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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3곳서 800조 메가뱅크로…신한금융, 위기때마다 문법 바꿨다
신한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금융산업의 압축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1982년 7월 7일,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자본과 ‘금융을 통해 조국에 기여하겠다’는 금융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임직원 279명, 점포 3곳으로 출발한 후발은행이었다. 이 작은 출발이 훗날 한국 금융의 판도를 흔든 출발선이 됐다. ◆후발은행의 반란…지주사 전환으로 종합금융그룹 기틀 세우다 신한의 DNA는 처음부터 달랐다. 시중은행의 후발주자였지만 그 한계를 서비스와 속도로 돌파했다. 은행 문턱이 높던 시절 신한은 고객 응대와 업무 처리 방식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금융기관이 고객 위에 군림하던 관행 대신, 고객을 맞이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은행을 지향했다. 창립 당시 점포 3곳에 불과했던 은행이 2006년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점포 945개, 직원 1만1311명, 총자산 163조원 규모의 대형 은행으로 커진 것은 이 같은 영업문화와 조직 DNA가 숫자로 확인된 결과였다. 신한은행은 설립 후 빠르게 성장했다. 1984년 국내 최초 CMF(Customer Master File) 수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했고, 1985년 동화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1988년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으로 이전했고 1989년에는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는 은행으로 올라섰다. 은행업의 기본인 예금·대출 경쟁력 위에 전산화, 고객서비스, 증권업 진출을 결합한 것이 신한식 성장 모델의 원형이었다. 신한의 1차 도약이 ‘은행업의 혁신’이었다면, 2차 도약은 ‘금융그룹화’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생존과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신한은 이 격변기를 기회로 바꿨다. 2001년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은행·증권·카드·보험·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길을 열었다. 수치로 보면 변화는 더 선명하다. 신한금융은 2001년 지주 출범 당시 총자산 56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221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에는 총자산 861조7000억원으로 20년 사이 15.3배 늘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5년 4조9716억원으로 24년만에 22배 커졌다. ◆조흥은행·LG카드 품고 메가뱅크로…신한사태 뒤 시스템 경영 강화 2004년 조흥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2006년 통합 신한은행을 출범시킨 것은 신한 역사에서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후발 은행이었던 신한이 전통 대형 은행의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흡수하며 단숨에 ‘메가뱅크’ 반열에 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2007년 LG카드 인수와 통합 신한카드 출범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의 상징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으로 이어진 포트폴리오 확장은 신한을 단일 은행에서 복합 금융그룹으로 바꿨다. 그러나 금융명가의 역사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2010년 이른바 ‘신한사태’라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경영진 다툼이었다. 이후 법정 공방과 검찰 과거사위 판단 등을 거치며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특정 인물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시스템 중심의 경영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후 신한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내부통제 △윤리경영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리딩금융 재확인…생산 금융·AI·자산관리로 다음 성장판 짠다 현재 신한금융 위기를 돌파하며 리딩금융그룹의 한복판에 서 있다. 신한금융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3조1567억원에서 2025년 4조9716억원으로 늘었다. 7년 사이 순이익이 약 57.5%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도 6579원에서 9812원으로 확대됐다. 저금리, 코로나19,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금융규제 강화 같은 변수를 통과하면서도 이익 체력을 키운 셈이다. 2026년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 단계 더 확인됐다. 신한금융은 2026년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생산적 금융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경영전략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차별화된 금융 경험, 전사적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앞으로 은행이 성장하려면 △기업금융 △혁신기업 지원 △수출입 금융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관리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전환이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모바일 앱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상담·심사·리스크관리·자산관리 영역에 AI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산관리와 은행·증권 복합 모델 고도화도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투자증권을 결합한 ‘신한 Premier’ 브랜드를 통해 고액자산가와 지역 고객을 겨냥한 복합 자산관리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은행·증권·자산운용 역량을 묶어 고객의 자산 여정을 관리하려는 시도다. 또 글로벌 확장 전략도 핵심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베트남, 일본, 중국,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 17개 국에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마지막 신한금융의 미래성장전략은 신뢰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뢰가 무너지면 수십 년의 브랜드도 하루아침에 흔들린다. 신한은행이 올해 경영전략에서 △내부통제 체계 정착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 △고객 자산을 지키는 금융 안전망 등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강점은 위기 때마다 성장의 문법을 바꿔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는 친절과 전산화로 기존 은행권의 문화를 흔들었다. 2000년대에는 지주사 전환과 대형 인수·합병(M&A)로 금융그룹의 틀을 만들었다. 2010년대에는 내홍을 겪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2020년대에는 디지털, 글로벌, 비은행, 자본효율,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사태라는 아픈 내홍을 겪은 뒤에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더 선명하게 인식했다”며 “지금은 리딩뱅크 재탈환을 넘어 ‘일류 금융그룹’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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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2스타 식당, '개미 토핑' 디저트 판매 기소
[경제일보] 식용이 허가되지 않은 개미를 요리에 사용한 국내 유명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대표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레스토랑은 미슐랭 2스타를 받은 강남 소재 식당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9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구의 한 레스토랑 법인과 대표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2021년부터 약4년 동안 식용이 허가되지 않은 개미를 활용한 디저트 메뉴를 1만2200여회 판매해 1억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디저트는 식혜를 접목한 셔벗 또는 소르베에 개미를 뿌려 먹는 방식으로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방문 후기에는 셰프가 국내 산지에서 직접 채집한 개미라는 취지의 문구가 있었지만, 조사 과정에서는 미국과 태국에서 건조 상태의 개미 제품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 게시물과 후기 등을 통해 해당 레스토랑이 개미를 음식에 얹어 판매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자체 조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식약처는 당시 국내에서 식용 가능한 곤충은 제한적으로 인정돼 있으며 개미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기준상 국내에서 식용 가능한 곤충은 백강잠, 식용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흰색점박이꽃무지 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 풀무치 등 10종이다. 개미는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건 당국은 디저트에 사용된 개미에서 검출된 중금속 수치가 다른 식용 곤충보다 최대 55배 높다는 분석 결과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토랑 측은 조사 과정에서 해외 근무 당시 개미의 산미를 활용한 요리를 접했고 국내에서 위법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파인다이닝 업계의 실험적 식재료 사용과 식품 안전 기준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일부 곤충 식재료가 미식 경험의 일부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품 원료로 인정된 품목만 사용할 수 있다. 식재료의 희소성이나 창의성이 있더라도 안전성과 법적 허용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05-16 09: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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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반도체 벨트 사수냐 국민의힘 생활민심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수도권 남부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며 반도체 산업벨트 사수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유의동 전 의원을 앞세워 지역 기반 회복과 생활민심 반격에 승부를 걸고 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까지 출마하면서 평택을은 단순한 양당 대결을 넘어 다자 구도 속 후보 단일화와 진영 내 표 분산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선거가 됐다. 평택을 재선거는 기존 정치 지형만으로 판세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고덕국제신도시, 평택항, 주한미군기지, 서부권 농촌·산업지역이 함께 맞물려 있다. 반도체 산업 성장 기대감은 크지만 교통·교육·의료·상권·생활 인프라 부족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평택이 산업도시로 커지는 속도에 비해 시민 삶의 기반이 따라가고 있는지 묻는 선거”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김용남 후보를 평택 경제도시 전략의 전면에 세웠다. 김 후보는 수원병 국회의원을 지낸 뒤 정치적 경로를 바꿔 민주당 후보로 평택을에 나섰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인지도와 토론 능력, 메시지 대응력을 앞세워 다자 구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는 평택에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른 지역 기반과 의정 경험을 내세우며 “평택을 가장 잘 아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 흐름 김용남·유의동·조국 ‘오차범위 내 혼전’…단일화가 판 흔든다 최근 여론조사는 평택을 선거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2026. 5. 1.~2. 평택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다자대결 지지도는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 28.8%,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22.5%,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22.2%,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 8.9%, 김재연 진보당 후보 8.8%로 나타났다. 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김용남 후보가 35.7%로 앞섰고 조국 후보 27.9%, 유의동 후보 17.6%, 황교안 후보 8.1%, 김재연 후보 6.4% 순이었다. 이 조사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선두권에 있지만 조 후보와 유 후보가 모두 추격권에 있어 판세를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범진보 단일화 필요 여부는 필요 36.9%, 불필요 42.0%였고 범보수 단일화 필요 여부는 필요 37.4%, 불필요 39.5%로 찬반이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했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해 2026. 5. 4.~5. 평택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조국 후보 26%, 김용남 후보 23%, 유의동 후보 18%, 황교안 후보 11%, 김재연 후보 6%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이고 응답률은 11.6%다. 이 조사에서도 상위 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 묶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분산이다. JTBC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45%는 김용남 후보를 지지했지만 39%는 조국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평택을 선거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당 대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범진보 진영 표가 김용남·조국·김재연 후보로 나뉘고, 범보수 진영 표도 유의동·황교안 후보로 갈라지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최종 승부는 후보 개인 경쟁력보다 단일화 성사 여부와 적극 투표층 동원력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남, 인지도·공격력 강점…정치적 이동 경로는 부담 김용남 후보의 강점은 높은 인지도와 메시지 경쟁력이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경험과 방송·토론 경험을 갖고 있어 다자 구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이 평택을에 김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도 짧은 선거 기간 안에 후보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26. 4. 27. 하남갑에 이광재 전 강원지사, 평택을에 김용남 전 의원, 안산갑에 김남국 대변인을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김 후보는 평택을 “경제핵심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반도체 산업벨트, 평택항, 고덕국제신도시를 연결해 평택을 수도권 남부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기회요인이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는 전체 다자대결과 적극 투표층 모두 김 후보가 앞섰고, JTBC 조사에서도 조국 후보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였다. 특히 적극 투표층에서 김 후보가 35.7%를 기록한 대목은 민주당 조직력이 본격 가동될 경우 막판 결집 여지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약점도 뚜렷하다. 김 후보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민주당 핵심 지지층 일부에서는 정체성 논란이 남아 있다. 조국 후보 출마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김 후보와 조 후보로 갈라지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JTBC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중 김용남 지지가 45%, 조국 지지가 39%로 갈린 점은 김 후보가 민주당 후보임에도 범진보 표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부담은 지역 밀착성이다. 평택을은 서부권 생활권과 고덕신도시가 함께 얽힌 지역이다. 짧은 선거 기간 안에 평택항·안중·포승·청북·팽성·고덕의 서로 다른 민심을 얼마나 촘촘하게 파고드느냐가 관건이다. 전국 인지도는 강점이지만 “평택에서 오래 뛴 후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유의동 후보의 지역 기반 공세에 흔들릴 수 있다. 유의동, 지역 기반·의정 경험 강점…다자 구도에선 확장성 시험대 유의동 후보의 강점은 평택 기반이다. 유 후보는 평택에서 오랜 정치 활동을 해온 인물로, 지역 현안과 생활권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다자 구도 속에서도 유 후보의 지역 조직과 보수층 결집력이 승부의 기반이다. 조국·김재연·김용남 후보가 범진보 표를 나눠 갖는다면 유 후보에게도 반전 공간이 생길 수 있다. 국민의힘은 평택을에서 생활민심을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평택은 산업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교통망·교육·의료·주차·상권 기반에 대한 불만도 크다. 고덕국제신도시 주민들은 출퇴근 교통과 학교·생활 인프라 부족을 체감하고 있고, 서부권 주민들은 평택항과 산업단지 성장의 과실이 지역 생활 개선으로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유 후보에게 기회요인은 범진보 분열이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김용남 28.8%, 조국 22.2%, 김재연 8.8%로 범진보 성향 후보들이 상당한 지지율을 나눠 가졌다. JTBC 조사에서도 조국 26%, 김용남 23%, 김재연 6%로 분산 흐름이 이어졌다. 범진보 단일화가 무산되거나 늦어질 경우 유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로도 선두권 경쟁에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유 후보도 약점이 있다. 우선 국민의힘 지지층이 황교안 후보와 일부 나뉠 가능성이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황 후보는 8.9%, JTBC 조사에서는 11%를 기록했다. 보수 표가 유 후보에게 온전히 결집하지 못하면 유 후보의 추격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평택을은 고덕국제신도시와 삼성 평택캠퍼스 주변의 젊은 유입층이 늘어난 지역이다. 이들은 정당 충성도보다 교통·교육·주거·일자리 등 생활 체감에 민감하다. 국민의힘이 보수 결집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국 변수, 양당 구도 흔들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단일화 셈법 복잡 이번 평택을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조국 후보 변수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출마하면서 선거는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의 양자 구도에서 벗어나 다자 구도로 재편됐다. 조 후보는 JTBC 조사에서 26%로 1위를 기록했고,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22.2%를 얻어 유의동 후보와 사실상 같은 선두권에 섰다. 민주당에는 조 후보가 부담이다. 김용남 후보가 민주당 후보임에도 조 후보가 범진보 표를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김 후보와 조 후보 지지가 갈리는 현상이 확인됐다. 국민의힘에도 조 후보 변수는 양면적이다. 범진보 분열은 유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조 후보가 선거 구도를 ‘윤석열 정권 심판’이나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끌고 갈 경우 보수층 결집과 동시에 중도층 피로감을 자극할 수 있다. 여기에 황교안 후보가 보수 표 일부를 가져가면 유 후보 역시 단일화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평택을을 “단일화가 늦어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는 선거”로 본다. 범진보와 범보수 모두 표 분산 리스크가 있고, 각 후보가 완주할 경우 20%대 중후반 득표로도 당선 가능성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평택캠퍼스냐 생활 인프라냐…막판 변수는 고덕·서부권 표심 평택을의 핵심 변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삼성 평택캠퍼스와 반도체 산업 체감 민심이다. 평택은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일자리·교통·상권 효과는 생활권별로 차이가 있다. 김용남 후보는 경제핵심도시론으로 이를 성장 서사로 묶으려 하고, 유의동 후보는 성장의 과실이 생활 인프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고덕국제신도시 표심이다. 고덕은 평택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한 생활권이다. 젊은 맞벌이층과 삼성 관련 종사자, 외부 유입 인구가 많아 기존 지역 정치 문법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교통·교육·병원·상권 문제가 실제 투표장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서부권 결집이다. 안중·포승·청북·오성·현덕 등 서부권은 평택항과 산업단지, 농촌 생활권이 맞물린 지역이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권역1인 안중읍·포승읍·청북읍·오성면·현덕면에서는 김용남 31.2%, 조국 22.6%, 유의동 21.3%로 나타났다. 권역2인 팽성읍·고덕면·고덕동에서는 김용남 26.3%, 유의동 23.8%, 조국 21.8%였다. 지역별 표심이 크게 엇갈리지는 않지만, 각 후보 모두 확실한 독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평택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평택을은 반도체와 신도시 성장의 기대감이 큰 곳이지만 교통·교육·생활 인프라 불만도 동시에 쌓여 있는 지역”이라며 “김용남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서 범진보 표를 묶을 수 있을지, 유의동 후보가 보수 표 결집과 생활민심 공략을 동시에 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일정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선거는 끝까지 다자 혼전으로 갈 수 있다”며 “평택을의 선택은 수도권 남부 산업도시 민심과 진영 단일화 정치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5-13 09: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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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수도권 방어선 굳히기냐 국민의힘 산업벨트 탈환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수도권 재보선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세 지역이라는 기존 정치 지형 위에 현역 의원의 의원직 상실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보선을 넘어 수도권 산업도시 민심의 흐름을 가늠할 상징전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안산갑 보선은 양문석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으면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에는 수도권 핵심 거점을 지켜야 하는 방어전이고, 국민의힘에는 서남부 산업벨트에서 교두보를 확보할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산갑은 전통 제조업과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 그리고 신도시형 젊은 인구가 혼재한 지역이다. 반월·시화산단 노동자층과 사동·해양동 신흥 주거지역 표심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국 정치 흐름보다 생활경제와 산업 체감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선거 구도 역시 단순하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김남국 전 의원과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맞붙으며 친명계와 친문계의 상징 대결 양상까지 겹쳤고, 국민의힘은 김석훈 전 안산상록갑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직 정비에 나섰다. 결국 안산갑 선거는 △민주당 수도권 방어선 유지냐 △국민의힘 산업벨트 공략 성공이냐 △친명 결집이냐 △생활형 보수 회복이냐의 충돌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여론 흐름 민주당 우세…김남국·전해철 접전 속 국민의힘 추격 현재 공개된 여론조사 흐름은 민주당 우세 속 국민의힘의 제한적 추격으로 요약된다. 중부일보가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2026년 4월 14일부터 15일까지 안산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적합도는 전해철 전 장관 29.8%, 김남국 전 의원 20.2%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는 장성민 전 의원 15.7%, 김석훈 전 위원장 15.5%였다. 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후보 지지도는 전해철 전 장관 23.8%, 김남국 전 의원 21.4%, 장성민 전 의원 10.8%, 김석훈 전 위원장 8.8% 순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민주당 계열 후보 지지율 총합이 국민의힘 후보군을 크게 앞선다는 점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부 경쟁 후유증이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문·친명 경쟁 과정에서 생긴 긴장감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을 경우 막판 결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김남국 전 의원 우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2026년 5월 4일부터 5일까지 안산갑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김남국 전 의원 47.1%, 김석훈 전 위원장 23.1%로 집계됐다. 격차는 24.0%포인트였다.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53.7%, 국민의힘 22.5%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안산갑이 여전히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동시에 “양문석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남국, 친명 결집·젊은층 인지도 강점…가상자산 논란은 부담 김남국 전 의원의 가장 큰 강점은 친명 핵심 지지층 결집력이다. 김 전 의원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온라인 파급력과 대중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 정치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일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다시 형성되며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층 인지도 역시 강점이다. 안산갑은 20~40대 비중이 비교적 높은 지역이고, 사동·해양동 신흥 주거지역과 청년층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영향력이 큰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 조직력 역시 강력한 무기다. 안산갑은 노동자 밀집 지역과 수도권 진보 성향이 결합된 대표적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힌다. 반월·시화산단 노동자층과 공공부문 종사자 비중이 높고, 지방의회와 지역 정치 네트워크 역시 민주당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부담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약점은 가상자산 논란이다. 김 전 의원 개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중도층과 고령층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도덕성과 개혁 이미지를 강조할 경우 김 전 의원 개인 논란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양문석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민주당 귀책 보선”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해철 전 장관 역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조직 기반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행정 경험과 안정감은 강점이지만 세대 확장성과 대중 파급력에서는 김남국 전 의원보다 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기회요인으로 △친명 결집 △수도권 조직력 △산단 노동자층 △청년층 지지 가능성을 꼽는다. 반면 위협요인으로는 △양문석 리스크 △가상자산 논란 △친문·친명 갈등 후유증 △생활경제 체감 부진 등을 거론한다. 김석훈, 생활밀착 조직력 승부수…국민의힘 약세는 한계 국민의힘 김석훈 전 위원장의 가장 큰 강점은 생활밀착형 조직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오랜 지역 활동을 기반으로 현장 조직 관리와 생활형 민원 대응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조용하지만 현장 접촉면이 넓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반월동과 본오동 등 전통 생활권에서는 조직 기반이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산업단지 경기 침체와 외국인 노동 정책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안산갑 민심은 최근 들어 이념보다 생활 체감 문제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통망 확충과 주거 비용 문제, 산업단지 활력 회복 여부가 중요한 표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전체 지지율 자체가 안산갑에서는 약세라는 점은 분명한 부담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장성민 전 의원과 김석훈 전 위원장은 각각 15.7%, 15.5%를 기록했지만, ‘적합 인물 없음’과 ‘잘 모름’ 응답이 46.4%에 달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아직 본선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후보만 정리되면 부동층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기회요인으로 △민주당 귀책 보선 프레임 △산단 경기 침체 △생활경제 불만 △중도층 피로감을 꼽는다. 반면 위협요인으로는 △민주당 강세 지역 특성 △조직 열세 △낮은 정당 지지율 △젊은층 민주당 선호 흐름 등을 거론한다. 반월·시화 산단 민심 어디로…막판 변수는 청년층 투표율 정치권에서는 이번 안산갑 보선 최대 변수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반월·시화산단 민심이다. 산업단지 경기 부진과 중소기업 어려움, 청년 일자리 문제가 누적되면서 “누가 실제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양문석 리스크의 잔존 여부다. 민주당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보선이라는 점이 막판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셋째는 청년층 투표율이다. 안산갑은 20~40대 비중이 높은 지역인 만큼 젊은층 투표 참여율에 따라 실제 득표율 격차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산갑은 겉으로 보면 민주당 우세 지역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부로 들어가면 산업단지 노동자층과 신도시 젊은층, 전통 생활권 표심이 각각 다르게 움직인다”며 “민주당이 친명 결집으로 수도권 방어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국민의힘이 산업벨트 민심을 파고들며 균열을 만들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안산갑 보선은 수도권 산업도시 민심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당에는 수도권 방어선 유지 여부가 걸린 상징전이고, 국민의힘에는 수도권 재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승부처”라고 했다.
2026-05-12 17: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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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은 왜 항상 노인을 고르나 — 통신사의 책임
2025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30.6%가 60대 이상이었다. 2020년 16%에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감소했다. 범죄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고령 피해자 비율은 매년 올랐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고령층을 집중 표적으로 삼는 방향으로 범행 전략을 고도화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주체가 있다. SKT, KT, LGU+ — 이동통신 3사다. 피해액의 무게는 더 무겁다. 1억 원 이상 고액 피해자의 44%가 60대였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5,000만 원을 넘어섰다. 한 번의 전화 사기로 노후 자금 전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2025년 한 해 전체 피해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숫자들 앞에서 통신 3사는 여전히 침묵한다. 범행의 출발점은 통신망이다 보이스피싱의 핵심 기술은 발신번호 변작이다.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청 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실제 발신번호는 해외 VoIP 서버나 조작된 번호로 표시되도록 한다. 피해자가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범죄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실제 기관 번호 80여 개를 목록화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모든 조작은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발신번호 변작을 기술적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는 통신사업자에게 발신번호 거짓표시 방지 기술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장검사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발신번호 변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는가. 법적 의무는 있다. 기술도 있다. 그러나 고령 피해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이 모순의 중간 어딘가에 통신 3사가 있다. '신청해야 쓸 수 있는 차단' — 구조적 방조 SKT, KT, LGU+ 모두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다. 신청하면 문자 발신번호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작동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앱을 켜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이용자가 이 절차를 자발적으로 밟을 가능성은 낮다. 통신 3사는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신청자에게만 제공'되는 보호는, 보호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닿지 않는 구조다. 기본값을 '차단 없음'으로 설정해 놓은 채, 개인의 선택 실패를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경찰청이 2025년 말 SKT·KT·LGU+·삼성전자와 협력해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통신망 접속 즉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술 협력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협력이 왜 범죄가 정점에 달한 뒤에야, 그것도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느냐는 것이다. 고령층은 수익성 높은 고객이자 보호받지 못하는 이용자다 통신 3사의 60대 이상 고객 비중은 전체 이용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요금제를 자주 바꾸지 않고, 해지율이 낮으며, 장기 고객으로 남는다. 통신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안정적인 고객군이다. 그러나 디지털 보안 서비스의 혜택은 가장 늦게, 가장 좁게 닿는다.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는 무료지만 자동 적용이 아니다. 고령 이용자를 위한 보안 기본값 설정 강화, 이상 발신 패턴 탐지 시 선제적 알림, 고위험 번호 자동 차단 등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조치들이다. 통신 3사가 이를 자발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수익 구조를 보호하면서 책임은 피하는 선택의 결과다. '개인 부주의' 프레임을 걷어내야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보도될 때마다 따라오는 문장이 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암묵적으로 소환하는 이 프레임은, 범행의 구조적 조건을 만든 주체들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6만 명 이상의 금융감독원 직원이 전화를 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는 것은, 발신번호가 실제 금융감독원 번호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인지 실패가 아니라 통신망 인프라의 실패다. 법원은 이미 일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통신사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개별 소송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해자에게 이중의 부담이다. 제도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지금 당장 가능한 제도적 조치 세 가지 방향이 즉각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의 기본값을 '적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이용자가 해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고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다. 둘째, 국제 발신 전화에 대한 실시간 변작 탐지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의 '기술적 조치' 의무를 구체적인 탐지·차단 기준으로 명문화하고, 미이행 시 실질적인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 60대 이상 고령 이용자에 대한 보안 알림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 이상 발신 패턴이 탐지될 경우 이용자와 지정 보호자에게 선제적으로 고지하는 체계는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다. 2025년 피해액 1조 원. 60대 이상 피해 비율 30.6%. 이 숫자들은 캠페인 예산이나 홍보 문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인프라 책임을 묻는 것, 보호의 기본값을 바꾸는 것 — 이것이 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어르신들이 전화 한 통에 노후 자금을 잃는 동안, 통신 3사의 면피는 너무 오래 계속됐다.
2026-05-10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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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범죄 확산에 민관 맞손…카카오·경찰청 선제 대응 강화
[경제일보] 카카오가 경찰청과 협력해 피싱 범죄 대응 체계를 강화하며 플랫폼 기반 보안 대응을 한층 고도화할 예정이다. 메신저와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경유한 범죄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민관 협력을 통해 사전 차단 중심의 대응 구조로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카카오는 경찰청과 '피싱 범죄 피해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보이스피싱과 투자 리딩방 등 각종 피싱 범죄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범죄 대응 과정에서 활용되는 데이터와 운영 체계를 연계해 대응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경찰청이 보유한 최신 범행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 운영 정책과 이용자 보호 프로세스에 반영해 의심 계정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 이용자 신고가 접수될 경우 관련 정보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오창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최근 보이스피싱과 신종 스캠 범죄가 플랫폼을 매개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카카오와의 업무협약은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키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앞으로도 민간 기업과의 치안 협력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범죄 수단 차단을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경찰청은 확보한 범행 이용 전화번호 정보를 카카오에 공유하고 카카오는 해당 번호로 가입된 계정에 대해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동일 수법을 활용한 추가 범죄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력은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범죄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피싱 범죄는 피해 발생 이후 신고와 수사를 거쳐 계정이나 번호를 차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MOU를 통해 카카오는 데이터 연계를 진행하고 의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즉시 대응하는 구조로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신저 기반 대화, 오픈채팅, 커뮤니티 등을 활용한 신종 사기 수법이 늘어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이용자 보호와 범죄 예방까지 책임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수사기관과의 협력 역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인공지능(AI) 기반 이상 탐지, 계정 인증 강화, 의심 활동 차단 등 기술적 대응을 진행한 바 있고 이번 MOU를 통해 정부·수사기관과의 데이터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플랫폼 내 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그동안 피싱 범죄 대응을 위해 다양한 기술적·정책적 조치를 도입해왔다고 설명했다. 의심 메시지 탐지, 이용자 신고 시스템 운영, 계정 제재 강화 등 자체 대응 체계를 운영하는 동시에 검찰 등 관계 기관과 협력 범위를 확대해왔고, 이번 경찰청과의 협약을 계기로 카카오는 데이터 기반 대응 체계를 한층 정교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싱 범죄는 개인정보 탈취와 금전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사회적 파급력이 큰 범죄로 꼽힌다. 특히 비대면 금융 거래와 모바일 플랫폼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피해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범죄 발생 이후 대응보다 사전 차단과 예방 중심의 체계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석영 카카오 컴플라이언스 성과리더는 "카카오는 피싱 범죄로부터 안전한 플랫폼 이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정책적 조치를 지속 시행해왔다"며 "앞으로 경찰청과의 협력을 통해 더욱 빠르고 고도화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이용자 보호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5-06 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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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수사'에 잠식된 경찰 신뢰, 제2의 검찰 전락을 경계한다
[경제일보] 사법 정의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범죄 혐의를 입증해 단죄해야 할 수사기관이 ‘법리 검토’라는 전매특허 뒤에 숨어 세월을 낚는 사이, 행정법원의 판결이 먼저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개입 논란을 둘러싼 작금의 사태는 수사권 독립 이후 ‘비대해진 공룡’이 된 경찰이 과연 그 덩치에 걸맞은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지 준엄하게 묻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권한 없이 개입했다는 문체부의 감사 결과가 적법하다고 명시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사법부의 1차적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황당한 대목은 이제부터다. 동일한 사안으로 업무방해 혐의 고발을 접수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것이 2024년 2월이다. 문체부 감사가 끝나고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경찰은 “법리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수사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경찰의 이런 ‘거북이 수사’는 비단 축구협회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병기 의원 관련 수사는 반년 넘게 송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수사는 1년 4개월째 지지부진하다.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소명 부족으로 기각당하는 모습에선 과거 검찰이 비판받던 ‘정치적 고려’와 ‘무능함’의 악취마저 풍긴다. 우리는 여기서 경찰 수사의 형평성과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건은 단 며칠 만에 전광석화처럼 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반면, 권력자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연루된 사건은 유독 시간이 흐른다. 세간의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는 ‘망각의 전략’인가, 아니면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소극적 ‘봐주기’인가. 어느 쪽이든 경찰이 그토록 갈망했던 수사권 독립의 취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 개혁의 대안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수사 종결권을 거머쥔 경찰이 내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사건을 뭉개거나 지연시켜도 이를 바로잡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 ‘정치 검찰’을 청산하려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공룡 경찰’을 키운 꼴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수사권은 특정 권력자의 안위를 살피라고 준 것이 아니다. 수사가 지연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다. 지금처럼 ‘고무줄 수사’를 이어간다면 경찰 역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퇴출당했던 과거 검찰의 전철을 밟게 될 뿐이다. 당장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첫째, 수사 기간의 상한선을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수사 과정의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지연된 수사에 대해 수사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내부 기강 확립이 시급하다. 언론의 눈으로 지켜본 권력의 속성은 명확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썩는다. 경찰이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하고 권력의 해바라기를 자처한다면,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정몽규 회장 사건을 포함한 지연 수사들에 대해 경찰은 즉각 명확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2026-04-26 1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