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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독미군 5000명보다 더 줄일 것"…유럽 안보 변수 부상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규모를 기존 발표보다 확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 국방부가 제시한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내 미군 배치 구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 체계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독미군 감축 계획과 관련해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감축 규모를 상회하는 발언이다. 앞서 국방부는 독일에 주둔 중인 약 3만6000명 병력 가운데 약 5000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해당 규모는 전체 주둔 병력의 약 7분의 1 수준이다. 철수는 6개월에서 12개월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대상 부대와 이동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축 확대의 배경에 대해 별도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독일 주둔 미군 약 9500명 철수를 추진한 바 있어, 방위비 분담과 병력 재배치 문제를 둘러싼 기존 기조가 재부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당시 계획은 의회 반대와 정책 조정 과정에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 유럽에는 약 8만명에서 10만명 규모의 미군이 배치됐다. 독일은 이 가운데 핵심 거점으로, 미군 유럽사령부와 주요 공군기지, 물류 인프라가 집중된 전략적 요충지다. 독일 내 병력 감축이 확대될 경우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으로의 재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의회는 즉각 우려를 제기했다. 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 의원과 하원 군사위원장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군 철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독일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보다는 유럽 동부로 재배치하는 방안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당 측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상원 군사위원회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병력 축소는 전략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유럽 내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예상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유럽이 자국 안보에 대한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독일 내 미군 주둔은 양측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나토 대변인은 “독일 내 병력 배치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확대에 합의한 만큼 병력 재배치와 방위비 분담 논의가 병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병력 재배치 방향에 따라 방위산업 수요 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유럽 중심으로 미군 전력이 이동할 경우 해당 지역의 군수 인프라 투자와 장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반면, 독일 내 기지 운영 축소는 지역 경제와 연관 산업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감축 규모와 실행 방식은 추가 검토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 발표와 대통령 발언 간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최종 계획은 의회 협의와 동맹국 조율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남아 있다.
2026-05-03 14:06:12
이란은 왜 전선을 중동 전역으로 넓혔나
[경제일보] 공습이 시작되자 이란은 중동 여러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나섰다. 바레인과 카타르,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미군이 주둔한 곳이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국가들은 보통 자국 영토 방어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란은 다른 방식의 대응을 선택했다. 본토 방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선을 중동 전역으로 넓히는 대응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이란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군사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면 충돌 대신 ‘비대칭 전쟁’ 이란의 전략은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전면전이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다. 항공모함 전단과 장거리 폭격기, 첨단 전투기 등 다양한 군사 자산을 갖고 있다. 이란 역시 이런 전력 격차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정면 충돌 대신 다른 방식의 대응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국제 안보 연구에서는 이를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 또는 비대칭 확전 전략이라고 부른다. 전쟁의 부담과 긴장을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켜 상대방의 정치적·군사적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다. 중동 여러 지역의 미군 기지와 해상 교통로가 동시에 긴장 상태에 들어가면 미국과 동맹국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유 중동에는 미군이 주둔한 군사 기지가 여러 곳 있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 제5함대 본부가 있고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규모의 미 공군 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에도 미군 주요 기지가 배치돼 있다. 이들 기지는 중동 지역에서 미군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이란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지들을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군사 작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동시에 미국과 협력하는 중동 국가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 카드 이란이 전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좁은 바닷길이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은 약 33km에 불과하다. 이 해협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핵심 통로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이 길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운송된다. 그래서 중동에서 군사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국제 유가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 역시 수입 원유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 가능성은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확전의 파장과 출구 모색 이란의 대응은 중동 전역의 긴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들은 미군 기지 방어 태세를 강화했고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국제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차질, 지역 군사 충돌 확대 등 다양한 파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외교 채널을 통한 접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제3국을 통한 간접적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은 다양한 국가와 종교, 민족이 얽혀 있는 지역이다. 작은 군사 충돌도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전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6-03-13 09:05:33
이란 전쟁 10일째, 중동 긴장 고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이 10일째 이어지며 석유 저장고와 담수화 시설, 도심 건물까지 겨냥하는 난타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석유·식수 같은 핵심 기반 시설이 잇따라 표적이 되면서 민간 피해와 인도적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도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란 최고지도자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한 강경파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임명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8일(현지시간) 밤 이란 수도 테헤란 등에 있는 군사 목표물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사령부를 타격했으며, 탄약을 저장하고 있던 벙커 약 50곳을 비롯해 혁명수비대 기지와 내부 보안 센터 등 수십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늘은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뒤덮였다. 이란은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화학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중동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을 언급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반격으로 전쟁은 인접 걸프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을 향해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인근에 위치한 알카르지 지역에 군용 포탄이 떨어져 사망자가 발생했다. 쿠웨이트에서는 정부 청사가 화염에 휩싸였다. UAE는 자국으로 날아든 미사일 16기와 드론 113기를 요격했다. 바레인은 이란 드론이 해수 담수화 시설을 타격해 일부 설비가 파손됐다. 이란 역시 남부 케슘섬의 담수화 시설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걸프 국가들은 군사적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 외무부는 분쟁 악화를 원하지 않지만 주권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본토와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질 경우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이란에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피격 속에서도 강력한 반미, 반이스라엘 성향을 지닌 인사를 새 수뇌로 확정해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후임으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되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한 강경파, 특히 부친의 암살에 보복을 천명한 인사를 새 최고지도자로 선택하면서 전쟁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중동 곳곳에서는 지상전도 속출했다. 이란의 대표적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에서 교전이 격화했다. 한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에너지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난이 악화하자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휘발유 등을 미리 쌓아두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방글라데시에서는 연료 구매 상한제를 시행했다. 베트남 정부는 수입 연료에 부과하는 관세를 일시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국영 방글라데시석유공사(BPC)는 대부분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연료 구매 상한제를 시행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의 연료 구매 상한제 발표 직후에도 수도 다카에 있는 많은 주유소에서는 연료를 미리 사두려는 이들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들어 장사진이 연출됐다.
2026-03-09 18:32:45
주한미군 수송기 잇단 출국…방공자산 中東 차출 논란
[경제일보] 경기도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미국 대형 수송기들이 최근 줄줄이 한국을 떠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한미국의 방공자산 중동 차출 논론이 일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오산기지에 착륙했던 미군의 C-5, C-17 수송기들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이륙했다. C-17보다 대형인 C-5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에 2대가 한국을 떠났다. 한국을 떠난 C-5가 14시간 이상 비행한 것으로 알려져 미 본토나 중동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C-17은 미군 장비 및 병력 수송을 위해 정례적으로 오산기지에 오지만 C-5의 오산 기착은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C-17도 지난 3~7일 집중적으로 오산기지에서 떠났다. 주한미군은 최근 국내 다른 미군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 일부를 오산기지로 이동시켰다. 이로 인해 옮겨진 패트리엇 포대 일부가 미군 수송기에 실려 이미 한국을 떠났을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졌다. 주한미군의 방공자산이 중동으로 차출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야간 국가안보 위기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오산기지의 분주한 동향이 9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인 FS(자유의 방패) 연습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정확한 주한미군의 동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미 주한미군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았지만 안보상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주한미군 병력 이동 관련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양국 군 당국 간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선 긴밀하게 협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2026-03-08 14:14:18
그린란드를 둘러싼 21세기 영토 게임…미국의 야심과 덴마크의 딜레마
[이코노믹데일리]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덴마크, 그린란드 외교 수장들이 워싱턴에서 만나 그린란드의 '미래'를 논의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재차 밝히며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자 덴마크는 주권 수호와 자치령 관리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21세기 지정학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오른 북극, 그 중심에 선 그린란드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단순한 망상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은 2019년 첫 임기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제사회는 이를 황당한 발상으로 치부했지만 재집권 이후 그는 더욱 노골적으로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엉뚱한 상상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집약된 계산된 움직임이다. 그린란드는 북극 항로의 핵심 거점이자 막대한 자원의 보고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북극항로의 상업적 가치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린란드는 이 항로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대상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군사·안보적 가치도 급상승했다.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 북서부 툴레 공군기지를 운영하며 북극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 사용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그린란드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러시아가 북극 군사력을 증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 확보를 국가안보 차원의 과제로 설정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덴마크의 곤혹스러운 선택 덴마크는 1979년 이후 그린란드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해왔다. 그린란드는 독자적인 의회와 정부를 운영하며 내정을 관장하고 덴마크는 외교·국방을 담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그린란드 내부에서는 수십 년간 완전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약 5만7000명의 인구 대부분이 이누이트 원주민인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식민 지배 역사에 대한 반감과 자결권 요구가 강하다. 문제는 그린란드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다. 현재 그린란드 예산의 절반 이상을 덴마크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약 6억달러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수산업 외에는 변변한 산업 기반이 없고 인프라도 낙후된 상태다. 완전 독립을 선언할 경우 재정 파탄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막대한 투자와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접근한다면 그린란드 주민들의 선택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덴마크 정부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했다. 대외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미국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주권 국가로서 영토 보전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그린란드를 포기한다면 덴마크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치명타를 입는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독립 의지가 강한 그린란드를 계속 붙잡아둘 명분과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지원을 늘리자니 재정 부담이 크고 자치권을 더 확대하자니 완전 분리로 가는 길을 닦는 격이다.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다. 미국은 안보 협력 강화, 인프라 투자 확대, 자원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덴마크로서는 그린란드에 대한 법적 주권은 유지하되 실질적 영향력은 미국과 분점하는 형태의 타협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그린란드 주민들의 복잡한 심경 정작 당사자인 그린란드 주민들의 입장은 단순하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가 미국 편입에는 반대하지만 독립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강하다. 문제는 독립 이후의 생존 방안이다. 미국이 독립 그린란드에 대규모 경제 지원과 안보 보장을 약속한다면 덴마크보다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실리적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다. 그린란드 정부는 이번 3자 회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명확히 전달하려 할 것이다. 단순히 덴마크와 미국 사이에서 협상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 주민이 결정한다는 원칙을 관철시키려 한다. 하지만 인구 6만도 안 되는 작은 자치령이 강대국 간 지정학 게임에서 주도권을 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린란드 내부에서는 미국의 접근을 기회로 활용하자는 실용주의와 민족 자결권을 지키자는 이상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투자를 받아 경제 기반을 다진 후 진정한 독립을 추구하자는 단계적 전략을 제시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의 영향력 확대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냉전의 전초기지 그린란드 문제는 단순히 미국과 덴마크 양자 간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를 북극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8년 그린란드 공항 건설 투자를 시도했다가 미국의 압박으로 무산된 바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며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긴장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하며 덴마크를 통해 EU와 연결돼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되면 EU의 북극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미 북극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린란드 사태가 EU의 전략적 자율성 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지구 반대편 그린란드 문제가 한국과 무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측면에서 연결돼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 개통되면 한국의 해운·조선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은 한국의 배터리·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원자재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내주 워싱턴 회담은 그린란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적 순간이 될 수 있다. 21세기 영토 분쟁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이 사건을 통해 국제 질서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2026-01-12 08: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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