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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재개발 갈등 재점화…주민들 "국가유산청 행정폭주" 반발
[경제일보] 서울 도심 재개발 핵심 사업지 가운데 하나인 세운4구역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먼저 진행하라고 요구하자 주민들이 “법적 근거 없는 행정 개입”이라며 공개 반발에 나선 것이다.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만 남겨둔 상황에서 인허가 지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재개발 추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상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세운4구역은 이미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와 통합심의를 모두 거친 상태로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만 남겨두고 있다”며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유산 보호구역 바깥 지역까지 영향평가를 강제하며 서울시와 종로구의 인허가 자치권을 방해하는 것은 행정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정 폭주’”라며 “불법적인 인허가 항해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민들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대표회의는 “법률에 없는 절차를 사실상 강제하고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며 “법치주의 근간을 파괴한 허 청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유산청이 언급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공문 원문 공개도 요구했다. 앞서 허 청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세계유산센터가 보낸 서한을 공개하며 서울시가 영향평가 실시 여부를 회신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차원의 보존 의제 상정이나 현장 실사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세운4구역은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 가운데서도 상징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오랜 기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개발 속도가 더뎠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진행한 뒤 사업을 추진하라는 내용의 이행 명령을 내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향후 행정소송이나 인허가 지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6-05-14 17:13:26
종묘 앞 세운4구역 해법 찾기…개발과 보존 사이 기준을 세울 때
[경제일보]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 재생과 문화유산 보존이 맞부딪힌 이 사안에서 국가유산청은 다시 “개발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번 논쟁은 특정 사업장의 인허가 다툼을 넘어 역사도시 서울이 앞으로 어떤 원칙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21일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최근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두고 사업 지연을 부르는 규제가 아니라 갈등 비용을 줄이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유산 가치 훼손 가능성을 점검하고 설계를 조정하면 착공 직전 충돌이나 소송으로 번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뒤늦은 충돌보다 사전 조정이 더 빠른 길이라는 판단이다. 세운4구역은 서울 도심 한복판 노후 지역 정비사업이다. 서울시는 주거와 업무 기능을 확충하고 낙후 지역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경관과 역사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쟁점은 단순한 건물 높이나 용적률이 아니다. 세계유산 주변 공간을 어디까지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설정 문제다. 종묘는 조선 왕실 제례 문화가 집약된 상징 공간이다. 건축물 자체뿐 아니라 주변 조망과 공간감, 역사적 맥락까지 함께 보존 가치로 평가받는다. 세계유산은 담장 안 문화재만 지키면 끝나는 자산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주변 개발은 늘 민감한 논쟁거리가 된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대형 개발사업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다. 환경영향평가처럼 문제가 발생한 뒤 제동을 거는 방식이 아니라 착공 전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대안을 찾는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 국가유산청은 미리 협의하면 사업 기간 전체로 보면 오히려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서울시는 별도 규제가 추가되면 사업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핵심은 평가 자체보다 그 기준을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허 청장이 협의 모델로 제시한 사례는 태릉CC 개발이다. 국토교통부와 LH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사업도 문화유산 이슈가 얽혀 있지만 초기부터 영향평가 절차를 병행하며 조정에 들어갔다. 국가유산청은 이런 방식이라면 개발과 보존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운4구역 역시 승인 이후 충돌하는 방식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기준을 맞추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운4구역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합의 여부는 향후 한양의 수도성곽 등 다른 세계유산 주변 개발에도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기준이 정리되면 이후 사업자와 주민도 허용 범위와 보완 조건을 예측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사업 일정과 자금 조달 부담도 덜 수 있다. 남은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권한 문제다.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가 행정 절차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갖는지 정리가 필요하다. 둘째는 시간 문제다. 주민과 사업자는 지연 비용을 우려하고 유산 당국은 졸속 추진의 후과를 우려한다. 셋째는 도시 철학의 문제다. 서울 중심부를 고밀 개발 위주로 키울 것인지 역사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성장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세운4구역 갈등을 개발과 보존의 대결로만 보면 해법은 멀어진다. 도시는 변화해야 하고 유산은 지켜져야 한다. 어느 한쪽만 앞세우면 또 다른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기준이다. 종묘 앞에서 합리적 원칙을 세운다면 서울의 다음 갈등은 훨씬 덜 거칠게 풀릴 수 있다.
2026-04-21 10: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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