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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 ⑧】 중국의 통제는 억압이 아니라 관리다
[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통제’다. 그리고 이 통제는 거의 자동적으로 ‘억압’이라는 단어와 결합된다. 중국은 억압적인 사회이고 중국인은 자유가 없으며 국가는 모든 것을 감시한다는 이미지는 이미 굳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통제를 단순히 억압으로만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중국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놓치게 된다. 중국의 통제는 억압이라기보다 관리에 가깝다. 중국 사회에서 통제는 예외적 조치가 아니라 일상적 구조다. 위기 상황에서만 등장하는 임시 수단이 아니라 사회 운영의 기본 원리로 작동한다. 중국은 개인의 자율을 전제로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가 아니라 질서를 전제로 개인의 활동 범위를 설정하는 사회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의 통제는 늘 비이성적 억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통제는 무차별적이지 않다. 오히려 매우 선택적이고 계층적이다. 모든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영역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일상적 소비와 오락, 인간관계는 상당 부분 자율에 맡겨진다. 반면 정치적 동원 가능성이 있거나 집단 행동으로 확산될 수 있는 이슈는 철저한 관리 대상이 된다. 이러한 관리 방식은 중국의 통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중국의 통치는 권리 중심이 아니라 안정 중심이다.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조정되는 변수다. 중국에서 통제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며 체제 유지를 위한 필수 도구로 인식된다. 중국의 통제 시스템은 단순한 물리적 억압에 의존하지 않는다. 법과 행정, 기술, 사회 규범이 결합된 복합적 관리 체계다. 법률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설계돼 필요할 때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외부에서는 임의적 통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이를 유연한 관리로 받아들인다. 기술은 중국 통제의 핵심 수단이다. 디지털 행정과 데이터 기반 관리, 온라인 여론 모니터링은 중국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로 작동한다. 이는 모든 개인을 동일하게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기보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관리 장치에 가깝다. 문제는 감시의 존재 자체보다 그 목적과 적용 범위에 있다. 중국의 통제는 사후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가 발생한 뒤 강하게 처벌하기보다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흐름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사소한 표현이나 행동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시각에서 이는 사후 대응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이다. 통제는 위에서 아래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 사회에서는 개인과 조직 역시 통제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조직은 스스로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개인은 자신의 발언과 행동을 조절한다. 이는 공포에 의한 억압이라기보다 규칙이 내면화된 결과에 가깝다. 중국에서 ‘자기검열’은 부정적인 개념이라기보다 사회적 지능으로 인식된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문제 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일종의 생존 기술이다. 이는 자유의 결핍이라기보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이 점을 간과하면 중국 사회는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보이게 된다. 통제의 논리는 정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제와 사회 전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업은 자유롭게 경쟁하지만 국가 전략과 충돌하는 순간 즉각적인 제약을 받는다. 외부에서는 이를 예측 불가능성으로 보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한 구조로 인식된다. 중국의 통제를 억압으로만 해석하면 중국인의 행동은 수동적 복종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의 중국인은 통제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을 추구한다. 규칙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기회를 찾는 능력은 중국 사회의 중요한 역량이다. 이는 순응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 역시 통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과도한 통제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통제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강도가 조정된다. 통제는 억압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정도 문제다. 한국 사회가 중국의 통제를 바라볼 때 가장 큰 오류는 서구식 자유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자유를 포기한 사회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자유를 배치한 사회다. 정치적 자유는 제한되지만 경제적·사회적 이동성은 일정 부분 허용된다. 이 불균형이 중국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다. 중국의 통제를 이해하는 것은 그것을 옹호하는 것과 다르다. 그러나 통제를 무조건 억압으로 규정하면 중국의 정책과 반응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중국은 불만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불만을 관리하는 사회다. 이 관리 방식의 옳고 그름은 별도의 문제다.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중국의 통제를 도덕적으로 단죄하기 전에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통제를 억압으로만 보면 중국은 늘 불안정한 폭압 국가로 보인다. 그러나 관리로 보면 중국은 체계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국가다. 중국의 통제는 얼굴 없는 억압이 아니라 계산된 관리다. 이 관리 시스템을 이해할 때 중국은 감정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분석 가능한 대상은 대응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상대다.
2026-01-31 12:33:35
'카카오 무죄'가 남긴 질문… 검찰의 칼끝은 무엇을 겨눴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일주일 판결문을 곱씹을수록 씁쓸함은 깊어진다. 오랜동안 IT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수많은 기업 수사를 접했지만 이번처럼 국가 시스템이 기업과 시장에 깊은 상흔을 남긴 경우는 드물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가의 무고함을 증명한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낡은 수사 관행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의 수사 관행을 이례적으로 질타한 대목은 이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다. "본건과 관련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법리 판단이 아니다. 진실 규명이라는 수사의 본령을 망각하고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피의자를 벼랑 끝으로 모는 우리 수사 문화 전반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다. 핵심 증인이 법정에서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해주면 끝나는 거냐"고 토로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심지어 과거 위증 전력까지 있는 증인의 일관성 없는 진술에 의존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창업자를 구속기소했다는 것은 검찰의 자충수이자 우리 사법 시스템의 비극이다. 문제는 이 무리한 수사가 남긴 상처다. 김범수 의장 개인은 수사 과정에서 얻은 병으로 여전히 경영 일선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피해자는 이름 없는 300만명의 ‘국민 주주’들이다. 수사 개시 전 6만원대였던 주가는 반 토막 나 3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투자했던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가 만들어 낸 불확실성 속에서 막대한 자산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기업의 성장 동력 역시 꺾였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성공했지만 카카오는 지난 2년간 사실상 ‘식물 기업’ 상태였다. 창업주가 구속되고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담대한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겠는가. 결국 검찰의 무리한 칼날은 기업가 개인을 넘어 수백만 주주와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 잠재력까지 베어버린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수사 관행이 한국의 기업가 정신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들이 과감한 M&A에 나설 때마다 ‘혹시 별건수사의 타깃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자기 검열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결국 도전과 혁신을 가로막고 산업 생태계를 경직시키는 암적인 존재다. 국정감사에서 "보복 수사"라는 말까지 나온 것은 이러한 공포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김건희 관련 발언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에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행히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별건수사 관행 개선을 약속했고 정치권과 산업계도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검찰의 기계적 항소 관행에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기업 수사가 더 이상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을 인식한 것이다. 물론 별건수사 자체를 전면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건을 미끼로 피의자를 압박해 원하는 진술을 얻어내는 방식은 명백히 잘못됐다. 이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진실 왜곡이다. 이제 검찰의 시간이다. 카카오 사건에 대한 항소 여부를 2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검찰은 신빙성 부족으로 무죄가 나온 김봉현 뇌물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항소장을 제출했다. 만약 카카오 사건마저 기계적으로 항소한다면 무죄 판결을 받고도 기업과 주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이다. 30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일으킨 것은 정부의 규제가 아닌 김범수와 같은 기업가들의 담대한 도전이었다. 그들이 범위 안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낡은 수사 관행을 끊어내고 기업가 정신이 다시 존중받는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만이 300만 카카오 주주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다.
2025-10-27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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