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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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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파업 땐 '도미노 충격'…최대 100조 손실 우려까지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 안팎에서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전면 셧다운은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일부 제한됐지만 생산 인력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수십조원대 피해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로이터는 약 4만8000명의 삼성전자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삼성전자 인력의 약 38%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우려는 반도체 생산라인 차질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장치산업이다. 공정이 멈추거나 인력 부족으로 관리가 지연되면 웨이퍼 폐기, 설비 재가동 지연, 후공정 일정 차질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방재시설, 배기·배수시설 등 안전보호시설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처분으로 최악의 셧다운은 막더라도 필수 유지 인력이 전체 인력의 일부에 그치는 만큼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 규모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리지만 우려 수위는 높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김 총리가 삼성전자가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한다고 언급하며 파업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 2%에서 0.5%포인트를 깎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또 삼성전자가 하루 최대 1조원 수준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정도 보도했다. 글로벌 공급망 영향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하나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D램과 낸드 공급뿐 아니라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주요 고객사 납기 일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디언은 파업이 진행될 경우 전 세계 D램 공급의 최대 4%, 낸드 공급의 3%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고객 신뢰 문제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에는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포함돼 있다. 반도체 공급 계약은 납기와 품질 신뢰가 핵심이어서 생산 차질 우려만으로도 고객사들이 물량 분산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공급 안정성은 고객사의 장기 조달 전략과 직결된다. 국내 협력사 생태계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 기업이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협력사의 납품 일정, 매출, 재고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공익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긴급조정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제한 논란이 큰 수단이다. 합법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강제 개입할 경우 노동계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 자율 타결을 우선 압박하면서 파업이 실제 경제 피해로 번질 경우 개입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방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적자 부문까지 대규모 성과급을 동일하게 보상할 경우 성과주의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실제 피해 규모는 파업 참여율, 기간, 공정별 인력 대체 가능성, 비상 운영 체계, 정부 개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100조원 손실 전망은 생산 차질과 고객 이탈, 공급망 충격, 증시 영향 등을 모두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럼에도 산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제조라인 일부만 흔들려도 웨이퍼 투입, 장비 관리, 후공정, 납품 일정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은 회사 내부의 임금 협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시험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2026-05-20 21: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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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총파업 하루 앞두고 새벽 '끝장 협상'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새벽까지 ‘끝장 협상’을 이어갔다.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사업부별 배분 기준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당초 합의 시한을 넘겼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대표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은 19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시작했다. 중노위는 당초 이날 오후 10시 전후 합의 또는 조정안 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협상은 자정을 넘겨 20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이번 협상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사측은 사업부별 실적과 투자 여력,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한 반면, 사측은 10%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배분 문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로 메모리 사업부 실적은 개선됐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은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커졌다. 노조는 격차가 인재 이탈과 조직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동일한 성과급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사는 앞서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삼성전자 사장단의 대국민 사과와 노조 면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화 호소가 이어지면서 추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공익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가동되는 장치산업 특성이 강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고객 신뢰와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제한 논란이 따르는 만큼 실제 발동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강제 개입을 앞세우기보다 노사 자율 교섭과 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강제 개입이 아니라 자율적 교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후조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노위는 노사 입장을 절충한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노사 어느 한쪽이라도 이를 거부하면 협상은 결렬되고 파업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노조 지도부가 조정안을 수용하더라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타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국내 대기업 성과급 체계 전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성과 배분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사업부별 실적 격차를 어떻게 반영할지, 미래 투자 재원과 구성원 보상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이다. 향후 관건은 노사가 파업 직전까지 실질적 양보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사측이 성과급 투명성과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 안을 내놓고, 노조가 상한 폐지와 재원 비율 요구에서 접점을 찾는다면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반대로 조정안이 부결되거나 노조가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새로운 충돌 지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05-20 0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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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900 돌파, 주가보다 제도를 끌어올릴 때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4일 사상 처음으로 6900선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8.12포인트, 5.12% 오른 6936.9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21.39포인트, 1.79% 오른 1213.74에 마감했다. ‘7천피’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상승장은 반도체 대형주가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했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40만닉스’를 넘어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술주 랠리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를 타고 사상 최고치에 올라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주가의 높이가 곧 자본시장의 품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보다 점검이다.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실적 부진만이 아니었다. 소액주주 보호 미흡,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이 시장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 주가는 한순간에 오를 수 있지만 신뢰는 제도로만 쌓인다. 코스피 6900 돌파를 일회성 축제로 끝내지 않으려면 상승장을 제도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상법 개정 흐름은 중요한 변화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것은 한국 자본시장사에서 작지 않은 전환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자사주 제도도 바뀌었다. 개정 상법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고 자기주식을 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길을 좁혔다. 자사주가 주주환원의 수단이 아니라 지배권 방어의 도구로 쓰였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소액주주 보호는 반기업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율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권리가 보호된다고 믿을 때 장기 자금을 맡긴다. 합병, 분할, 공개매수, 자회사 중복상장, 자사주 처분, 배당 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늘 뒷전으로 밀린다면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시장은 선진화될 수 없다. 금융당국이 M&A 과정에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매수가격의 공정성 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법 문구가 아니라 집행이다. 기업지배구조 개편도 미룰 수 없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실적만 보지 않는다. 경영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지, 이사회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지, 기업의 현금이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는지를 함께 본다. 밸류업은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경영진 보상을 주주가치 개선과 연동해야 한다. 국민기업에 대한 장기투자 기반도 넓혀야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표 기업은 특정 대주주만의 자산이 아니다. 국민경제의 핵심 자산이자 국민 노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장기 공모펀드가 국내 우량 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배당소득 과세 체계와 장기투자 인센티브도 시장 선진화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수급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시장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장기자금이 두터워지고, 기업 공시가 쉬운 언어와 충분한 정보로 제공돼야 한다. 영문공시 확대, 선진 배당절차 정착, 불공정거래 엄단, 분식회계 근절, 부실기업의 질서 있는 퇴출은 모두 같은 방향의 과제다.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주를 주주라 부르면서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의 이름은 바로 설 수 없다. 코스피 6900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려면 주가보다 신뢰가 먼저 올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 기업은 지금의 상승장을 제도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가를 끌어올린 힘이 실적이었다면, 다음 단계로 시장을 끌어올릴 힘은 주주보호와 지배구조 개혁이다.
2026-05-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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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정책의 딜레마: 공급 확대의 역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늘 공급 확대를 말한다. 집값을 잡으려면 결국 더 지어야 한다는 말도 되풀이한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주택정책은 출발점에서부터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집을 짓겠다고 하면서, 집을 짓기 위한 첫 관문인 이주 단계의 자금줄부터 죄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26년 1월 27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 43곳 가운데 39곳, 곧 91%가 대출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숫자가 이미 현실을 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한 ‘대출 금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비에도 1주택자 LTV 40%, 다주택자 LTV 0%,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 1주택자는 부족하고, 다주택자는 막히고, 사업지는 멈춘다. 정책은 서류상으로만 일관되고, 현장에서는 병목으로 나타난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언어와 공급의 마지막 문턱을 잠가 버린 금융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에서 이주비는 부수적 비용이 아니다. 철거와 착공으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사업비다. 주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철거도 없고, 철거가 없으면 착공도 없으며, 착공이 없으면 입주도 없다. 그런데도 정책은 이 돈을 일반 가계대출의 틀 안에 넣어 다룬다. 논어의 “명불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주비를 가계대출이라 부르는 순간, 정책의 이름표부터 잘못 붙는다. 이름이 잘못되니 처방도 어긋난다. 서울시가 아예 “이주비는 가계대출 아닌 필수 사업비용”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별도 기준 적용을 건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행정의 움직임이다. 서울시는 2월 26일 이미 주택진흥기금 500억 원을 편성해 이주비 융자지원을 하겠다고 밝혔고, 4월 13일에는 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구역에 대해 이주비 대출이 막힌 세대에 최대 3억 원까지 융자하는 공공참여 방안도 내놨다. 이어 4월 16일에는 서울시가 조합의 초기 자금난(설계비·운영비)을 막고자 별도의 저리 융자(180억 원) 공고까지 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현재 금융 규제의 역설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주비만이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PF의 허약한 체질을 손보겠다며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2024년에는 자기자본비율을 20~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제시했고, 2025년 말에는 PF대출 시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20%’를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대출 취급 여부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취지는 옳다. 자기 돈은 적게 넣고 남의 돈으로만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개발은 줄여야 한다. PF 부실의 대가를 국민경제가 되풀이해 치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은 늘 연결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주비까지 가계대출처럼 묶어 버리면, 현장에서는 ‘건전성 강화’가 아니라 ‘착공 전 질식’으로 체감된다. 자본 여력이 큰 사업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 사업성이 약한 지역, 주민 갈등이 큰 구역은 먼저 주저앉는다.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곳만 더 빨라지고, 필요한 곳일수록 더 늦어진다. 시장 원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급의 양극화를 키우는 셈이다. 최근 강화된 안전·품질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조달청은 2025년 9월 건설안전 평가를 가점제에서 배점제로 바꾸고, 중대재해 업체에 대한 감점을 신설했으며, 정기안전점검 대상을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배근까지 확대했다. 레미콘 품질시험 횟수도 늘리고, 층별 콘크리트 강도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품질 점검을 강화했다. 국토교통부도 2026년 2월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를 손질해 화재 안전을 더 강화했다. 이런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안전과 품질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문명국가라면 결코 후퇴할 수 없는 기준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정교해야 한다. 안전과 품질 기준을 높이면 공사기간과 비용도 함께 움직인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건설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안전·품질 관련 규제 강화와 공사비 상승을 함께 짚었다. 다시 말해 안전 규제를 강화할수록, 그만큼 자금과 일정 관리의 정합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안전은 더 엄격하게, 금융은 더 정밀하게 가야지, 안전은 조이고 돈줄도 함께 막아 놓고 공급을 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본말전도다. 가계부채 관리는 중요하다. PF의 방만함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안전과 품질을 강화하는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격의 문제를 같은 칼로 자르면 정책은 편해 보여도 현실은 망가진다. 실수요자의 생계대출과 투기성 차입, 정비사업의 이주비와 PF의 자기자본은 성격이 모두 다르다. 다르면 다르게 다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그것이 기본이다. 공급을 원한다면 이주비부터 일반 가계대출과 분리해 보아야 한다. 위험을 줄이려면 시행사의 자본 규율은 강화하되, 착공 직전 필수비용은 공급정책의 관점에서 따로 설계해야 한다. 공급은 발표문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사람이 움직이고, 현장이 움직이고, 자금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늘어난다. 정말 공급을 원한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이 짓겠다는 말보다 먼저, 왜 아직 첫걸음조차 못 떼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책이 시장을 이기려면 구호보다 순서가 맞아야 한다. 지금 한국 주택정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더 정확한 분류와 더 정직한 연결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2026-04-20 0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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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KB국민도약대출' 출시…제2금융권 대환으로 금리 부담 낮춘다 外
KB국민은행, 'KB국민도약대출' 출시…제2금융권 대환으로 금리 부담 낮춘다 [경제일보]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환 전용 상품을 선보이며 포용금융 확대에 나섰다. 20일 KB국민은행은 제2금융권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의 제1금융권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KB국민도약대출'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품은 기존 '국민희망대출'을 개편한 것으로,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이용 중인 고객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상품은 이용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연소득이나 재직기간 제한을 두지 않아 직장인은 물론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군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자영업자나 비정형 근로자까지 포용 범위를 넓힌 셈이다. 금리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출 최고금리는 연 9.5% 이하로 제한되며, 대출 실행 이후 기준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고금리 환경에서도 차주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청년과 중·저신용자 등 금융이력 부족 고객을 위한 맞춤형 평가 체계도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대안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해 '씬파일러(Thin Filer)' 고객도 보다 합리적인 조건으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상품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포용금융 프로그램을 지속 확대해 금융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최근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금리 인하와 채무조정 상품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관한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사례에 선정된 데 이어, 'KB 새희망홀씨Ⅱ' 금리 인하 등도 추진하며 서민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 저축은행 대환전용 대출 상반기 출시…중·저신용자 부담 완화 신한은행이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중·저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용 대환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포용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제2금융권 이용 고객을 제1금융권으로 유도해 금리 부담을 완화하고 신용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환전용 대출'은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으로,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재직기간 1년 이상이면서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차주를 중심으로 대환을 지원해 실질적인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상품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브링업 & 밸류업(Bring-Up & Value-Up)' 프로젝트를 저축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프로젝트보다 대출 한도를 두 배 수준인 최대 1억원까지 늘려 고객 선택 폭을 확대했으며, 기존 대출 원리금 범위 내에서 대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대출기간은 최대 10년 이내로 설정됐으며, 상환 방식은 원금분할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또한 대출이동시스템을 활용해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도 대환이 가능하도록 해 이용 편의성도 높였다. 신한은행은 이번 상품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제1금융권으로의 안정적인 안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고객의 신용도 개선과 금융 접근성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이용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금융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이번 상품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포용금융을 기반으로 고객의 신용 개선과 금융 접근성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은 2024년 9월부터 '브링업 & 밸류업'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으며, 현재까지 약 1364건, 246억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하며 중·저신용자 금융비용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NH농협은행, '기업금융 전문센터' 확대 개점…5년간 76.8조 공급 NH농협은행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기업금융 지원 거점을 강화하며 실물경제 지원에 속도를 낸다. 20일 농협은행은 서울 종로구 NH금융타워에 본점영업1부를 신규 개점하고, 기업금융 전문센터 확대 운영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개점은 첨단전략산업과 지역특화산업, 창업·벤처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금융 지원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농협은행은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향후 5년간 총 76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모험자본 분야 1조2000억원, 투·융자 분야 63조5000억원, 포용금융 11조6000억원, 국민성장펀드 5000억원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혁신기업 육성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판교와 송도 지역을 중심으로 IT·반도체 산업과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하는 기업금융 전문센터도 확대 운영한다. 수도권 주요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해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과 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기업금융 전문센터 확대는 단순한 점포 신설을 넘어 미래 성장산업과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의 실행 거점 구축"이라며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통해 국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이번 센터 확대를 계기로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연계한 종합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실물경제 중심의 금융 역할을 한층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2026-03-20 17: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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