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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매출 2000억 돌파…스니커즈 의존 탈피 후 포트폴리오 재편 성공
[경제일보] 크림이 스니커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테크, 럭셔리, 라이프스타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플랫폼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특정 카테고리에 의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성장 구조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5년 매출액 2025억원, 영업손실 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1%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8.8% 줄어들며 수익성 개선 기조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는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다. 크림의 지난해 EBITDA는 4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59% 급증했다. 이는 플랫폼 운영의 효율화와 수수료 체계의 안정화, 그리고 마케팅 비용의 전략적 집행을 통해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크림의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카테고리 믹스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플랫폼 초기 성장을 주도했던 스니커즈의 거래액 비중은 2024년 전체의 약 50%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37%까지 낮아졌다. 반면 스니커즈를 제외한 비중은 63%까지 확대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주었다.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포함한 ‘테크’ 카테고리다. 중고 아이폰 등 정보통신(IT) 기기에 대한 검수 기반 거래 수요가 폭발하면서 테크 부문은 스니커즈의 뒤를 잇는 핵심 사업군으로 부상했다. 이외에도 의류, 럭셔리 백, 라이프스타일 굿즈 등 전 영역에서 거래액이 고르게 증가하며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의존도를 완벽히 탈피했다는 분석이다. 크림은 올해 1월 금과 은을 거래할 수 있는 중개 서비스 ‘크림 골드’를 출시하며 취급 품목을 실물 자산 영역까지 확장했다. 이는 단순한 패션 플랫폼을 넘어 가치 있는 모든 현물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해외 사업의 성과는 연결 실적을 견인한 핵심 축이었다. 일본 자회사인 소다(운영 서비스명 스니커덩크)는 지난해 매출 19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라는 가공할 만한 성장률을 보였다. 소다의 성장은 일본 내 프리미엄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시장에서의 압도적 점유율 확보 덕분이다. 포켓몬 카드 등 희귀 TCG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관련 수요가 폭증했고 소다는 이 시장에서 1위 지위를 굳혔다. 이에 따라 소다의 전년 대비 거래액은 온라인 218%, 오프라인 194% 증가하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크림은 이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을 잇는 통합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소다(SODA), 태국의 사솜(SASOM), 인도네시아의 킥애비뉴(Kick Avenue) 등 각 지역별 거점 플랫폼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유통망을 통합하고 있다. 이는 각국에 흩어진 한정판 재고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국경 없는 거래 환경을 조성해 아시아 최대의 한정판 거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창욱 크림 대표는 “2025년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등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검수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플랫폼의 근간을 강화한 한 해였다”며 “내실 있는 경영과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확보한 탄탄한 지식재산권(IP)과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4-10 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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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중동,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
전쟁은 대개 눈에 보이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미사일이 날아오르고, 전투기가 이륙하며, 국경이 긴장으로 요동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은 그런 순간에 시작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충돌은 언제나 마지막 단계일 뿐이며, 그 이전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선택과 계산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역사는 반복해서 그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의 중동이 바로 그러한 국면에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이 얽힌 긴장이 반복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동의 핵심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군사적 개입도, 강한 외교적 발언도 제한적이다. 표면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오히려 한 발 물러서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단순히 ‘소극성’이나 ‘눈치보기’로 해석하는 것은 전쟁을 평면적으로 보는 오류에 가깝다. 입체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실재를 지배한다”고 했고, 손자는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이 두 문장을 겹쳐 놓고 보면, 지금 중동의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전략이며, 후퇴가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 현재 중동 국가들의 선택은 하나의 공통된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전쟁의 성격 자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와 군사력, 즉 물리적 충돌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전쟁은 경제와 에너지, 그리고 공급망이라는 흐름의 문제로 이동했다. 이 구조에서 전쟁은 더 이상 ‘이길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뀐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이 변화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고, 해상 물류 비용이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변동성을 키운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는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동맥으로 기능한다. 이곳이 흔들리는 순간, 전쟁의 영향은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 전쟁의 대상이 군대에서 시장으로, 전장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우디, UAE, 카타르의 선택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들에게 전쟁은 정치적 선택지가 아니라 경제적 리스크다. 사우디는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기에 있으며, UAE는 금융과 물류를 기반으로 한 신뢰 위에서 존재하는 국가이고, 카타르는 갈등을 조정하는 외교적 위치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세 국가 모두에게 전쟁은 ‘승리의 기회’가 아니라 ‘손실의 확정’으로 작용한다. 손자는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며, 생사의 문제이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신중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쟁을 확대하면 경제적 충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억제하면 억지력이 약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중동의 국가들은 ‘개입’과 ‘비개입’ 사이가 아니라, ‘통제된 긴장’이라는 훨씬 더 복잡한 균형 위에 서게 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침묵이 평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동은 안정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충돌이 지연된 상태에 있다. 갈등의 원인은 사라지지 않았고, 단지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군사적 충돌이 줄어든 자리에는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신경전이 들어섰고, 직접적인 공격 대신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확대되고 있다. 노자는 또 말한다. “큰 나라는 흐름을 장악하는 데 있다.” 지금의 중동은 바로 그 흐름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다. 누가 더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시장을 안정시키고, 혹은 흔들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중동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아진 상태에 가깝다. 전쟁은 더 이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위험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침묵’의 실체다. 이 침묵을 단순한 절제나 전략으로만 해석하면, 우리는 전쟁을 오해하게 된다. 지금의 전쟁은 눈에 보이는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손익이 결정된다.
2026-04-08 16: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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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답은 오래된 곳에 있다
[경제일보] 세계는 지금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 중동에서는 이란 전쟁의 긴장이 끊이지 않고, 동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종교와 민족의 갈등, 그리고 심화되는 빈부 격차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불안을 축적시키고 있다. 세계는 지금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문명적 전환기의 복합 위기를 통과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정부는 정책의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고, 기업은 생존과 혁신 사이에서 갈등하며, 골목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들 역시 하루하루의 매출과 비용 사이에서 치열한 균형을 고민한다. 누구도 예외 없이 흔들리는 시대, 그야말로 ‘확실한 것이 없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정보나 더 빠른 기술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조직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의 물음이다. 동양의 고전은 이미 오래전 이러한 질문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해 왔다. 도덕경은 “지족자부(知足者富)”라 하여 만족을 아는 자가 진정한 부자임을 일깨웠고, 주역은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중정(中正)’의 길을 가르쳤으며, 논어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 곧 나라와 조직을 세우는 길임을 강조했다. 서양의 성서 또한 “작은 일에 충성된 자가 큰 일에도 충성된다”고 말하며 신뢰와 책임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모든 가르침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며, 숫자가 아니라 도(道)라는 사실이다. ‘경전으로 읽는 경영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눈앞의 이익과 단기 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오늘의 경영 환경 속에서, 우리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화려한 전략이나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과 조직을 지탱해 온 가장 오래된 지혜를 통해 오늘의 위기를 읽고 내일의 길을 찾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일주일에 서너번 이상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각각의 글은 고전의 한 구절에서 출발하되, 현실의 경영과 삶에 깊이 닿는 이야기로 풀어낼 것이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전략, 그리고 골목의 작은 가게까지 아우르며 모든 경제 주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경영 이야기’를 지향한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길은 언제나 기본과 원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 속에 있다. 이 연재가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2026-04-08 09: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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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묶는 족쇄인가, 사회를 지키는 안전망인가
[경제일보] 국가 경제의 흥망은 결국 기업의 활력에서 비롯된다. 기업이 숨 쉬지 못하는 곳에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투자와 혁신은 국경을 넘는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은 어떤가.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규제가 기업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호소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문제는 규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균형을 잃은 규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 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아, 지나치게 뒤집으면 부서진다는 뜻이다. 지금의 규제는 과연 그 ‘적정한 손길’을 지키고 있는가. 첫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조를 지키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이는 약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용자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구조는 노사 간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권리는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 책임이 사라진 권리는 곧 특권이 된다. 불법 파업조차 사실상 면책되는 환경이라면, 이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되고, 이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합법적 쟁의행위는 보호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이중 트랙’이 필요하다. 균형 없는 보호는 결국 모두를 해친다. 둘째,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시대적 요구이자 당위다. 그러나 문제는 ‘처벌 중심’의 접근이다. 사고의 원인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데, 그 책임을 경영자 개인에게 과도하게 귀속시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 인프라를 구축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형사 처벌의 공포는 ‘투자 위축’과 ‘사업 포기’로 이어진다.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예방 중심의 정책, 즉 안전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기술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과도한 상속세와 기업 승계 규제다. 기업은 단순한 사유 재산이 아니라 고용과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 현재의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공제 요건은 기업 승계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기업은 팔리고, 기술과 일자리는 해외로 이전된다. 이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물론 부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해법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투명한 승계’다. 일정 기간 고용 유지와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사회도 안정된다. 넷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비용만 급격히 상승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거나 자동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영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최저임금은 ‘선의의 정책’이지만, 시장 현실을 외면한 선의는 오히려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생산성과 연계된 인상 체계 등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주 52시간 근무제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획일적인 시간 규제는 산업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연구개발, IT, 제조업 등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노동이 불가피하다.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생산성과 혁신이 저해된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구조는 개인의 선택권마저 제한한다. 유연근로제의 확대, 업종별 예외 적용 등 ‘탄력성’이 해법이다. 규제는 틀을 제공하되, 현실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여섯째,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AI 산업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가치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데이터 활용을 막아 AI 산업 발전을 지연시킨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익명화·가명화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기업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보호와 활용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 조화의 대상이다. 이 모든 규제를 관통하는 문제는 ‘균형의 상실’이다.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시장을 질식시키는 순간, 국가는 방향을 잃는다. 지금 한국의 규제 환경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자본과 인재를 해외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문제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규제의 사전적 통제가 아니라 사후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별·기업 규모별 맞춤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 처벌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넷째, 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노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무위이화(無爲而化)”. 억지로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질서가 이루어지는 상태가 이상적인 정치라는 뜻이다. 기업이 스스로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이다. 규제는 그 길을 돕는 도구여야지,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나은 규제’다. 기업을 옥죄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기업이 뛰어야 나라가 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게 될 것이다.
2026-03-27 13: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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