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0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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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우리는 나무를 얼마나 관리하고 있는가
오늘은 식목일이다. 그러나 거리에서도, 산에서도 “나무를 심자”는 외침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때 헐벗은 산에 옷을 입히겠다는 절박함이 시대정신이었고 온 국민이 삽과 묘목을 들고 나섰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60~70년대 우리는 가난했고 산은 더 가난했다. 땔감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했고 민둥산은 장마철마다 토사를 쏟아냈다. 그 시절 식목은 생존이었고 국토 재건의 출발점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산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헐벗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울창해졌다. 숲은 빽빽해졌고 낙엽과 고사목이 산 곳곳에 쌓였다. 과거의 성공이 오늘의 위험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제 “얼마나 심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식목의 시대를 넘어 산림 관리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산불이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 작은 불씨 하나가 수천 헥타르의 숲을 순식간에 삼킨다. 울창한 숲은 그 자체로 연료가 된다. 바닥에 쌓인 낙엽과 마른 가지, 방치된 고사목은 불길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나무가 없어 문제였지만 지금은 관리되지 않는 숲이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고전은 이미 이를 경고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이다. 숲 역시 무조건 울창하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간격과 순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산림이 된다. 『맹자』의 “부근이시입산림(斧斤以時入山林)”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도끼를 때에 맞게 산에 들여보내야 숲이 유지된다는 뜻으로 무분별한 벌목이 아니라 계획된 이용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혜다. 이제 산림 정책의 방향도 분명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후 진화 중심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불은 끄는 것보다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숲의 밀도를 조절하는 간벌을 일상화하고 고사목과 낙엽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특히 산불 취약 지역에는 방화선 구축과 함께 ‘연료 관리’ 개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산림 관리의 과학화도 요구된다. 드론과 위성,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림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건조도와 풍속, 식생 정보를 종합 분석해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공동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로 산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문화가 존재했지만 도시화와 고령화로 이러한 기능은 크게 약화됐다. 산림은 행정만으로 지킬 수 없다. 주민과 민간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관리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산불은 결국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되고 사람의 손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 산불의 상당수는 인재(人災)에서 비롯된다. 입산 통제 위반이나 논·밭두렁 소각, 부주의한 화기 사용이 주요 원인이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계도와 교육, 실질적인 감시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시기에는 선제적 통제가 더욱 필요하다. 산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보존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은 목재 자원으로 활용하고 숲의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산림을 만든다. 방치된 숲은 재난의 원인이 되지만 관리된 숲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식목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국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를 되묻는 날이다. 과거 우리는 나무를 심으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제는 그 나무를 관리하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시대는 변했고 과제도 달라졌다. “전지불망 후지사지(前之不忘 後之師也)” 지나온 일을 잊지 않으면 훗날의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헐벗은 산을 되살린 경험은 분명 자산이다. 그러나 그 성공에 안주한다면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 오늘 식목일,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무를 얼마나 심었는가가 아니라 그 나무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를. 숲은 자연이 아니라 관리의 결과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다.
2026-04-05 15: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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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만든 배, 그리고 AI가 바꾼 전쟁
[경제일보] 지난 2일,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 항공모함이 격침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미군이 타격한 대상은 이란이 운용하던 드론 항모라는 설명이었다. 전쟁 초기 정보가 뒤섞인 상황에서 나온 이 메시지는 예상 밖의 사실 하나를 드러냈다. 이란이 해상 전력의 상징처럼 내세운 그 함정이, 과거 한국 울산에서 건조된 민간 컨테이너선이었다는 점이다. 전장은 무기의 성능을 가르는 곳이지만, 그 무기가 만들어진 배경까지 함께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샤히드 바게리호의 전신은 2000년 한국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페라린’이다. 길이 240m에 이르는 중형 선박으로, 화물 적재와 장거리 항해를 전제로 설계됐다. 전투 상황에서의 방어력이나 생존성은 설계 단계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이 선박은 2020년대 초반 개조 과정을 거쳐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소속으로 편입됐다. 기존 자산의 용도가 완전히 바뀐 사례다. 새 군함을 건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상선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란은 이 함정을 드론 항모로 소개했다. 다만 전통적인 항공모함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 항공모함은 전투기 운용을 중심으로 한 해상 공군 기지다. 항공기와 방어 체계, 호위 전력이 결합된 복합 전력이다. 반면 샤히드 바게리호는 상선 위에 비행 갑판을 추가하고 드론과 헬기를 운용하는 형태다. 운용 능력과 역할 범위 모두 제한적이다. 전투기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항모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름은 같지만 실제 기능은 다른 방향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선택은 이란이 처한 환경과 맞닿아 있다. 항공모함은 단순한 선박이 아니다. 항공기 운용 체계와 전자전 능력, 방어 시스템이 결합된 고난도 전력이다. 이를 구축하려면 장기간의 기술 축적과 산업 기반이 필요하다.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란이 선택한 길은 새로운 군함을 만드는 대신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컨테이너선은 넓은 갑판과 단순한 설계를 갖고 있어 개조가 가능하다. 선체와 기관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전장은 선택의 이유보다 결과를 보여준다. 샤히드 바게리호는 개전 초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크고 속도가 느린 선박은 정밀 타격 환경에서 쉽게 노출된다. 상선을 기반으로 한 개조 함정은 방어력과 생존성에서 제약을 안고 있다. 군함처럼 피격 상황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전투 환경에서 버티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이 차이가 전장에서 드러났다. 이 전쟁은 또 다른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표적을 찾고 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위성 영상과 통신 감청, 신호 정보, 공개된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방대한 양의 정보가 한 번에 분석된다. 이전에는 표적 하나를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이동 경로와 통신 패턴, 차량 식별 정보까지 함께 분석되면서 타격의 속도와 정밀도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핵심은 저비용 드론의 대량 운용이다. 자폭 드론을 동시에 투입해 방공망의 대응 능력을 분산시키고, 이어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개별 무기의 성능보다 수량과 타이밍에 무게를 둔 접근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고가의 요격 자산이 필요하다. 공격과 방어 사이에서 비용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쟁의 지속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단기간에는 고성능 방공 체계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모 속도와 생산 능력이 변수로 떠오른다. 저비용 무기를 반복적으로 투입하는 방식과 고비용 자산으로 대응하는 방식 사이의 간격이 점점 벌어진다. 전장의 양상이 단순한 화력 경쟁을 넘어 경제적 부담과 연결되는 모습이다. 샤히드 바게리호와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변화는 서로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한 흐름 위에 놓여 있다. 하나는 제재 속에서 선택된 전력의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이 끌어올린 전쟁의 속도다. 전장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이뤄지고, 기술을 앞세운 전력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전장의 모습이 달라진다. 이 사건은 한국과도 연결된다. 해당 선박은 한국에서 건조됐지만 군함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민간 선박이 다른 경로를 거쳐 군용으로 전환됐다. 동시에 중동에서는 한국산 방공 체계가 운용되고 있다.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형성된 산업 결과물이 같은 전장에 등장한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전쟁과 이어지는 방식이 드러난 장면이다.
2026-03-19 07: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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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혈관' 배관도 로봇이 만든다…삼성重, 공정 자동화
[경제일보] 삼성중공업이 조선업계 최초로 배관 스풀(Spool) 제작 공정을 자동화한 공장을 가동하며 조선소 생산 공정의 자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업이 수주 확대와 함께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 자동화가 조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16일 경남 함안 칠서공단에서 배관 스풀 제작 자동화 공장 '파이프 로보팹(PIPE ROBOFAB)' 준공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준공식에는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선주사 관계자, 업계 인사 등 약 70명이 참석했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에니)와 말레이시아 국영 해운사 MISC(미스크) 등 주요 선주사 관계자들도 행사에 함께했다. 선박에서 배관은 연료와 냉각수, 각종 유체를 전달하는 핵심 설비로 '선박의 혈관'에 비유된다. 이러한 배관은 설계 도면에 따라 엘보(Elbow), 티(Tee), 플랜지(Flange) 등 다양한 부품을 용접해 하나의 단위 구조로 조립하는 '스풀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기존에는 이러한 배관 제작 과정 상당 부분이 수작업에 의존해 왔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생산 효율과 품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정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이 구축한 '파이프 로보팹'은 △배관 설계 데이터 △자동 물류 시스템 △고정밀 가공·계측 장비 △정렬 및 용접 공정을 하나의 스마트 관리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배관 제작 전 과정을 자동화 생산 체계로 구현했다. 공장은 연면적 6500㎡ 규모로 연간 약 10만개의 배관 스풀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삼성중공업은 로봇 기반 생산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작업 공정을 단축하고 품질 균일성을 높이는 동시에 작업 안전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배관 제작 공정의 자동화가 조선소 생산 혁신의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 배관은 연료와 냉각수, 윤활유, 화물 운송 시스템 등 선박 내 각종 유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설비로 선체 구조물과 엔진·펌프·탱크 등 주요 기계 설비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선박 종류와 설계에 따라 수천 개의 배관이 설치되며 대형 상선의 경우 수만 개에 이르는 배관 부품이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배관은 설계 도면에 맞춰 다양한 부품을 정밀하게 가공·용접해 하나의 스풀 형태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공정이 복잡하고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제작 과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경우 선박 내부 설비와 연결되는 배관 정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은 화물창과 연료 시스템, 냉각 설비 등 복잡한 유체 설비가 적용되기 때문에 배관 시스템 규모와 정밀도가 더욱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배관 제작 공정의 자동화와 정밀 가공 기술이 선박 건조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수주 확대와 함께 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이어지면서 자동화 설비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형 조선소들은 로봇 용접과 자동 물류 시스템, 디지털 생산 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하며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설계와 생산 데이터를 통합하는 디지털 기반 구축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엔지니어링 데이터 허브(S-EDH)'를 구축해 설계·구매·생산 등 전 부문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생산 체계를 마련했다. 이번 '파이프 로보팹' 역시 이러한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중공업은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로봇 기술(RX)을 결합한 '3X 전략'을 통해 생산 공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파이프 로보팹은 숙련된 용접 기술과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배관 스풀 공정을 혁신한 생산 거점"이라며 "조선 산업의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선소 생산 공정 자동화가 향후 조선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건조 과정의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생산 효율을 높이고 공정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화 공정은 반복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줄이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2026-03-16 16: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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