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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은 통과, 두나무는 왜 멈췄나…'금가융합' 첫 문 열렸지만 셈법 달랐다
[경제일보] 과거 17년 말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한 이른바 ‘금가분리’ 기조 이후 처음으로 금융그룹 계열사의 가상자산거래소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을 품으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승인을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전면 허용됐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한 결정적 배경에는 코빗의 낮은 시장점유율이 있었다. 반대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와 대형 플랫폼의 결합인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심사는 장기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이 포함됐다는 공통점보다 결합 이후 시장을 움직일 힘이 얼마나 커지는지가 심사 속도를 가른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지분 92.06%를 약 1334억원에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호텔업을 주력으로 하는 비금융 계열사지만 그룹 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두고 있어 증권·자산운용업과 가상자산거래소 간 혼합결합으로 심사받았다. ◆ 금가분리 9년 만의 변화…공정위가 코빗을 허용한 이유 공정위는 미래에셋 금융 계열사와 코빗이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향후 주식과 가상자산을 한곳에서 거래하는 통합 플랫폼이 등장할 때 경쟁 증권사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될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빗을 활용해 경쟁사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결론은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지 않다’였다. 코빗의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량 기준 점유율이 약 0.5%에 불과하고 거래소 경쟁을 좌우하는 유동성도 시장 판도를 바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다른 거래소나 금융회사를 배제할 힘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을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한 첫 사례로 규정했다. 디지털금융 시장의 재편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가 이번 승인을 금가융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금가분리는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 과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데 보수적인 원칙이 적용됐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 실물연계자산(RWA)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도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심사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나온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공정위의 승인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한 결과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을 전면 허용하거나 금가분리 원칙을 공식 폐기한 결정은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과 금융 계열사 간 정보 공유, 이해상충 방지 등 금융당국의 별도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네이버·두나무는 다른 문제…플랫폼과 데이터까지 본다 시장 관심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인허가가 길어지면서 주주총회와 거래 종결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다. 당초 6월 말로 예정됐던 거래 종결 시점은 12월 말까지 밀렸다. 두 결합의 가장 큰 차이는 시장 지위다. 공정위 제출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점유율은 업비트 69%, 빗썸 28%, 코인원 2%, 코빗 0.5%, 고팍스 0.1% 수준이다. 코빗은 인수 이후에도 시장을 좌우하기 어렵지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이미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네이버의 영향력도 증권사 투자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르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광고, 간편결제를 일상적으로 연결하는 대형 플랫폼이다. 두나무와 결합하면 네이버페이의 결제 기반과 이용자 데이터,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심사 범위도 거래소 간 점유율 비교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검색·쇼핑·콘텐츠 이용자를 업비트로 유도하거나 두나무의 거래 정보를 네이버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가능성, 비상장주식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경쟁사를 배제할 가능성, 결제와 투자 서비스를 묶어 이용자를 특정 플랫폼에 고착시키는 효과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빗과 두나무의 시장 지위가 크게 다른 만큼 두 기업결합을 동일한 잣대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코빗은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않아 인수 이후 시장 구도를 단기간에 바꿀 가능성이 작다. 반면 두나무는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과반을 차지한 1위 사업자다. 여기에 네이버의 이용자 기반과 플랫폼 영향력이 더해질 경우 데이터와 고객 유입 경로가 특정 생태계에 집중될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코빗 인수 승인이 네이버·두나무 결합에 그대로 적용될 선례가 되기는 어렵다. 미래에셋·코빗 심사의 핵심이 금융회사와 중소형 거래소의 결합에 따른 경쟁사 배제 가능성이었다면, 네이버·두나무 심사에서는 대형 플랫폼과 1위 거래소의 결합이 결제·투자 서비스 경쟁과 이용자 선택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 거래소 인수는 출발점…법인 ‘온보딩’이 진짜 승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미래에셋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코빗을 인수했다고 해서 업비트·빗썸 중심의 시장 구도가 곧바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수수료 인하와 신규 고객 보상, 거래 종목 확대 등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이 노릴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은 법인·기관 고객이다. 법인은 개인처럼 계좌를 개설하고 곧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않는다. 투자 필요성과 적합성 검토, 이사회 등 내부 승인, 투자 한도 설정, 자금 집행 권한, 자산 보관, 가격 산정, 손익 인식, 회계·세무 처리까지 여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거래소의 주문 체결 기능보다 제도권 금융 수준의 위험관리가 중요해진다. 법인이 투자 대상을 내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리서치와 위험 안내, 감사·보고에 활용할 거래 데이터, 월렛 키와 출금 권한을 통제하는 보안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과 보상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서치와 자산관리, 투자자 보호, 내부통제 경험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품 설계와 운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코빗이 거래·보관 인프라를 맡고 금융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한다면 법인 고객을 위한 리서치와 커스터디, 운용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기회다. 법인 참여가 본격화하면 거래소 경쟁 기준은 개인 고객 수와 수수료율에서 보관·보안·내부통제·사후관리 역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코빗이 개인 거래량 경쟁을 넘어 기관형 디지털자산 인프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법인 시장이 곧바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의 회계·세무 처리와 투자 한도, 내부통제 기준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 금융 계열사와 거래소 사이의 고객정보 공유 및 이해상충 방지 원칙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RWA, 커스터디 사업 역시 관련 법률의 내용에 따라 사업 범위와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2026-07-12 13: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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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경쟁 끝…AI 승부처는 '산업 현장'
[경제일보]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거대언어모델(LLM) 성능 중심에서 산업 적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기술 경쟁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신소재 개발과 제조 혁신, 금융 분석 등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 AI'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머신러닝 학회 'ICML 2026'에서 엑사원(EXAONE)의 산업 적용 사례를 대거 공개했다. 학회에서 발표한 14편의 논문보다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였다. AI가 연구개발을 돕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제품 개발과 의사결정, 데이터 생산 방식을 바꾸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소재 발굴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다. LG AI연구원은 AI를 활용해 42만개가 넘는 후보 물질 가운데 탈모 관리 신소재 '람시딜'을 하루 만에 찾아냈고, 현재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액침 냉각유 소재 역시 GS칼텍스와 공동 개발하며 신소재 발굴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금융 특화 AI 에이전트 '엑사원 BI'는 한국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약 8000개 종목을 매일 분석해 투자 판단에 필요한 예측 정보와 분석 리포트를 제공한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이어 최근 코스콤과도 협력을 시작하면서 산업 AI의 적용 범위를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자본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데이터 생산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는 AI가 고품질 데이터를 자동 생성하고 전문 분야별 AI 모델 구축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국민연금공단 시범 사업에서는 하루 1만건 이상의 전문 데이터를 자동 구축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구축하던 방식에서 AI가 데이터 생산 공장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I가 공정 최적화와 수율 개선에 활용되고 있으며 배터리 업계에서는 차세대 소재 개발과 품질 관리에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설비 이상을 예측하고 생산 계획을 최적화하는 AI 솔루션 도입이 늘고 있고 금융권 역시 투자 분석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AI가 더 이상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라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LG의 차별점은 AI 기술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제조 계열사를 통해 AI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 AI를 연구하는 조직과 이를 활용할 산업 현장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산업 AI가 확대될수록 AI가 내린 판단의 신뢰성과 책임 문제, 기업 데이터 보호, 산업별 규제 체계 등 새로운 숙제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산업마다 필요한 데이터의 특성과 정확도가 다른 만큼 범용 AI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검증 체계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산업계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더 이상 논문과 연구 성과에 머무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AI 생태계 역시 더 이상 모델 성능이나 논문 편수만으로 경쟁력을 평가받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을 넘어 실제 산업 난제를 해결하고 사업화 성과를 입증하는 기업이 새로운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도 AI 모델의 성능 경쟁에서 산업 현장의 활용 가치와 사업화 역량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AI의 다음 킬러 애플리케이션 역시 새로운 챗봇보다 공장과 연구소, 데이터센터, 금융시장 등 산업 현장에서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2026-07-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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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①기업·재벌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경제에 기술 도입을 넘어선 전방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조직과 사업모델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는 편리함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주권과 알고리즘 감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을 넘어 인프라, 인재,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AI시대 한국경제 3주체의 역할 변화와 개혁 과제를 짚고, 한국경제가 관성의 경제에서 학습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한국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전환의 한복판에 섰다. 반도체 기업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플랫폼 기업은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금융권도 생산공정 자동화, 로봇, AI 상담,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축으로 대규모 AI·반도체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약 8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참여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또 SK·GS·네이버 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관련 투자가 10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9일 SK·GS·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가 5GW, GS가 2.4GW, 네이버가 1GW 규모로 참여하며 관련 투자 규모는 550조원으로 제시됐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 기업들은 다시 한 번 ‘큰 판’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AI 투자가 곧 AI 경쟁력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AI 전략 담당자는 “지금은 어느 그룹이나 AI 조직과 태스크포스는 갖추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데이터 접근권, 보안, 법무, 감사, 성과평가가 모두 걸린다”며 “AI 도입보다 어려운 것은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라고 말했다. HBM이 바꾼 증시 서열…AI가 기업가치 기준 흔든다 AI 전환은 이미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바꾸고 있다. 대표 사례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HBM 시장 선점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22일 코스피 장중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주가 순위 변화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범용 메모리 중심에서 AI용 고부가 메모리와 패키징, 고객 맞춤형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AI 반도체 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차세대 HBM을 얼마나 빨리 개발·공급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다만 AI 반도체 호황이 항상 주가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AI 붐 지속성에 대한 우려 속에 장중 동반 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핵심 테마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실적 증가보다 지속 가능한 가격 결정력과 고객 기반을 본다”며 “AI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기업 간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울타리에 갇힌 데이터, AI 경쟁력의 병목 AI 경쟁력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 투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활용 구조가 핵심 변수다. 한국 대기업은 제조, 금융, 유통, 통신, 물류 등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별·부서별로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보안과 개인정보, 감사 리스크 때문에 실제 활용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공장에는 설비 데이터가 쌓이고, 영업부서에는 고객 데이터가 쌓이며, 구매부서에는 공급망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를 하나의 모델로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기술 문제가 아니라 내부 승인 절차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벌 구조의 강점이던 수직계열화도 AI시대에는 양면성을 갖는다. 위기 때 빠르게 자원을 동원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데이터와 인재가 계열사 내부에 갇히면 개방형 혁신에는 불리할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AI 스타트업과 협업을 말하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지식재산권, 데이터 소유권, 보안 조항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함께 실험하고 성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도입보다 어려운 건 일하는 방식의 개혁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사내 업무에 도입하면서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시장조사, 고객 응대, 코드 작성, 번역, 계약서 검토 등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를 업무 도구로 배포하는 것만으로 생산성 향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arXiv에 공개된 조원익·김성훈·김근혜의 포지션 페이퍼 ‘Adopting AI in Practice Does Not Guarantee the Productivity Boost’는 AI 도입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인력 구성, 구성원의 기초 역량, 학습곡선, 인센티브 구조, 목표 설정의 유연성 등이 AI 생산성 효과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한 경영학 교수는 “AI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기업이 AI를 제대로 쓰려면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어떤 판단은 사람이 책임질지 조직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중간관리자는 자료를 취합하고 보고서를 다듬고 리스크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정보 수집과 문서 작성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면서 중간관리자의 경쟁력은 보고서 작성 능력이 아니라 문제 정의, 결과 검증, 부서 간 조정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전환은 청년 채용과 인재 육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 사무 업무와 초급 분석 업무가 AI로 대체되면 신입사원이 조직에서 배우는 첫 단계가 줄어들 수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AI 도입 이후 신입사원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처음부터 문제 해결형 역량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채용 규모를 줄이는 유혹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풀이 약해질 수 있어 재교육 체계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거버넌스도 기업 경쟁력 됐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책임도 커진다. 한국은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고영향 AI에 대한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금융, 보험, 의료, 채용, 교육처럼 개인의 권리와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가 중요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 상담이나 대출심사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설명 책임이 약하면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를 많이 쓰는 회사보다 AI 판단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평판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AI 활용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기업의 성장 방식은 계열사 내부에서 원료 조달, 부품 생산, 완제품 제조, 금융 지원을 묶는 수직계열화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데이터, 클라우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인재가 기업 안팎에 분산돼 있어 외부 스타트업과 대학,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과 실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력이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반도체 설비 확충과 데이터센터 구축은 AI 전환의 기반에 해당하지만 이후에는 내부 인재 재교육, 중간관리자 역할 재정립, AI 활용 책임 체계, 외부 생태계와의 협업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의 AI 경쟁력은 대규모 투자 이후의 실행 구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총수의 투자 결정을 현장의 실험과 조직 학습으로 연결하고, 계열사 중심의 폐쇄형 운영을 개방형 협력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AI 전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고 말했다.
2026-07-09 16: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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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미래에셋 코빗 인수 승인, 두나무는 왜 멈췄나
[경제일보] 가상자산 시장 재편에서 첫 문은 미래에셋이 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를 승인하면서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품는 첫 사례가 나왔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은 또 뒤로 밀렸다. 공정위는 9일 미래에셋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 92.06% 취득을 승인했다. 거래 금액은 약 1334억 원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호텔 운영을 주력으로 하는 비금융 계열사지만 그룹 내 증권·자산운용 계열사가 있는 만큼 공정위는 증권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자산운용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혼합결합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공정위 판단의 핵심은 코빗의 낮은 시장 영향력이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코빗의 시장점유율은 약 0.5% 수준이다. 업비트와 빗썸 중심으로 유동성이 쏠린 시장에서 코빗 인수만으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미래에셋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잇는 사업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향후 주식과 가상자산을 함께 다루는 투자 플랫폼, 커스터디,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 가상자산 기반 ETF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사업화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금융당국의 후속 규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승인만으로 이른바 ‘금가분리’ 기조가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문을 연 이유는 코빗의 점유율과 유동성이 작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도입될 경우 코빗 지분 92.06%를 보유하게 되는 미래에셋컨설팅도 향후 지분 구조 조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결합은 훨씬 복잡하다. 네이버는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주식교환일을 기존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변경했다. 주주총회 예정일도 8월 18일에서 11월 19일로 늦췄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연기다. 차이는 시장 지위다. 코빗은 0.5% 거래소지만 두나무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국내 1위 가상자산 사업자다. 여기에 네이버의 검색, 커머스, 결제, 금융 플랫폼이 결합하면 이용자 접점과 데이터, 결제, 투자 서비스가 한꺼번에 묶인다. 공정위가 네이버·두나무 결합을 더 오래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허가 절차도 남아 있다. 거래가 완료되려면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뿐 아니라 네이버파이낸셜 대주주 변경 승인 및 겸영 신고, 두나무 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 등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규제나 금융·가상자산 겸영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변수다. 한편 이번 결정은 작은 거래소를 통한 금융권 진입은 허용하되, 1위 플랫폼과 1위 거래소의 결합은 더 따져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는 디지털자산 제도권 진입의 출발점이 됐지만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플랫폼·금융·가상자산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가르는 더 큰 시험대로 남았다.
2026-07-09 16: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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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전북 금융타운 개소…국민연금 연계 자산운용 거점 조성
[경제일보] KB금융그룹이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 특화 금융거점을 마련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자산운용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 주민과 기업을 위한 종합금융서비스, 창업 지원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전북 KB금융타운'에서 개소식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개소식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조지훈 전주시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북 KB금융타운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구축하고 청년과 중소기업,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 금융거점으로 조성됐다. KB금융타운에는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한다. 이들 계열사는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자산운용 업무를 지원하고 지역 내 금융서비스 확대와 기업 성장 지원을 추진한다. 이번 개소로 전북혁신도시에는 현지 채용 인력 약 150명을 포함해 약 350명의 KB금융그룹 직원이 상주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자산운용 중심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해 KB자산운용 전주사무소와 KB증권 전주 CIB센터를 운영한다. 지역 주민과 기업을 위한 은행·증권 복합점포, 시니어 특화 금융 상담을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도 마련했다. 서민·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KB희망금융센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비대면 자산관리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과 기업이 자산관리, 투자, 채무조정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 지원도 강화한다. KB금융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KB 이노베이션 HUB'를 중심으로 계열사 협업과 투자 연계를 확대하고,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북의 강점인 기후·에너지·농생명 분야와 연계한 기후테크 벤처기업 육성 펀드에도 신규 투자한다. 탄소저감과 재생에너지, 스마트농업 등 유망 기업의 지역 내 창업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컨설팅 △금융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 사업도 이어간다. 국민은행은 오는 9일까지 현대백화점,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NPS X KB금융타운 오픈스토어'를 운영하고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와 경영 컨설팅을 지원한다. 미래 금융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도 확대한다. KB금융공익재단 전문강사와 국민연금공단 강사진이 함께 초·중·고 경제금융교육을 운영하고 'NPS 오픈캠퍼스' 연계 우수 학생 장학금 지원도 추진한다. 양 회장은 "전북 KB금융타운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금융과 산업,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청년과 중소기업, 혁신기업이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금융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8 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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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15GW AI 데이터센터 구축…'아시아 AI 허브' 승부수
[경제일보] SK텔레콤이 총 15GW 규모의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빅테크의 AI 컴퓨팅 수요를 국내로 유치해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 SK텔레콤은 경남 진주 경상대에서 진행된 '영남권 첨단산업 육성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오는 2035년까지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우선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서남권에도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추가 구축해 오는 2029년부터 총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AI 수요와 투자 여건을 고려해 2035년까지 15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AI 인프라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서비스 경쟁이 결국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AI 인프라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 및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매년 19~22% 성장하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오는 2030년 미국에서만 약 15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 역시 올해 약 2000억 달러(약 3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예고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경쟁력을 비롯해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을 통해 축적한 인프라 구축 경험 등이 글로벌 AI 기업들의 투자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향후 국내 AI 인프라 전략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는다. 현재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오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 시설에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냉각 시스템과 대규모 전력 운영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며, 향후 글로벌 AI 기업들의 컴퓨팅 수요를 수용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형태인 'AI 팩토리' 구축 계획도 발표하는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27년 AI 팩토리 운영을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AI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SK그룹의 AI 인프라 역량도 집결된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에너지,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역량 등을 그룹 계열사와 연계하고,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을 총괄하는 'AI 인프라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룹 차원의 풀스택 AI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서버 시설이 아닌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AI 산업 성장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와 클라우드, 통신, 전력 산업을 연결하는 기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AI 데이터센터를 경부고속도로와 초고속 인터넷에 이은 차세대 국가 혁신 인프라로 육성하고,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이번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글로벌 AI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산업계·지역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핵심 AI 인프라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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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승부는 공장부터…제조기업 로봇 전략 갈린다
[경제일보] 피지컬 AI 경쟁이 휴머노이드에서 제조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AI 로봇 보급과 핵심 부품 육성에 나서면서 제조 현장이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흐름 속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전략은 엇갈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는 로봇으로 공장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HD현대로보틱스와 로보티즈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로봇을 팔 것인가, 로봇으로 공장을 바꿀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 차이가 제조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 제조업이 먼저 검증한다…피지컬 AI 경쟁력은 데이터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로봇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제조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업종별 특화 AI 로봇을 매년 1000대 이상 산업 현장에 보급하고, 10대 업종별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핵심 부품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제조업을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은 제조 현장이 기술의 경제성과 활용성을 가장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가격과 안전성, 작업 효율, 양산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제조 현장은 용접과 조립, 검사, 물류, 이송 등 적용 분야가 명확하고 생산성 향상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기술을 실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설비였다면 피지컬 AI는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작업 방식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생산설비와 작업자, 물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공정 효율과 품질을 함께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로봇 자체보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과 활용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판단 정확도와 작업 완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데이터팩토리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도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다만 같은 제조업 기반을 두고도 기업들의 선택은 다르다. 일부는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일부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장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전략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LG는 로봇 활용, HD현대로보틱스·로보티즈는 로봇 공급 현대자동차그룹은 피지컬 AI를 생산 현장에 먼저 적용하고 있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안전성 검증이 가능한 작업부터 적용하고, 2030년부터는 조립 등 고도화된 공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제조 데이터다. 현대차그룹은 HMGMA에 로봇 전용 학습 공간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구축해 로봇 학습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생산라인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해 로봇 성능과 공정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투자 계획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조5000억원을 인공지능,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수소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제조와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축적한 자동화 기술을 홈로봇과 AI홈, 서비스 로봇으로 확대 적용하고, 스마트 가전과 연계한 공간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로봇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가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AI홈을 중심으로 가전과 로봇이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공간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자동화 기술을 소비자 생활공간과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확장해 제조와 서비스 경쟁력을 함께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피지컬 AI 기반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산업용 로봇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보티즈는 사람 손 구조를 구현한 로봇핸드와 초소형 핑거 액추에이터를 앞세워 핵심 부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보급이 늘어날수록 로봇 관절과 손을 구성하는 부품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제조기업과 로봇기업 가운데 어느 한쪽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생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로봇, 핵심 부품 기술이 함께 발전할 때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026-07-03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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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스, AI·3D 입은 몰입형 커머스 공개…롯데와 온라인 쇼핑 혁신 나선다
[경제일보]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칼리버스가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결합한 몰입형 커머스를 선보이며 차세대 온라인 쇼핑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단순히 상품을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상품을 추천하고 상담하며 3D 기반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는 환경을 구현해 온라인 쇼핑 경험을 오프라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3일 칼리버스는 롯데ON, 롯데하이마트와 협업해 AI와 3D 기술을 접목한 '이머시브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머시브 커머스는 AI와 디지털트윈, 가상공간 기술을 결합해 소비자가 상품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맞춤형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세대 쇼핑 방식이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실제로 체험하고 판매 직원과 상담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온라인에서도 제공해 구매 결정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서비스는 PC와 노트북은 물론 모바일과 태블릿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웹 기반으로 제공돼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롯데ON과 롯데하이마트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롯데ON에서는 'AI 스타일링샵'을 통해 AI 기반 가상 시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롯데GFR의 '스포티&리치' 의류를 상·하의로 자유롭게 조합하고 3D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착용과 유사한 핏과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다. 원단의 질감과 주름, 길이감 등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온라인 의류 쇼핑의 한계를 보완했으며, 원하는 상품은 브랜드관과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플럭스 버츄얼 스토어'를 운영한다. 가전제품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해 제품의 외관은 물론 내부 구조까지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AI 상담 어드바이저가 제품 특징과 주요 기능, 사용 방법, 구매 시 고려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는 것과 유사한 상담을 온라인에서도 받을 수 있어 상품 탐색부터 상담, 구매까지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칼리버스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의 패러다임을 단순 검색 중심에서 AI 기반 체험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가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것은 물론, 3D 기술을 활용해 구매 전 경험까지 제공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쇼핑 환경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향후에는 패션과 가전을 넘어 리빙과 뷰티,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고객 체형을 반영하는 AI 스타일링 기능과 AI 맞춤형 상품 추천, AI 파노라마 기반 가상 매장 등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AI 기반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칼리버스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보완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AI·3D 역량의 활용 범위를 지속 확대하고, 차세대 몰입형 커머스 역량을 고도화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AX 전환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7-03 1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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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발전의 GS, AI 전력사업자로 변신한다
[경제일보] 정유와 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GS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 인프라 사업자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정보기술(IT) 시설이 아닌 전력 조달과 냉각, 부지, 전력망이 결합된 에너지 산업으로 보고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AI 시대에는 반도체만큼이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GS의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 피지컬 AI와 함께 핵심 축으로 제시하고 SK,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1단계로 총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GS는 강원 동해에서 2.4GW 규모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 확장 계획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18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S가 추진하는 2.4GW급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로 거론된다. 투자 규모도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서버가 대규모로 들어서는 만큼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 역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한다. 결국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은 서버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GS가 이번 사업의 주체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전소를 운영하며 축적한 전력 공급 역량과 산업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AI 산업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GS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GS는 발전 자산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는 GS EPS의 LNG복합화력 발전소가, 강원 동해에는 GS동해전력의 발전 자산이 자리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장거리 송전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AI 시대에는 발전소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넘어 첨단산업을 끌어들이는 핵심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 대상지가 동해로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해는 GS동해전력의 발전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항만과 산업단지 등 기존 산업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로 평가된다.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을 어디서 생산하느냐보다 어디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입지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GS의 또 다른 강점은 냉각 기술이다. GS칼텍스는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사업에 진출했다. 액침냉각은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AI 서버처럼 발열이 큰 환경에서 기존 공랭식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GS칼텍스는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실증을 진행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GS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기존 사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GS 관계자는 "정부 메가프로젝트에서 GS는 동해 2.4GW 계획으로 발표됐다"며 "기존 역량을 활용해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업 구조는 아직 초기 단계다. GS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가 가진 역량들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역할이 나눠진 것은 아니다"라며 "전력 조달 방식도 정해진 바 없고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액침냉각유 사업과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 사업 계획은 향후 단계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GS가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룹이 보유한 발전과 에너지 역량을 AI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정부와의 협의가 진행되면서 전력 공급 방식과 계열사별 역할도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송전망과 변전설비, 계통 안정성 확보는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 인허가와 지역 수용성도 중요한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용수 사용량이 큰 반면 고용 효과는 제조업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사회와의 협의, 환경 영향 최소화, 지역 경제 기여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탄소배출 부담도 해결 과제다. LNG복합발전은 석탄보다 친환경적이지만 무탄소 전원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조달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활용한 전력 공급 전략도 요구된다. AI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을 좌우할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AI 기업 확보 역시 향후 사업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결국 GS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에너지 기업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정유와 발전이 핵심 사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력 생산을 넘어 전력과 냉각, 부지, 인프라를 통합 제공하는 AI 전력사업자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반도체 공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산업 경쟁력이 되고 있다. GS가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유와 발전으로 성장한 GS가 AI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26-07-02 09:5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