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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사 첫 파업 기로…플랫폼 업계 노사 긴장 확산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가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앞두고 창사 첫 본사 파업 가능성이라는 중대 기로에 섰다.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본사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희망퇴직 추진까지 겹치며 노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도 근무·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있어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긴장감이 번지는 분위기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27일 오후 3시 경기지노위 중재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카카오 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동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이번 조정이 결렬되면 본사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 앞서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은 지난 2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모두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를 제외한 4개 법인은 이미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본사까지 27일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연쇄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과 보상 기준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수십억원대 보상을 받는 동안 직원들에게는 불투명한 기준이 적용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20일 판교역 결의대회에서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 보편적 복지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갈등은 게임 계열사 구조조정 문제로도 번졌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추진하자 카카오 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엑스엘게임즈는 MMORPG ‘아키에이지’ 시리즈를 개발한 중견 게임사다. 노조는 “사업 실패와 경영 판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 등 강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는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 조정 결과와 무관하게 단독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카카오 전체 노사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는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 공동체의 사업 전략과 투자 방향 속에서 운영돼 온 만큼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가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점이 부담스럽다. 회사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과 조직 재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본사는 카카오톡 운영과 AI 전략의 중심에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서비스 운영 자체가 즉각 멈출 가능성은 낮더라도 장애 대응과 신규 서비스 개발, 하반기 AI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도 이번 공동 파업 가능성이 카카오의 지배구조 재편과 AI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긴장감은 다른 플랫폼 기업에서도 감지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인 우아한유니온은 최근 회사의 ‘골든타임’ 캠페인과 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가 서비스 안정화와 평가 객관성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매각설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 부담을 구성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타임’ 캠페인은 중요 상황에서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회사 측은 실시간 플랫폼 서비스 특성상 장애와 위기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은 2020년 크리스마스 주문 폭증으로 앱이 약 4시간 멈추는 장애를 겪은 바 있다. 다만 노조는 퇴근 후와 휴식 시간까지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하는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아한유니온은 2024년 11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로 출범했다. 당시 노조는 권익 보호와 근무 조건 개선, 평가·보상 시스템 투명성 확보, 복지와 인사제도 안정성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출범 이후 플랫폼 기업 내부에서도 평가와 보상, 근무 강도, 조직개편을 둘러싼 노동 의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노사 갈등은 제조업과는 결이 다르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생산라인 중단이 곧바로 물리적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메신저·배달·결제·게임 같은 서비스는 장애 대응과 운영 품질이 신뢰의 핵심이다.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용자 서비스보다 먼저 개발 속도, 조직 몰입도, 핵심 인력 이탈, 신사업 실행력이 흔들릴 수 있다. 카카오와 배민 사례는 플랫폼 기업 노동 이슈가 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성과급 배분의 투명성, 경영진 보상과 책임, 구조조정 과정의 고용 안정, 실시간 서비스 대응을 명분으로 한 근무 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기에는 속도와 실행력을 앞세웠지만 시장 성숙기와 매각·재편 국면에서는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보상의 균형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27일 카카오 본사 조정은 플랫폼 업계 노사관계의 상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파업 위기는 일단 봉합되겠지만 성과 보상과 고용 안정에 대한 불신까지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첫 파업과 계열사 연쇄 쟁의 가능성이 열리며 그 파장은 다른 플랫폼 기업의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6-05-26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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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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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의 속살
[경제일보] 성과급은 보상이다. 동시에 조직의 메시지다. 누구의 성과를 인정하고, 어떤 사업을 미래의 중심으로 볼 것인지 회사가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호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가 내부 형평성 논란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잠정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반도체 DS부문이다. 노사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성과의 10.5%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특별성과급은 부문과 사업부 배분 구조를 거쳐 자사주 방식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반영한 조치다. 메모리 부문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경쟁에서 앞선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사업부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아니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DX, 네트워크, 생활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부가 하나의 브랜드와 자본, 인력 시스템 아래 묶여 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이 크게 높아질수록 다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파업을 피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주주 사이의 불만이 남아 있다”면서, “SK하이닉스와의 보상 비교,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실적 차이, 자사주 지급 방식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논란의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메모리 부문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으면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어렵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적 책임 원칙이 흐려진다. 반대로 사업부별 성과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반영하면 조직 전체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 성과급은 숫자로 지급되지만, 구성원은 숫자만 보지 않는다. 기준의 공정성을 본다. 왜 이 사업부는 많이 받고, 왜 저 사업부는 적게 받는지 회사가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보상은 격려가 아니라 분열의 언어가 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 상생협력 차원의 자사주 지급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보완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업부별 성과급 산식, 공통 기여도 반영 기준, 적자 사업부 보상 원칙,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왜 그렇게 주는지’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보상 체계는 단순한 급여 제도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인재를 지키려면, 성과급 체계도 글로벌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그 기준은 회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세수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이 가운데 법인세 증가분을 14조8000억원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성과급 논란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이익은 직원 보상, 주주환원, 설비투자, 연구개발, 세수 확충이라는 여러 경로로 흘러간다.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면 다른 쪽의 불만과 비용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진짜 과제는 파업을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직원과 주주, 기업과 국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은 그 출발점”이라며 “기준이 분명할 때 보상은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의 원칙을 논의하는 자리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2026-05-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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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사 갈등 격화…본사 첫 파업 현실화하나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 갈등이 본사와 주요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되면서 창사 이후 첫 본사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지난 20일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에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기일이 연장된 상태이고, 카카오페이 등 4개 계열사는 조정이 결렬돼 이미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 본사 노사는 오는 27일 경기지노위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동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27일 조정이 결렬되면 카카오 본사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고 계열사와 함께 동시 또는 순차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갈등의 표면적 쟁점은 성과급과 보상 체계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66% 증가했으며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호실적에도 구성원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노조의 불만이 커진 배경이다. 다만 노조는 단순히 성과급 재원 규모만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 배분 구조의 불투명성, 일방적인 성과급 집행, 연장근로 문제, 그룹 재편과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의 고용 안정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판교역 결의대회에서도 노조는 카카오 위기의 책임이 구성원이 아니라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별 상황도 변수다. 카카오페이는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도 파업이 가능한 절차를 밟았다.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아직 임금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노사 갈등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873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고 카카오페이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서비스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에 가까운 핵심 인프라다.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곧바로 서비스가 멈출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개발·운영·고객 대응 인력의 참여 폭이 커질 경우 장애 대응 속도와 신규 서비스 일정, AI 전환 프로젝트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올해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다. 회사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존 사업 성장 흐름을 바탕으로 AI 플랫폼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AI 사업 재편과 조직 안정성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쟁이 플랫폼·금융·게임 계열사로 확산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실적이 개선됐는데 구성원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과, 경영진 책임론이 결합하면서 노사 갈등의 성격이 임금 협상을 넘어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27일 조정회의에서 회사가 성과급 산정 기준과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느냐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파업 위기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만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가 함께 움직이는 첫 그룹 차원의 쟁의 국면이 열릴 수 있다.
2026-05-22 15: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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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초과이익, 그 몫은 누구에게 있는가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급한 불을 껐다. 파국 직전 멈춰 선 파업 시계는 잠정합의안이라는 봉투에 담겨 조합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질문은 남았다. 인공지능(AI) 호황의 파도를 탄 반도체 부문이 창출할 거대한 초과이익, 그 잉여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 노조가 요구했던 ‘영업이익의 15%’라는 숫자는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한국 자본주의의 기본 문법을 묻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이 문제를 피해 가지 않았다. 외신들은 대통령이 노조의 ‘세전 영업이익 배분’ 주장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노동 친화적 정부의 수장이 특정 기업 노사 문제에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은 가볍지 않다. 반도체는 일반 제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심장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까지 검토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노사 분쟁이 회사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 파업의 위험이 크다고 해서 노동자의 몫을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냈다고 해서 그 전부가 임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없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기업의 이익은 성격이 있다. 매출에서 온갖 비용을 제하고 남는 금액은 단순한 현금 더미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과거 투자에 대한 회수, 미래를 위한 재투자 재원, 주주가 떠안은 위험에 대한 보상, 국가가 징수할 세금 그리고 구성원에게 돌아갈 성과 보상이 뒤섞여 있다. 이 복잡한 꾸러미를 어느 한쪽이 “이것은 내 몫”이라고 선을 긋는 순간 기업은 생산 조직이 아니라 분배 투쟁의 경기장이 된다. 회사의 비용에는 눈에 보이는 운영비용과 잘 보이지 않는 자본비용이 있다. 임금, 전력비, 협력업체 대금은 장부에 선명히 잡힌다. 그러나 더 무거운 것은 자본비용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에 수십조 원, EUV 장비 한 대에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 오늘 쏟아부은 자본이 내일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메모리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경쟁사는 무섭게 추격한다. 불과 2023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6조 원대까지 추락했다. 호황기의 초과이익만 보려면 이 혹독했던 적자의 기억도 함께 봐야 한다. 2023년의 손실은 누가 떠안았나.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월급을 토해내지 않았다. 협력업체도, 채권자도 약속된 돈을 받았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주주였다. 주가는 이익 전망을 따라 흔들리고 자기자본은 손실을 흡수한다. 이것이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다. 주주가 마지막에 남는 것을 가져가는 ‘잔여청구권’을 갖는 이유는 모든 것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맞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의 기여는 부정할 수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는 엔지니어들의 밤샘 노동 위에 세워졌다. 그들에게 충분하고 투명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성과주의를 말하려면 성과의 계산법부터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영구적 권리처럼 임금으로 고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영업이익은 주주의 돈이기 전에 회사의 미래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HBM, 차세대 D램, 파운드리 미세공정. 이 모든 것은 오늘의 이익을 내일의 기술에 쏟아부어야만 유지되는 살얼음판 경쟁이다. 오늘의 초과이익을 모두 현금으로 나눠버리면 내일의 연구개발은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를 멈춘 기업의 운명은 죽음뿐이다. 유럽의 사례는 서늘한 경고다. 유럽은 오랫동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모범을 자처했다. 노동자 보호, 사회적 합의의 이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AI와 반도체의 시대에 유럽은 주도권을 잃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EU 경쟁력 보고서에서 투자 부족과 생산성 둔화를 통렬하게 지적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본진에서 나온 자기반성이었다. 한국은 유럽을 닮을 여유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밀리면 그 충격은 주주 몇 명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협력업체, 수출, 세수, 청년 일자리까지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인다. 그래서 삼성의 이익 논쟁은 임금협상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성과 보상이 필요하다면 길은 있다. 현금 성과급만이 답은 아니다. 회사의 장기 가치 상승에 참여하는 주식 보상이야말로 노동자와 주주의 이해를 맞추는 진정한 공동체의 길이다. 위험은 주주에게만 남기고 이익은 매년 영업이익 비율로 먼저 떼어가자는 구조는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손실 없는 잔여청구권이며 세상에 그런 권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도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AI가 만들어낼 거대한 초과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그때마다 분노와 구호로 답하면 산업은 버티지 못한다. 상식은 단순하다. 노동은 존중받아야 하고 위험을 건 자본도 존중받아야 한다. 국가는 세금으로 기업은 미래 투자로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면 나머지는 무너진다. 삼성의 초과이익은 모두의 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 그것이 주식회사의 질서다. 그 질서가 무너지면 나눌 이익 자체가 사라진다.
2026-05-21 1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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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성과금 갈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다. 다만 오는 22∼27일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완전한 종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속에 이뤄졌고, 투표가 가결되면 협상이 공식 타결된다. 문제는 합의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했고 회사는 경영환경과 사업부별 실적,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DS)부문은 AI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양산도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곧 무제한의 성과급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은 기업의 미래 투자,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국가경제에서의 역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 기업이지만 동시에 한국 제조업과 수출, 고용,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물류, 전력,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반적인 임단협 갈등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보상과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고성과를 낸 조직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식이다. 성과급이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벌어 내일 나누는 장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성과급 갈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가른다. 반도체 부문이 초과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사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야 하는지, 사업부별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 장기 투자에 필요한 내부 유보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논쟁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의 다툼으로 흐르면 조직 내부 신뢰가 무너진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경영진에 대한 신뢰, 성과 배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갈등은 다른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노사 갈등의 확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과 맞물려 더 무겁다. 지금 한국경제는 겉으로는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지만 속으로는 성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00대 지표에서도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제시돼 있다. 단기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 출생아 수를 25만4500명으로 집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72년 47.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리스크도 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가 중동전쟁의 충격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한적 충돌을 가정해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3.1%, 2027년 3.2%로 둔화될 것으로 봤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금융 여건 긴축이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겹치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비용과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채 반도체 의존도를 다시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분명한 기회지만 이것이 영구적 안전판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사이클을 탄다. HBM 경쟁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매 분기 승부가 갈린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규제, 대만의 파운드리 우위, 일본의 소재·장비 부활까지 감안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노조도 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몫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요구는 결국 노동의 기반도 약하게 만든다. 성과급은 권리의 언어만으로 풀 수 없다. 책임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부별 성과와 전사 기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보상 체계는 언제든 불신을 낳고, 불신은 파업보다 더 오래가는 비용을 만든다. 노조와 회사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노동은 노동의 권리를 말하고, 경영은 경영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이 기업의 존속과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사업부별 기여도 반영, 장기 투자 재원 확보,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과가 클수록 배분의 원칙은 더 정교해야 한다. 호황일수록 미래 투자와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금 운 좋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성과를 오늘 모두 나눌 것인가, 아니면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원칙 있게 나눌 것인가. 성과 배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 많이 가져가는 협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협상’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삼성전자에도, 노동자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이롭다.
2026-05-21 0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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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봉합'이 남긴 성과급 복마전, '시장 원칙'과 '상생'으로 틀 바꾸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잠정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일단 피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를 막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겉으로는 ‘봉합’됐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계 전반에 훨씬 더 큰 후폭풍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의 갈등을 덮기 위해 내놓은 타협이 시장 원칙과 산업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에도 일정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인정한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자본주의와 경영의 기본 원칙을 흐리게 만든 결정이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대한 사후 보상이다. 그런데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보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고정 임금으로 변질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과주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기아,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기업 노조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 기업의 노사 합의가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질 경우, 기업마다 처한 경영 환경과 미래 투자 여력은 무시된 채 ‘성과급 총액 경쟁’만 남게 된다. 결국 기업은 미래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투자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 내부의 성과급 갈등이 원·하청 구조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이 수천만 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올릴 때 왜 우리는 제자리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국가적 지원과 공격적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엔비디아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조직 전체가 미래 투자와 혁신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내부 성과급 갈등과 노노 갈등에 매몰된다면 결국 경쟁국만 웃게 될 것이다.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 내부 분열은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다. 우선 성과급 체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은 기업의 경기 변동성과 미래 투자 전략을 무시하는 위험한 구조다. 성과급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기여도, 장기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처럼 개인별 기여도와 장기 성과를 반영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중심 보상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 현금 보상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효과가 크다. 동시에 원·하청 상생 모델 구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와 하청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성과기금이나 협력사 성과 공유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만의 ‘성과급 잔치’로 비쳐지는 순간 사회적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 3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합리적 성과배분 원칙과 노사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 미래 투자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니다.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과 노동시장 양극화, 그리고 성과 배분 체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경고음이다. 총파업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숫자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시장 원칙과 상생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무너진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1 0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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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총파업 하루 앞두고 새벽 '끝장 협상'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새벽까지 ‘끝장 협상’을 이어갔다.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사업부별 배분 기준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당초 합의 시한을 넘겼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대표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은 19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시작했다. 중노위는 당초 이날 오후 10시 전후 합의 또는 조정안 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협상은 자정을 넘겨 20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이번 협상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사측은 사업부별 실적과 투자 여력,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한 반면, 사측은 10%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배분 문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로 메모리 사업부 실적은 개선됐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은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가 커졌다. 노조는 격차가 인재 이탈과 조직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동일한 성과급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사는 앞서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삼성전자 사장단의 대국민 사과와 노조 면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화 호소가 이어지면서 추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정부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공익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가동되는 장치산업 특성이 강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고객 신뢰와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제한 논란이 따르는 만큼 실제 발동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강제 개입을 앞세우기보다 노사 자율 교섭과 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강제 개입이 아니라 자율적 교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후조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노위는 노사 입장을 절충한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노사 어느 한쪽이라도 이를 거부하면 협상은 결렬되고 파업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노조 지도부가 조정안을 수용하더라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타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국내 대기업 성과급 체계 전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성과 배분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사업부별 실적 격차를 어떻게 반영할지, 미래 투자 재원과 구성원 보상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이다. 향후 관건은 노사가 파업 직전까지 실질적 양보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사측이 성과급 투명성과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 안을 내놓고, 노조가 상한 폐지와 재원 비율 요구에서 접점을 찾는다면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반대로 조정안이 부결되거나 노조가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새로운 충돌 지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05-20 0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