수준이 곧 삶의 질과 연결되기 시작한 시대에 GS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생활의 기준을 제시하는 건설사로 성장해 왔다. 오늘의 GS건설은 주택 사업 강자를 넘어 인프라와 친환경, 신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종합 건설 기업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GS건설의 뿌리는 LG그룹 시절 건설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화가 본격화하던 시기 제조업과 유통업이 성장하려면 공장과 물류시설, 도시 기반시설이 함께 갖춰져야 했다. 그룹 내 건설 역량은 내부 수요를 충족하는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외부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갔다. 이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출범과 함께 GS건설은 독자 기업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GS건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무대는 주택 사업이었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리며 건설사는 단순히 집을 짓는 회사를 넘어 소비자에게 주거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기업이 됐다. GS건설은 자이(Xi) 브랜드를 앞세워 설계와 조경, 커뮤니티와 마감 품질 경쟁에 힘을 쏟았고 이는 시장의 높은 선호도로 이어졌다. 자이는 단순한 아파트 이름을 넘어 하나의 주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대단지 랜드마크와 재건축 사업, 핵심 지역 신규 분양 시장에서 자이는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 왔다. 소비자가 건설사 이름보다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는 시대에 GS건설은 가장 빠르게 브랜드 자산을 키운 회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도시정비사업에서도 GS건설의 존재감은 컸다.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안정적인 수익성과 브랜드 홍보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핵심 무대다. GS건설은 다수의 대형 정비사업을 수행하며 주택 시장 내 입지를 넓혀 왔다. 민간 주택 시장에서 쌓은 상품 기획력과 시공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물론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국내 부동산 경기 변동과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은 주택 중심 건설사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일부 현장 품질 논란은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대형 건설사일수록 시공 능력만큼 품질 관리와 사후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장은 확인했다. GS건설은 이런 과제를 계기로 내부 관리 체계를 손보고 품질과 안전 투자 확대에 나섰다. 주택 사업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기 실적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건설업은 한번 잃은 평판을 되찾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기도 하다. 최근 GS건설의 변화는 사업 다변화에서 읽힌다. 과거 성장의 중심축이 국내 주택 사업이었다면 지금은 인프라와 친환경 사업, 모듈러 주택, 신사업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주택 경기 사이클에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한계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표 분야가 친환경 인프라다. 수처리와 폐기물,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은 탄소중립 흐름과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건설사가 단순 시공을 넘어 운영과 기술 서비스까지 확보하면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모듈러 사업도 눈길을 끈다. 공장에서 주요 부재를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인력난 대응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친환경 시공이 중요한 시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GS건설은 해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관련 역량 확보에 공을 들여 왔다. 해외 시장 역시 중요한 축이다. 중동과 아시아, 인프라 수요가 큰 지역에서는 플랜트와 토목, 발전 프로젝트 기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 성장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수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 다만 수익성 관리와 리스크 통제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은 늘 숙제로 남는다. GS건설의 경쟁력은 주택 브랜드 자이의 높은 인지도, 도시정비사업 수행 경험, 민간 주택 시장에서 축적한 상품 기획력, 신사업 투자 의지에서 나온다. 소비자 접점이 강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점은 다른 건설사가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주택 경기 둔화가 길어질 경우 실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공사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안전 규제 강화, 해외 사업의 변동성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새로 진출한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GS건설은 주택 명가의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성장축을 새로 세우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에 안주하지 않고 친환경과 모듈러, 인프라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LG그룹 시절의 건설 사업이 산업화 기반을 닦는 역할이었다면 지금 GS건설의 과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건설 시장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이다. 주택 시장의 강자로 성장한 GS건설이 다음 시대에도 존재감을 이어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26-04-23 07: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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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불빛에서 글로벌 신약 무대로…종근당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전쟁의 상흔이 짙던 시절 필수 의약품을 공급하던 기업에서 출발해 오늘날 연구개발형 제약사로 자리 잡은 종근당이다. 치료제가 부족하던 시대에는 공급 책임을 맡았고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국산 기술 축적에 힘을 보탰으며 경쟁 무대가 세계로 넓어진 지금은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의 발자취는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 과정과 함께 이어져 왔다. 출발점에는 창업주 이종근 회장이 있다. 그는 해방 직후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고 봤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시설도 부족하던 시절 국내에서 직접 약을 만들고 기술을 쌓아야 한다는 판단은 단순한 사업 계획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가까웠다. 종근당이라는 이름에도 사람의 건강을 받든다는 뜻이 담겼다. 초기의 종근당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곧 경쟁력이던 시절을 지나야 했다. 원료와 설비, 기술이 모두 부족했지만 공장을 세우고 품질 기준을 높이며 국산 제약 산업의 토대를 다졌다. 국민 소득이 늘고 의료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제약 산업도 단순 제조업에서 기술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고 종근당 역시 그 변화에 맞춰 방향을 바꿨다. 전환점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였다. 복제약 중심 시장에 안주해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연구소 기능을 키우고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단기 실적만 놓고 보면 부담이 큰 결정이었지만 장기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후 종근당은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 전문의약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넓혀 갔다. 국내 시장에서 종근당의 강점은 고른 제품군에 있다. 순환기와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항생제와 소화기, 면역 분야까지 폭넓은 처방 시장을 확보했다. 특정 품목 하나에 기대지 않고 여러 치료 영역에서 매출 기반을 갖춘 점은 제약 산업 특유의 정책 변수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 됐다.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도 종근당은 영업력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외형을 키웠다.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 이미지 역시 종근당의 자산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광고와 브랜드 마케팅은 제약사가 병원 안에서만 존재하는 기업이 아니라 생활 가까이에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넓혔다. 전문성과 친숙함을 함께 가져간 전략이었다. 물론 제약 산업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약가 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규제 강화, 특허 분쟁, 글로벌 경쟁 심화는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임상 실패 한 번이 수년간의 투자를 흔들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종근당 역시 수익성과 연구개발 투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종근당의 행보는 한층 적극적이다. 단순한 국내 매출 경쟁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 항체 기술, 희귀질환 치료제 등 성장성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존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미래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기준은 생산 규모보다 독자 기술과 파이프라인이다. 종근당은 항암·면역·대사질환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기회를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폭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바이오 분야도 중요한 축이다. 합성의약품 중심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커지면서 생산 기술과 임상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등 중장기 과제를 통해 사업 외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의 경험에 새로운 기술 역량을 더하는 과정이다. 해외 시장 확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장 기회도 넓다. 종근당은 완제의약품 수출과 기술 이전, 현지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연구개발 성과가 해외 시장에서 평가받을수록 기업 가치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종근당의 강점은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신뢰도와 안정적인 전문의약품 매출 기반, 축적된 연구개발 경험, 전국 단위 영업망에 있다. 꾸준한 현금 창출력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 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품질 관리 체계와 브랜드 인지도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해야 하는 신약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고 연구개발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약가 규제와 시장 포화, 연구 인력 확보 경쟁도 부담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과거의 성공 공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종근당이 향하는 방향은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혁신 성과를 더해 글로벌 연구개발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맞춰져 있다. 단순 제조를 넘어 기술 기업으로, 국내 중심 사업에서 세계 시장형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이다. 이종근 창업주의 시대가 의약품 국산화의 문을 연 시기였다면 지금 종근당의 과제는 한국 제약 기술의 수준을 세계 시장에서 입증하는 일이다. 실험실의 작은 불빛에서 시작된 도전이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04-21 09: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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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 '손'에서 '알고리즘'으로…포스코, 제조 패러다임 전환
[경제일보] 포스코그룹이 로봇 자동화 기업 투자를 통해 제조 현장의 지능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자율 공정’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포스코그룹은 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 브릴스에 총 70억원을 투자하며 그룹 차원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제조 현장에 로봇과 AI를 결합한 자동화 시스템을 공동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제조업은 인력 부족과 안전 규제 강화, 생산 효율성 요구가 맞물리며 공정 자동화 필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철강과 같은 중후장대 산업은 고위험·고강도 작업 비중이 높아 로봇 도입 효과가 큰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들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과 설비 규모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정 효율성과 자동화 수준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전략이다. 사람·AI·로봇이 협업하는 자율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작업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반복 작업이나 고온·고중량 취급 등 위험도가 높은 공정에 로봇을 우선 적용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줄이고 생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철강 공정은 고열과 중장비가 결합된 작업 환경 특성상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로봇 도입을 통해 작업자의 직접 투입을 최소화하면 사고 위험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 기반 공정은 작업 편차를 줄이고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어 생산 효율성과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돌발 상황에 따른 생산 중단 가능성을 낮추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산업재해 감소와 근로 환경 개선은 ‘사회(S)’ 영역의 핵심 지표로 평가되며, 안전 관리 수준이 투자와 거래 조건에 반영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과 안전 관리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로봇 분야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로봇핸드, 협동로봇,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기술 영역에 투자하며 제조 자동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브릴스 투자는 이러한 전략을 한 단계 확장한 사례로, 로봇 ‘기술’뿐 아니라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 가능한 ‘운영 시스템’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스템 통합(SI) 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장 적용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제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결합되면서 생산 공정 자체가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화 수준이 높을수록 생산 품질의 일관성과 비용 구조 안정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만큼, 공정 지능화 역량이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과 시스템 구축 기간, 현장 적용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존 생산 설비와의 연계, 인력 재배치 등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 조정도 병행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제조업이 고도화될수록 자동화와 지능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공정이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되는 ‘자율형 공장’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결국 향후 제조 경쟁은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공정을 운영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으며, 로봇과 AI 기반의 자율 공정 구축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026-04-07 10: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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