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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①기업·재벌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경제에 기술 도입을 넘어선 전방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조직과 사업모델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는 편리함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주권과 알고리즘 감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을 넘어 인프라, 인재,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AI시대 한국경제 3주체의 역할 변화와 개혁 과제를 짚고, 한국경제가 관성의 경제에서 학습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한국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전환의 한복판에 섰다. 반도체 기업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플랫폼 기업은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금융권도 생산공정 자동화, 로봇, AI 상담,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축으로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약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참여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또 SK·GS·네이버 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관련 투자가 10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9일 SK·GS·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가 5GW, GS가 2.4GW, 네이버가 1GW 규모로 참여하며 관련 투자 규모는 550조원으로 제시됐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기업들은 다시 한 번 ‘큰 판’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AI 투자가 곧 AI 경쟁력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AI 전략 담당자는 “지금은 어느 그룹이나 AI 조직과 태스크포스는 갖추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데이터 접근권, 보안, 법무, 감사, 성과평가가 모두 걸린다”며 “AI 도입보다 어려운 것은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라고 말했다. HBM이 바꾼 증시 서열…AI가 기업가치 기준 흔든다 AI 전환은 이미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바꾸고 있다. 대표 사례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HBM 시장 선점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22일 코스피 장중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주가 순위 변화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범용 메모리 중심에서 AI용 고부가 메모리와 패키징, 고객 맞춤형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AI 반도체 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차세대 HBM을 얼마나 빨리 개발·공급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다만 AI 반도체 호황이 항상 주가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AI 붐 지속성에 대한 우려 속에 장중 동반 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핵심 테마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실적 증가보다 지속 가능한 가격 결정력과 고객 기반을 본다”며 “AI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기업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울타리에 갇힌 데이터, AI 경쟁력의 병목 AI 경쟁력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 투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활용 구조가 핵심 변수다. 한국 대기업은 제조, 금융, 유통, 통신, 물류 등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별·부서별로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보안과 개인정보, 감사 리스크 때문에 실제 활용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공장에는 설비 데이터가 쌓이고, 영업부서에는 고객 데이터가 쌓이며, 구매부서에는 공급망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를 하나의 모델로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기술 문제가 아니라 내부 승인 절차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벌 구조의 강점이던 수직계열화도 AI시대에는 양면성을 갖는다. 위기 때 빠르게 자원을 동원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데이터와 인재가 계열사 내부에 갇히면 개방형 혁신에는 불리할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AI 스타트업과 협업을 말하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지식재산권, 데이터 소유권, 보안 조항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함께 실험하고 성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도입보다 어려운 건 일하는 방식의 개혁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사내 업무에 도입하면서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시장조사, 고객 응대, 코드 작성, 번역, 계약서 검토 등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를 업무 도구로 배포하는 것만으로 생산성 향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arXiv에 공개된 조원익·김성훈·김근혜의 포지션 페이퍼 ‘Adopting AI in Practice Does Not Guarantee the Productivity Boost’는 AI 도입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인력 구성, 구성원의 기초 역량, 학습곡선, 인센티브 구조, 목표 설정의 유연성 등이 AI 생산성 효과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한 경영학 교수는 “AI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기업이 AI를 제대로 쓰려면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어떤 판단은 사람이 책임질지 조직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중간관리자는 자료를 취합하고 보고서를 다듬고 리스크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정보 수집과 문서 작성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면서 중간관리자의 경쟁력은 보고서 작성 능력이 아니라 문제 정의, 결과 검증, 부서 간 조정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전환은 청년 채용과 인재 육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 사무 업무와 초급 분석 업무가 AI로 대체되면 신입사원이 조직에서 배우는 첫 단계가 줄어들 수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AI 도입 이후 신입사원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처음부터 문제 해결형 역량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채용 규모를 줄이는 유혹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풀이 약해질 수 있어 재교육 체계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도 기업 경쟁력 됐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책임도 커진다. 한국은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고영향 AI에 대한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금융, 보험, 의료, 채용, 교육처럼 개인의 권리와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가 중요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 상담이나 대출심사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설명 책임이 약하면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를 많이 쓰는 회사보다 AI 판단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평판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AI 활용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기업의 성장 방식은 계열사 내부에서 원료 조달, 부품 생산, 완제품 제조, 금융 지원을 묶는 수직계열화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데이터, 클라우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인재가 기업 안팎에 분산돼 있어 외부 스타트업과 대학,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과 실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력이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반도체 설비 확충과 데이터센터 구축은 AI 전환의 기반에 해당하지만 이후에는 내부 인재 재교육, 중간관리자 역할 재정립, AI 활용 책임 체계, 외부 생태계와의 협업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의 AI 경쟁력은 대규모 투자 이후의 실행 구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총수의 투자 결정을 현장의 실험과 조직 학습으로 연결하고, 계열사 중심의 폐쇄형 운영을 개방형 협력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AI 전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고 말했다.
2026-07-09 16: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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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vs SK하닉 '실탄'…AI 메모리 패권경쟁 2라운드
[경제일보] AI 반도체 전쟁의 열기가 다시 한국 증시를 흔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왔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쪽은 실적으로, 다른 한쪽은 자금조달로 AI 메모리 패권전 2라운드의 문을 열었다.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온 삼성의 '반격'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약 171조원, 영업이익 약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4조68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9배 수준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뛰고,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몇 년 전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가 다시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코스피는 4.9%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9%, 6.1% 하락했다. 강한 이익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AI 메모리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영향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과열됐는지,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계속 늘어날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단순한 HBM 점유율 싸움을 넘어섰다. 이제 승부처는 '누가 더 빨리 고성능 메모리 생산능력을 늘리느냐', '누가 엔비디아와 빅테크 고객의 장기계약을 더 단단히 묶느냐'. '메모리 사이클이 꺾일 때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로 옮겨갔다. 삼성전자의 무기는 종합 반도체 체력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패키징을 모두 가진 세계에서 드문 기업이다. AI 반도체가 복잡해질수록 칩 하나의 성능보다 메모리, 로직, 패키징을 함께 묶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먼저 밀렸지만, 메모리 전반의 가격 상승과 낸드 회복, 범용 D램 수요 반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초반 주도권을 놓쳤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의 신뢰를 먼저 얻은 쪽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2분기 호실적에도 시장에서 '삼성이 AI 메모리의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HBM 선점한 SK, 자본시장서 실탄 확보 SK하이닉스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 매각을 시작했고 280억7000만 달러(한화 약 43조원)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국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과 첨단 장비 확보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글로벌 투자자 자금을 끌어와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HBM 선점으로 얻은 시장 신뢰를 자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승부수다. SK하이닉스의 강점은 집중력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바일과 가전까지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이라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한 분야에서 더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HBM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AI 시대 메모리 강자' 이미지를 굳혔다. HBM은 단순히 많이 만드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의 AI 가속기 설계 일정에 맞춰 성능, 발열, 전력 효율, 패키징을 함께 맞춰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이 고객 맞춤형 대응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다. AI 메모리 호황이 길게 이어지면 선제 투자는 격차 확대의 무기가 되지만, 반대로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공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대규모 설비투자는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호황 이후 겨누는 장기전 두 기업 모두 사이클 방어가 숙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은 다운사이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계약과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방식의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계약이 전체 매출을 모두 방어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쟁은 '누가 더 많이 버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실적으로 자신이 여전히 '메모리 강자'임을 증명해야 하고,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이 일시적 우위가 아니라 장기 경쟁력임을 입증해야 한다. 투자 포인트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체 체력과 포트폴리오 회복력이 강점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D램과 낸드 전반으로 번지면 삼성의 이익 레버리지는 더 커진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진이 부담이지만, 반대로 이 부문이 회복하면 실적 개선의 추가 여지도 생긴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성능 D램에 더 집중된 기업이다. AI 서버 수요가 계속 강하면 이 집중력이 더 큰 프리미엄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좋은 숫자'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은 압도적이지만, 주가는 흔들렸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AI 호황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했고, 이제는 다음 국면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지, 고객의 장기계약이 실제 방어막이 될지가 중요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로 보면 두 기업의 경쟁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 국내 장비·소재·부품 생태계는 커진다. 용인, 평택, 청주 등 반도체 거점의 산업적 무게도 커진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너무 많은 투자가 몰리면 사이클 하강기에 충격도 커진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사이클 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금은 강하지만, 진짜 승부는 가격이 오를 때가 아니라 가격이 흔들릴 때 드러난다"며 "AI 메모리 2라운드는 생산능력, 고객계약, 자금조달, 사이클 방어력까지 모두 겨루는 장기전"이라고 했다. 이어 "AI는 더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시장은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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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호주 송전망 3100억 장기 계약…전력기기 수주 확대
[경제일보] 효성중공업이 호주 전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 주요 송전망 운영사와 향후 5년간 31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을 확대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전력망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2일 효성중공업은 호주 빅토리아주 송전망 운영사인 오스넷(AusNet)과 초고압변압기와 리액터 등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향후 5년간 누적 기준 약 3100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효성중공업은 빅토리아주 송전망 구축에 필요한 주요 전력기기를 공급하게 된다. 이번 계약은 지난 3월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수주한 1425억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에 이은 대형 계약이다. 전력기기 공급을 기반으로 ESS와 전력계통 안정화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호주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호주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송전망 확충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대도시 수요처가 멀리 떨어져 있어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계통 안정화를 위한 초고압변압기와 HVDC(초고압직류송전), STATCOM(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등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약 200억 호주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하는 'Rewiring the Natio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을 연결하는 송전망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구역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0여 년간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영업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확대하며 호주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호주 송전용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으로 빅토리아주를 비롯해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남호주 등 주요 지역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전력기기 업계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 노후 전력망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세계 전력 인프라 시장이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를 중심으로 송전망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HVDC 등 전력기기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효성중공업은 호주뿐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북미에서만 약 7870억원 규모의 전력기기를 수주했으며,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자회사 효성HICO와 미국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Quanta) 자회사 간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초고압차단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효성 관계자는 "이번 계약 규모는 단일 수주가 아니라 향후 5년간 장기 공급계약의 누적 예상 금액"이라며 "공급 제품의 구체적인 사양과 수량은 향후 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HVDC와 STATCOM 등 차세대 전력망 솔루션까지 협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미국과 창원 등 글로벌 생산사이트 증설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 대응에는 차질이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넓은 국토를 바탕으로 장거리 송전망과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전략적 시장"이라며 “단순 전력설비 공급업체가 아니라, 호주의 에너지정책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7-02 13: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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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객센터 문턱 낮춘다...LG유플러스, 블룸AI 손잡고 중소기업 AICC 시장 공략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 고객센터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중소·중견기업을 겨냥한 AI 컨택센터(AICC)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되던 AI 고객센터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기업들의 AI 전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LG유플러스는 고객상담 및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블룸AI와 AI 기반 고객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 응대 효율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AI 고객센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문의 응대를 넘어 상담 내용 분석, 고객 맞춤형 응대, 마케팅 자동화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구축 비용과 운영 인력 확보 부담으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이러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통신 인프라와 AICC 기술에 블룸AI의 AI 상담 플랫폼과 CRM 솔루션을 결합해 상담 자동화와 고객 관리 기능을 통합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블룸AI는 '해피톡', '콜브릿지', '루나M 카카오 알림톡', '스마트메시지PLUS' 등을 운영하며 약 4만여개 중소·중견기업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해당 서비스에 음성인식(STT), 대규모 언어모델(LLM), 음성합성(TTS) 등 AI 기술을 적용해 기업 고객들이 별도 시스템 구축 없이 AI 상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블룸AI는 이를 통해 기업들이 고객 상담 자동화뿐 아니라 고객 관리와 마케팅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담 이력 분석과 고객 응대 품질 향상, 반복 업무 자동화 등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진영 블룸AI 대표는 "이번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쉽고 효율적으로 AI 고객센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업에서 즉각적인 업무 효율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양사의 고도화된 기술 결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블룸AI의 '스마트메시지PLUS'에 LG유플러스의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RCS)를 연동해 문자 메시지와 알림톡, 채팅 기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 고객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고객과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기업용 AI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자체 소버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 환경을 제공하고 향후 LG AI연구원의 생성형 AI 모델 '엑사원'과 기업용 AI 플랫폼 '익시 엔터프라이즈'를 연계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익시 엔터프라이즈를 기반으로 고객 문의를 분석하고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서비스 도입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단순 상담 자동화를 넘어 기업 업무 전반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권용현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은 "기업 고객은 별도의 시스템 구축 없이도 AI 상담, 고객 관리, 마케팅 등 핵심 기능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에 AI 기반 고객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24 11: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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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넘어 AI 컨시어지 시대…센드버드·GS네오텍 CX 혁신 공략
[경제일보] 기업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단순 상담 챗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 문의 응대는 물론 예약과 주문, 상품 추천, 구매 전환까지 지원하는 AI 컨시어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글로벌 AI 커뮤니케이션 기업 센드버드는 IT 종합 솔루션 기업 GS네오텍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생성형 AI 기반 고객 경험(CX) 혁신 시장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을 통해 GS네오텍은 센드버드의 AI 컨시어지 플랫폼 'delight.ai'의 국내 구축 파트너로 참여한다. 양사는 센드버드의 AI 에이전트 기술과 GS네오텍의 AICC 구축·운영 역량을 결합해 기업 고객의 AI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센터 운영 효율화 수준을 넘어 고객 경험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생성형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고객 문의 해결뿐 아니라 예약, 주문, 결제, 상품 추천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AI 컨시어지가 새로운 고객 서비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센드버드의 delight.ai는 생성형 AI 기반 고객 컨시어지 플랫폼이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상담 자동화, 예약 및 주문 처리, 세일즈 지원, 고객 맞춤형 추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센드버드는 해당 플랫폼이 단순 FAQ 응답 중심의 챗봇을 넘어 고객과의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AI 챗봇과 콜봇 구축은 물론 고객센터 상담 자동화, 다국어 고객 응대, 맞춤형 마케팅, AI 세일즈 지원 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 응대 품질 향상과 운영 효율화, 상담원 생산성 개선, 개인화된 고객 경험 등을 제공할 수 있다. GS네오텍은 클라우드와 컨택센터 구축 사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리테일·이커머스, 여행·숙박, 금융, 배달·모빌리티·홈서비스 플랫폼 등 실시간 고객 응대 수요가 높은 산업군을 중심으로 AI 컨시어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정인 GS네오텍 IT 사업본부장은 "글로벌 통신 원천 기술에 GS네오텍의 검증된 고객 경험 사업을 다년간 추진해 온 현장 전문성이 더해질 때 낼 수 있는 시너지는 무한하다"며 "앞으로 뛰어난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확고한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브릿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AI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디지털 전환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업들의 AI 투자 역시 챗봇 구축 중심에서 업무 수행형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 경험 경쟁력이 기업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AI가 고객 응대부터 구매 전환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AI 컨시어지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희 센드버드 코리아 대표이사는 "기업의 AI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고객 경험 개선과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며 "센드버드는 GS네오텍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가 개인화된 AI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더 많은 기업이 AI 컨시어지 기반 고객 경험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23 13: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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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장벽 허문 SK하이닉스…최태원식 'AI 인재 혁신' 가동
[경제일보]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가 채용의 기준까지 바꾸며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학위보다 직무 역량과 잠재력, 성장 가능성을 보겠다는 선언이다. SK하이닉스는 17일 시작한 신입사원 수시채용부터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 학력 요건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원자는 학력과 전공에 관계없이 경험과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방침은 신입 수시채용을 시작으로 향후 채용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채용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설계 등 핵심 직무를 중심으로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 인재를 선발한다. 수시채용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AI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기술을 이끌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학력 제한 폐지는 단순한 채용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정형화된 스펙보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빠르게 학습하며 협업하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반도체 산업 역시 더 이상 제조 효율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회로 설계와 패키징, 공정 최적화, AI 인프라 이해, 고객 맞춤형 기술 대응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인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적응 근육', 다양한 구성원과 협력하는 '공감 근육'을 제시해 왔다. SK하이닉스의 학력 요건 폐지는 이러한 철학을 채용 현장으로 옮긴 사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미래 인재의 경쟁력은 특정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 호황의 과실, 인재와 생태계로 돌려야 이번 채용 혁신의 배경에는 HBM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은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고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호황이 지속될수록 경쟁의 본질은 더욱 분명해진다. 차세대 제품을 설계하고 수율을 높이며 고객 요구에 맞춰 기술을 고도화할 인재가 없다면 기술 우위도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학력 장벽을 낮추고 설계 직무 중심의 대규모 채용에 나선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반도체 경쟁의 다음 단계는 결국 사람을 얼마나 넓게 찾고 깊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성과급 논의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초과수익을 기업과 구성원, 협력 생태계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충, 청년 채용, 구성원 보상, 협력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때 반도체 호황은 일시적 실적 개선을 넘어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노사 관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숙련의 축적에서 나온다. 성과를 둘러싼 논의가 갈등의 언어에 머문다면 인재 유출과 조직 피로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기술 리더십과 보상, 고용 확대를 함께 설계한다면 노사는 AI 반도체 시대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학력 제한 폐지가 곧 채용 혁신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위 대신 잠재력을 보겠다면 이를 검증할 평가 기준도 정교해야 한다. 직무별 역량 검증과 입사 후 교육 체계, 현장 배치 이후 성장 경로까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문을 넓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들어온 인재가 실제 기술 경쟁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이번 선택은 상징성이 크다. 호황기에 문을 더 좁히는 대신 더 넓히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장비와 자본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싸움이다. 최태원식 인재 철학을 앞세운 SK하이닉스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신을 넘어 인재 혁신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8 1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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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닉 선두 굳히기·삼성 반격·마이크론 추격… HBM '왕좌의 게임'
[경제일보] AI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이 고대역폭메모리, HBM으로 옮겨붙고 있다. GPU가 AI 서버의 엔진이라면 HBM은 그 엔진에 데이터를 밀어 넣는 연료관이다. 생성형 AI와 대형언어모델이 커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해야 하고, 이 병목을 풀어주는 부품이 HBM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 주도권을 쥔 곳은 SK하이닉스다. 이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E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고, 미국 마이크론은 HBM4 양산과 전력효율을 무기로 파고들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싸움은 단순한 메모리 가격 경쟁이 아니다. 엔비디아, AMD,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AI 고객의 차세대 서버 로드맵에 누가 더 깊이 들어가느냐의 승부다. ‘선점 효과’ 선두 굳히기 나선 나선 SK하이닉스 현재 구도에서 가장 앞선 곳은 SK하이닉스다. 엔비디아는 최근 SK하이닉스와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다년 기술 파트너십을 맺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를 핵심 메모리 파트너로 언급하며 향후 AI 수요 대응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강점은 선점 효과다. HBM3E 시장에서 확보한 고객 신뢰가 HBM4와 그 이후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고객은 단순히 제품 사양만 보고 공급사를 바꾸기 어렵다. HBM은 GPU와 패키징, 열관리, 전력효율, 양산 수율이 맞물려야 하는 부품이다. 일단 고객사 플랫폼에 들어가면 다음 세대 제품 개발도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이제 범용 D램처럼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사의 AI 가속기 설계 단계부터 함께 들어가는 부품”이라며 “선두 업체가 차세대 로드맵까지 고객과 맞춰가면 후발 업체가 단기간에 따라붙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부담도 있다. 선두라는 말은 곧 공급 책임이 크다는 뜻이다. AI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고, HBM은 일반 D램보다 생산 공정과 패키징 난도가 높다. 생산능력 확대에는 막대한 설비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특정 대형 고객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변수다.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엔비디아 로드맵 변화에 실적과 투자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HBM4E로 반격…고객사 인증·양산 수율 등 과제 삼성전자는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했다. 해당 제품은 최대 16Gbps 속도, 스택당 최대 3.6TB/s 대역폭, 48GB 용량을 구현했다. 삼성은 HBM4 양산 경험과 1c D램 공정, 4나노 파운드리 로직 베이스 다이를 앞세워 HBM4E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의 강점은 종합 반도체 역량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메모리 중심 기업이라면, 삼성은 D램과 낸드뿐 아니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함께 갖고 있다. HBM 경쟁이 메모리 칩을 쌓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로직 다이, 패키징, 고객 맞춤형 설계까지 확장될수록 삼성의 종합 역량은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과제도 분명하다.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제품 발표보다 고객사 인증과 양산 수율이 먼저다. AI 반도체 고객은 성능 수치만큼이나 납기, 수율, 장기 공급 안정성을 본다. 삼성의 HBM4E가 기술적으로 앞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실제 대형 고객의 플랫폼에 얼마나 빠르게 들어가느냐가 승부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에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D램과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가진 회사라는 점에서 반격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시장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발표가 아니라 고객사 인증과 실제 공급 물량”이라고 했다. 미국 공급망 앞세운 마이크론…대형 고객 다변화·장기 물량 확보 등 관건 미국 마이크론은 HBM4 36GB 12단 제품을 올해 1분기부터 양산 출하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을 겨냥한 제품으로, 2.8TB/s를 넘는 대역폭과 HBM3E 대비 20% 이상 개선된 전력효율을 제공한다. HBM4 48GB 16단 샘플도 고객사에 출하했다. 마이크론의 강점은 미국 기업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전력효율 마케팅이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은 미국 빅테크와 정부 조달,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정치적 안정성을 내세울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에서 전력비와 냉각비가 커지는 만큼 전력효율도 중요한 경쟁 요소다. 하지만 마이크론 역시 넘어야 할 벽이 높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세 기업만이 사실상 공급할 수 있는 과점 시장이지만, 생산 규모와 고객 기반에서는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여전히 크다. 기술적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더라도 대형 고객 다변화와 장기 물량 확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HBM4에서 기술 완성도와 미국 공급망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내고 있다”며 “다만 HBM은 고객 인증과 양산능력이 함께 검증돼야 하는 시장이어서 실제 점유율 확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HBM 3파전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회이자 시험대다. SK하이닉스가 선두를 지키면 한국은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 공급망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격에 성공하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묶은 종합 AI 반도체 전략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마이크론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 한국 기업의 HBM 프리미엄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6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6 10: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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