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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승인…공정위 "경쟁 제한성 낮다"
[경제일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그룹 계열사 엔에스쇼핑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승인하면서 유통·식품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 재편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식품 유통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채널의 수익성 악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생산 기반을 갖춘 식품기업이 유통망까지 확보하는 ‘수직계열화 확장’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엔에스쇼핑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영업양수 건(1206억원)에 대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거래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에 포함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공정위는 회생계획 이행 필요성을 고려해 신속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의 핵심은 시장 집중도였다. 공정위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시장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점유율이 높지 않고 온라인 유통채널과 대형 식자재마트·중대형 슈퍼마켓 등 인접 시장의 경쟁 압력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몇 년간 신선식품을 포함한 온라인 식품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SSM의 가격 결정력과 고객 흡인력이 약화된 점도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이번 결합으로 총 13개의 결합 형태가 발생한다. 우선 하림의 생산·제조 부문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유통망이 결합되는 11개의 수직결합이 형성된다. 대상 품목은 닭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 신선육을 비롯해 식육가공품, 라면, 즉석밥, 냉동만두, 가정간편식(HMR), 펫푸드 등이다. 또 엔에스쇼핑의 TV홈쇼핑·온라인몰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결합되는 2개의 혼합결합도 발생한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닭고기 관련 3개 수직결합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결합은 시장점유율이 낮아 경쟁 제한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하림의 주력 사업인 닭고기(계육) 부문이었다. 생산과 유통이 결합될 경우 경쟁 업체가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유통업체가 특정 공급자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SSM 시장 내 점유율이 경쟁사 대비 낮고 일반 슈퍼마켓까지 포함한 인접 시장 기준으로는 약 2%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쟁 계육 업체가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경쟁 유통업체가 하림 제품 공급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인수로 하림은 식품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하림은 곡물 조달과 사료 생산을 시작으로 축산, 도축, 가공, 물류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여기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더해지면서 최종 소비자 접점까지 확보하게 됐다. 또한 엔에스쇼핑이 보유한 TV홈쇼핑과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유통 전략도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유통 확장이 아니라 ‘식품 생산기업의 유통 내재화’라는 점에서 기존 유통 대기업 중심 구조에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에 대해 “급격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기업결합은 신속히 심사하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거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6-12 10: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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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안정, 정치보다 시급한 민생 과제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숫자를 본다. 어느 당이 어디를 지켰고 어디를 잃었는지 따진다. 책임론도 나오고 쇄신론도 뒤따른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한다. 마트 계산대 앞에 찍힌 금액이다. 식당 메뉴판에 오른 점심값이다. 쌀과 고기와 채소를 담은 장바구니의 무게다. 정치가 민심을 말하려면 먼저 밥상 앞에 서야 한다. 선거 결과를 아무리 정교하게 해석해도 국민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민생 정치는 공허해진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는지가 아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돈으로 같은 식탁을 차릴 수 있는가다. 최근 물가 흐름은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대를 기록했고 생활물가도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계상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여전히 무겁다. 쌀값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축산물 가격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전체 지표가 내려갔다고 해서 국민이 밥상물가 안정을 체감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평균은 안정돼도 필수 품목 몇 개가 오르면 가계부는 곧바로 흔들린다. 물가 안정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국민 생활의 기본 조건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크다. 같은 물가 상승률이라도 고소득층에는 불편이고 저소득층에는 압박이다. 밥상물가가 흔들리면 인간다운 생활의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장 가격은 명령으로 오래 버티지 않는다. 농산물은 날씨에 흔들리고 축산물은 가축전염병에 흔들린다. 수입 물가는 환율과 국제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유통 비용과 인건비도 가격에 반영된다. 밥상물가는 한 부처의 보도자료 몇 장으로 잡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유통, 비축과 수입, 방역과 기후 대응, 취약계층 지원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할인 지원과 할당관세는 필요하다. 당장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할인은 응급 처방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행사 기간에만 싸지는 가격이 아니라 평소에도 감당 가능한 가격이다. 명절 대책처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체감 효과가 빠르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민생 대책이라면 한 달짜리 할인보다 1년 뒤에도 작동하는 수급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의 갈등은 늘 소리가 크다. 여야의 말싸움은 기사 제목을 만들기 쉽고 책임 공방은 지면을 채우기 쉽다. 그러나 국민 삶을 오래 붙드는 장면은 따로 있다. 시장 상인의 한숨, 맞벌이 부부의 장바구니, 노년층의 식비 부담, 자영업자의 원가 압박이다. 정치의 말만 따라가면 민생의 소리를 놓친다. 정치보다 민생이 먼저라는 말은 그만큼 절박하다. 밥상물가는 숫자와 현장을 함께 봐야 하는 분야다. 소비자물가지수만 보고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일부 품목 가격만 보고 위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통계는 방향을 보여주고 현장은 체감을 보여준다. 정책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가 국민의 장바구니와 어긋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이 아니라 정책의 설명력과 집행력에 있다. 정치권은 선거 이후 늘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은 거창한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이 매일 사는 쌀과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도 개혁이다. 유통 단계의 불합리한 비용을 줄이는 일도 개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산물 수급 예측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도 개혁이다. 취약계층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떠안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다듬는 일도 개혁이다. 밥상물가를 정쟁의 소재로 쓰는 것은 쉽다. 정부 탓이라고 몰아붙이기도 쉽고 전 정부 책임이라고 돌리기도 쉽다. 그러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의 승자가 아니다.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줄이는 결과다.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길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쌀과 축산물 등 필수 품목의 가격 흐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유통 단계별 비용과 마진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가격 상승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료품 지원을 더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물가 대책은 전 국민을 향한 큰 구호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가계를 향한 세밀한 정책이어야 한다. 정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가 시작되고 당내 권력의 셈법도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국민의 시간은 다르다. 오늘 저녁 장을 봐야 하고 내일 점심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 차이를 모르는 정치는 민심을 읽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밥상은 국민 생활의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정치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자리다. 그곳에서 민심이 생기고 불만도 쌓인다. 물가를 잡지 못한 정치가 민생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승패의 해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 식탁 위의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다. 밥상물가 안정은 정치보다 앞서는 민생 과제다.
2026-06-05 0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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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아성' 수성이냐, '제2공항' 탈환이냐…'안갯속' 서귀포 재보선
[경제일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주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제주 정가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3선 의원인 위성곤 전 의원이 제주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며 공석이 된 자리로 단순히 의석 하나를 넘어서는 ‘제주 정치의 심장부’를 둔 자존심 대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양수산 행정 전문가인 김성범 전 차관,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고기철 전 제주도당위원장을 각각 전략공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서귀포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6년간 민주당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민주당의 아성’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2024년 총선 당시 위성곤 후보(54.0%)와 고기철 후보(45.99%)의 격차는 8.01%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시권에 들어온 ‘탈환 가능 지역’인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제주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며 ‘위성곤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높은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위 전 의원의 조직력을 승계하려는 김 후보와 ‘민주당 장기 집권 피로감’을 파고들며 제2공항이라는 실익을 내세운 고 후보의 전략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김 후보는 해양수산부 요직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귀포의 바다와 숲을 잇는 해양치유·산림휴양 관광벨트 조성,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재생에너지와 AI를 결합한 미래 먹거리 육성 등이 그의 핵심 카드다. 행정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올 ‘실행력 있는 적임자’라는 논리다. 반면, 고 후보는 제2공항 조속 추진을 통한 지역경제의 극적인 반등을 약속한다. 서귀포 혁신도시에 한국마사회를 유치하고 레저·스포츠 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지역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농어민수당 월급제 도입과 물류 지원 확대 등 민생 밀착형 공약 역시 강력한 ‘탈환’의 의지를 보여준다. 제2공항이 가를 승부의 추…투표용지 5장의 변수 가장 큰 쟁점은 단연 제주 제2공항이다. 두 후보 모두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속도와 방법론에서 결을 달리한다. 김 후보는 ‘절차적 신뢰와 도민 합의’에 무게를 두는 반면, 고 후보는 제2공항을 제주 성장의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조기 추진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앞서 2022년 대선 당시 성산읍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선례를 볼 때, 동부권 표심이 이번 보선의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최근 KBS제주방송총국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KBS제주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2026년 4월 13~14일, 제주도 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안심번호 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제주 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68%)이 국민의힘(9%)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의석을 양당이 5:5로 양분했을 만큼 바닥 민심의 지형이 팽팽하다.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 비례대표, 국회의원 보궐까지 5장의 투표용지가 유권자 앞에 놓인다. 표심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범 ‘전문성’ vs 고기철 ‘재도전 서사’…조직의 민주당 vs 추진력의 국민의힘 두 후보의 대결은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전략적 지향점이 명확히 갈리는 한판승부다. 김 후보의 핵심 자산은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풍부한 행정 경험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다. 여기에 위 전 의원이 다져놓은 견고한 지역 기반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만,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신인’으로서 전략공천에 따른 유권자의 낯섦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느냐가 숙제다. 제주 전역의 높은 정당 지지도와 위 전 의원과의 ‘러닝메이트 효과’는 강력한 기회 요인이지만, 제2공항 조기 추진을 갈망하는 성산·동부권의 반감과 지역 밀착성 검증 요구는 위협 요소로 꼽힌다. 고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증명한 45.99%의 득표력과 꾸준히 관리해 온 바닥 민심이 최대 강점이다.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선명한 입장은 그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반면, 제주 내 국민의힘 약세라는 구도적 한계는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어업·관광 침체에 따른 ‘정권 교체론’의 불씨와 동부권의 보수 성향은 반전을 꾀할 기회다. 다만, 민주당이 제기한 당직자 관련 의혹 공세 등 도덕성 프레임과 상대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두 후보의 정책 대결은 ‘미래’와 ‘현실’의 접점에서 격돌한다. 김 후보는 해양치유, 산림휴양, 헬스케어타운을 재생에너지와 AI로 엮어 ‘서귀포 미래 산업의 재설계’를 꿈꾼다. 행정가로서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들여 서귀포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고 후보는 제2공항 조기 추진을 필두로 한국마사회 이전, 레저·스포츠 복합클러스터 조성 등 ‘멈춘 지역경제의 재가동’에 방점을 찍는다. 농어민수당 월급제와 물류 지원 등 피부에 닿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통해 지역 경제의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가 거시적 행정력을 앞세운다면, 고 후보는 미시적 생활 경제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선거의 승패는 성산읍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의 ‘제2공항 표심’, 감귤과 수산업, 관광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생활 경제의 체감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위 전 의원의 선전이 김 후보에게 줄 ‘낙수 효과’ 크기 등 세 갈래의 승부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제주 서귀포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에는 26년 아성을 지키는 수성전이자 국민의힘에는 제주 정치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는 탈환전”이라며 “행정가의 실행력으로 ‘위성곤 이후’를 안정적으로 잇느냐, 아니면 공항 추진론으로 견고한 민주당 구도에 균열을 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2026-05-13 14: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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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과 5만원 훠궈, MZ의 '쪼개진 지갑'이 던지는 경고
[경제일보] 점심시간, 편의점마다 5000원 남짓한 가성비 도시락을 집어 드는 2030 청년들의 줄이 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의 씁쓸한 풍경이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동선을 꺾고 교통비를 아끼려 알뜰교통카드 앱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이들에게 소비의 제1원칙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말이 오면 이 가성비의 전사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인당 객단가가 최소 4만원에서 6만원을 훌쩍 넘는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매장 앞은 두세 시간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MZ세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며 지출을 통제하던 그들이 왜 이토록 비싼 외국계 식당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의 빗장을 푸는 것일까. 최근 하이디라오 코리아가 발표한 실적은 이 기현상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다. 2023년 매출 1177억원.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과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싸고 양 많은'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의 벽을 뚫어낸 이면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이들의 소비는 모순 그 자체다. "돈이 없다면서 오마카세와 하이디라오에는 왜 열광하느냐"며 혀를 끌짯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가성비는 단순히 '절대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성비란 '내가 지불한 비용(돈과 시간) 대비 얻어내는 총체적 효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구조적 좌절 속에서 이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극단적으로 통제한다(편의점 도시락). 하지만 그렇게 모은 잉여 자본을 자신의 정서적 만족감과 소셜 미디어(SNS)상에서의 자아실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하이디라오). 이른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의 탄생이다. 이들에게 하이디라오의 5만원은 비싼 고깃값이 아니다. 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식사 시간 내내 완벽하게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심리적 만족감,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타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실패 없이 보장받는 '안전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효용이 확정된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24년 대한민국 MZ세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가성비'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파인 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제치고 하이디라오인가. 해답은 그들이 파는 본질에 있다. 하이디라오의 본업은 훠궈를 파는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깝다.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서비스 맹폭은 시작된다. 무료 네일아트, 구두닦이 서비스, 다양한 스낵과 음료, 보드게임이 기다리는 시간을 '고통'에서 '즐길 거리'로 치환한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끈과 안경 닦이, 스마트폰을 보호할 지퍼백이 제공되고 혼자 온 손님 맞은편에는 거대한 인형을 앉혀 외로움조차 차단해 버린다. 직원은 식사 내내 테이블을 전담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 완자를 빚어주며 생일인 고객에게는 현수막과 함께 떠들썩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한국의 외식업이 그동안 '맛'과 '인테리어' 그리고 어떻게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기는 '효율'에 집착해 올 때 하이디라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의 밀도를 높여 문을 나설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다. 고객은 단순히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마이크로 테마파크'의 입장권을 사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극강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야말로 불황을 뚫고 1000억 매출을 견인한 강력한 무기다. 국내 수많은 외식 기업들도 하이디라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 내기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왜일까? 서비스의 겉모습은 베낄 수 있어도 그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뿜어내게 만드는 '조직의 내면'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라." 하이디라오의 직원들은 동종 업계 대비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부모님 용돈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를 누린다. 철저한 도제식 시스템(사수-부사수)을 통해 후배를 잘 육성하면 선배에게 그 매장의 수익 일부가 배분되는 파격적인 성과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단 직원에게도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금액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메뉴를 내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재량권)이 부여된다. 매뉴얼에 억눌려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자율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춤을 추며 면을 뽑고 진심을 다해 고객의 생일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에너지는 경영진의 '착취'가 아니라 '존중과 보상'에서 피어난 꽃이다. 한국의 외식업계가 겉핥기식 친절 교육과 최저시급으로 이들의 서비스 퀄리티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이디라오 한국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단순한 '중국 훠궈의 유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극도로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낡은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 전체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자 뼈아픈 채찍질이다. 지금 우리 시장을 돌아보자.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꼼수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만 치솟고 정작 서비스 질은 바닥인 일부 식당들,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최소한의 인간적 응대마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소거해 버리는 무인화의 역습까지.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지불한 돈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소비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설픈 중간 지대의 브랜드들은 도태를 면치 못한다. 압도적으로 싸서 생존 필수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하이디라오처럼 지갑을 열고 싶을 만큼 확실한 대체 불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는 얄팍한 상술에 속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곳에는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털어 열광적인 팬덤이 되어준다. 하이디라오는 그 어려운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이 대답할 차례다. 가격표의 숫자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경험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5만원짜리 훠궈 국물 속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진정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2026-05-05 10: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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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독식론, '승자의 저주'를 부르는 오만한 발상
[경제일보]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정치권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집권 여당의 수장 격인 정청래 대표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모두 차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과거 그의 정치적 궤적과 거침없는 행보를 돌이켜볼 때, 이는 단순한 협상용 엄포나 기싸움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손에 쥔 여당이 의회 권력의 고삐를 완전히 틀어쥐고 국정 운영의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노골적인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물론 여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작금의 야당 행태가 눈엣가시 같을 것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모습이나, 대안 없는 비판으로 국정의 동력을 깎아 먹는 야당의 현실을 보며 "차라리 우리끼리 책임지고 하겠다"는 유혹에 빠질 법도 하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리멸렬한 정쟁에 지쳐 "일 좀 하게 다 밀어줘라"는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정치란 현실의 감정을 배설하는 장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고도의 이성적 과정이어야 한다.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9장에서 '금옥만당 막지능수(金玉滿堂 莫之能守)'라 했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해도 이를 능히 지켜낼 수 없다는 뜻이다.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 그 힘을 남용하여 모든 것을 독점하려 드는 순간부터 권력은 부패하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의회 민주주의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단순히 자리를 나누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여야가 서로의 정책적 독주를 막아내기 위해 수십 년간 쌓아온 암묵적인 질서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다는 것은 야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봉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는 정국 운영을 협치(協治)가 아닌 독단(獨斷)으로 끌고 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아무리 야당이 밉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해도, 그들은 국민의 엄연한 선택을 받은 대의 기관이다. 여당의 정책이 늘 옳을 수는 없으며, 정부의 국정 수행 과정에는 반드시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빈틈을 찾아내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야당의 숙명적 역할이다. 싹을 자르는 식의 원 구성은 결국 여당 스스로 '오류의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고전 《서경(書經)》에는 '원수채수(怨豈在明 隔夷怨在)'라는 말이 나온다. 원망은 밝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단절된 막힌 곳에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소수파를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몰아붙이는 정치는 당장은 시원해 보일지 모르나, 사회 밑바닥에 불만과 갈등의 에너지를 축적시킨다. 응축된 갈등은 결국 폭발하기 마련이고, 그 비용은 온전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정치는 '옳음'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지금 여당에 필요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포용의 리더십'이다. 강한 자가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할 때 진정한 권위가 선다. 야당이 부족해 보일수록 여당은 더욱 인내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리품 챙기듯 독식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에 어긋날뿐더러, 훗날 정권이 바뀌었을 때 똑같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주는 꼴이다. 정청래 대표와 여당 지도부는 부디 '승자의 저주'를 경계해야 한다.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서 모든 고기를 혼자 썰어 가져가려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여당의 전용 안방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공론장이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타락하고, 비판 없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야당의 비판이 비록 가시 돋친 독설일지라도, 그것을 국정의 오답을 수정하는 '쓴 약'으로 삼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독단은 짧고 협치는 길다. 눈앞의 효율성을 위해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원성을 훼손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여당 단독의 질주는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진정으로 국가를 위한다면, 미운 야당을 끌어안고서라도 함께 가는 가시밭길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30년 넘게 이 땅의 정치를 지켜본 필자가 확신하는 정법(正法)이자 상식이다.
2026-03-2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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