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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선관위, 홍명보호보다 더 위험한 실패
[경제일보]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팀은 결과로 평가받는 조직이고, 감독은 그 결과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실패를 기록으로 남겼다. 아프지만 대표팀에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전술과 선수 구성을 다시 손 볼 시간이 남아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선관위 역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조직이다. 다만 선관위가 책임져야 할 결과는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그러나 사퇴가 남기는 무게까지 같을 수는 없다. 축구대표팀의 실패는 국민에게 실망을 남기지만, 다음 대회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반면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렸거나 언제 투표할 수 있을지 모른 채 투표소 앞에서 기다려야 했던 유권자에게는 다음 경기가 없다. 그 한 표는 선거 당일, 그 투표소에서 보장됐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몇몇 투표소의 우발적 혼선으로 정리할 수 없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140곳이 부족 가능성 때문에 추가 투표용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추가 용지를 사용한 곳은 91곳이었고, 26곳에서는 투표가 잠시라도 중단됐다. 선관위가 처음 파악한 범위를 넘어 피해 실태가 계속 드러난 것도 국민 불안을 키웠다. 사태의 시간표는 더욱 답답하다. 송파구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전 11시 40~50분께 이미 무번호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예상해 서울시선관위에 일련번호 부여 방안을 문의했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함께 대응에 나선 것은 약 5시간 뒤였다. 오후 4시 46분이 되어서야 송파구선관위가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내보내겠다고 알렸고, 중앙선관위는 오후 5시가 넘어 민원을 계기로 서울시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선거를 총괄하는 기관이 현장의 경고를 제때 받아내지 못하고, 민원과 혼란이 번진 뒤에야 대응에 나섰다면 이는 단순한 전달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소별 투표율과 남은 용지를 누가 점검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위험 신호가 끊겼는지, 중앙 상황실은 왜 먼저 움직이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말은 중앙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아니라, 보고와 지휘 체계가 왜 그토록 허술했는지를 묻게 하는 출발점이다. 진상규명위원회도 결론을 흐리지 않았다.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발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중앙선관위와 논의하지 않은 채 투표시간 연장을 결정했고, 송파구선관위에서는 투표가 끝나기 전 개표가 시작되는 일도 있었다. 전국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선거일 하루 동안 같은 지휘선 아래 움직이지 못한 셈이다. 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결정도 비켜갈 수 없다. 해당 지침은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고, 사전 보고에 대해서는 짧은 보고가 있었을 수 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인쇄 비율은 서류철 안의 작은 행정 항목이 아니다. 본투표일에 유권자가 몰릴 경우를 대비하는 최소 안전장치다. 보관 공간과 관리 비용을 고려할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이 투표소의 용지 부족으로 이어졌다면 선관위는 그 우선순위를 설명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관리의 기준과 지휘 체계를 책임지는 자리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낮아졌다면 그 위험을 점검했어야 하고, 선거일 현장에서 부족 징후가 나타났다면 보고와 대응이 지체되지 않도록 조직을 움직였어야 한다. 최고 책임자의 역할은 현장의 숫자를 대신 세는 데 있지 않다. 현장이 흔들릴 때 조직 전체가 즉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노태악 개인의 사퇴로만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노태악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12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했고, 관련 실무자 6명에 대한 징계도 권고했다. 이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일선 직원 몇 명의 과실로 돌려 봉합할 수 없다는 뜻은 분명하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참정권 보장에 실패한 국가기관 수장의 책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 뒤에 따라야 할 절차도 달라야 한다. 누가 인쇄 기준을 낮췄는지, 현장의 경고가 어디에서 멈췄는지, 중앙은 왜 위험을 먼저 감지하지 못했는지, 그 판단과 지연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외부 권력이 선거 관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내부 실패에 대한 설명 의무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준비와 책임이 요구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개혁 구호가 아니다. 투표소에 가면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고가 나면 국가기관이 즉시 수습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이다. 홍명보호의 탈락은 한국 축구에 숙제를 남겼다. 노태악 선관위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묻게 한다. 축구는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그날 투표소에서 행사되지 못한 한 표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바로 그날 국가가 지켜냈어야 할 권리였다.
2026-06-30 07: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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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비사업 동의서부터 총회까지 전자화…사업기간 단축 추진
[경제일보]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절차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에 나선다.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서면으로 처리하던 동의서 징구와 총회 의결 절차를 전자서명, 전자투표, 온라인총회로 확대해 조합의 비용 부담과 사업 지연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올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전자투표·온라인총회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동의서를 전자방식으로 받는 ‘전자서명동의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이날부터 ‘2026 정비사업 전자투표·온라인총회 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조합을 모집한다. 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총회 과정에서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를 도입할 수 있도록 시행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시행 비용의 최대 50%, 구역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다. 서울시가 선정한 핵심공급 전략사업 85곳 가운데 조합이 구성된 70곳과 시·구 공정촉진회의를 통해 2026~2028년 사이 착공이 가능한 곳으로 관리 중인 조합에는 전자총회 보조금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2월 3년 내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호 규모를 핵심공급 전략사업지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전자총회 지원을 이들 사업장에 집중해 공급 효과가 큰 구역의 절차 지연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핵심공급 전략사업이 아닌 조합도 기본적으로 시행 비용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전자방식을 처음 활용하거나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경우, 참석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홍보요원(OS)을 활용하지 않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이 인정되면 지원 비율은 최대 100%까지 올라간다.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를 함께 활용하면 조합원 1000명 기준 최대 176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지원사업에 참여한 조합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총회 비용이 최대 53% 줄었고 총회 사전투표 기간은 기존 약 4주에서 평균 13일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전자투표 참여율은 평균 56.3%를 기록해 조합원 절반 이상이 전자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결의서 제출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기존 평균 64.5%였던 서면결의서 제출 비율은 15.8%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등기우편 발송과 서류 접수, 개표 등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줄어 조합 운영 부담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초기 단계의 동의서 징구 절차도 전자화된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전자서명동의 지원사업’을 새로 추진해 추진주체가 입안요청 또는 입안제안 동의서를 전자서명 방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선정된 대상지는 전자서명동의 시스템 구축과 운영, 토지등소유자 전자명부 구축, 동의서 제출·집계·보관, 실시간 동의율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지원 대상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재건축과 공공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이다. 서울시는 자치구 추천을 받은 대상지 가운데 총 8개 구역을 선착순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추진주체가 별도로 신청하는 방식은 아니며 자치구가 추진주체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뒤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지를 시에 추천한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올해 전자서명동의와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전자방식으로 동의서 확보부터 총회 의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3년 내 착공 가능 조합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6-22 09: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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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없는 선거가 남긴 상처, 음모론과 정략을 넘어 시스템 개혁이 먼저다
[경제일보] 민주주의는 투표로 시작해 투표로 완성된다. 국민이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 주권은 현실이 되고, 선거는 국민의 뜻을 국가 운영에 반영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신성한 절차가 된다. 그렇기에 선거는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며, 유권자가 불편함 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다.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에 차질을 빚었고, 개표 과정에서도 혼란이 발생해 개표소가 봉쇄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선거 관리의 기본 중 기본인 투표용지 수급과 운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의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불편과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명백한 행정 실패이자 관리 부실이다.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실수 자체보다도 반복되는 무능과 무책임이다. 선관위는 그동안 각종 채용 비리 논란과 관리 부실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 왔다. 그럼에도 조직 혁신과 내부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이번 사태를 통해 그 허술한 관리 체계가 다시 드러났다. 선거 관리 기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야가 오는 18일 본회의에서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정조사는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사전 대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잘못이 확인된다면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국정조사의 목적이 정치 공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전국 재선거' 주장이나 이를 둘러싼 정략적 논쟁은 사태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선거 관리의 부실을 비판하는 것과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명확한 증거와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의 선택을 통째로 부정하는 주장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정치적 선동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진실이며, 음모론이 아니라 제도 개선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 국민의 투표권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선거 관리의 허점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정치적 유불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책임성은 강화하고, 선거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디지털 관리 체계 개선, 위기 대응 매뉴얼 정비 등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공자는 "백성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역시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선거는 국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그 상처를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악용하는 것 또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음모론도, 정략적 구호도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사과,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26-06-17 09: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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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선거는 배우고, 국내 투표용지는 못 챙긴 선관위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를 정면으로 흔든 사건이다. 선거 당일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제때 내주지 못했다. 선거 절차에서 투표용지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이다. 참관인 배치, 개표 관리, 선거운동 단속, 투표함 이송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에게 건넬 투표용지가 없으면 선거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번 일을 현장 착오나 일시적 혼선으로 넘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는 뒤늦은 수습의 시작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한 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덮을 수 있는 행정 사고가 아니라 중앙선관위 운영 전반의 책임을 묻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정치권으로부터 선거관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 국민 앞의 설명 책임을 덜어주는 방패가 아니다. 선관위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선거를 관리하려면 먼저 국민 앞에 설명 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 선거관리의 기본이 무너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곳도 26곳에 달했다. 중앙선관위가 애초 밝힌 부족 규모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가 선거 직후 사태의 전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선거관리의 실패가 투표소 현장에서 그쳤는지, 보고와 대응 과정까지 이어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허철훈 전 사무총장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퇴만으로 매듭지을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노 전 위원장과 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부 구 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돼야 하고, 조직 책임은 조직 책임대로 규명돼야 한다. 형사책임 성립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가 선거관리의 기본 의무를 다했는지는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 과로론으로 덮을 수 없는 중앙선관위 책임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는 현장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직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가 잘못한 건 인정하더라도 선거 시스템이 과부하된 현 상황은 알려야 한다”며 “근본적 원인은 살인적 업무량과 적은 인원”이라고 썼다. 또 다른 직원은 “1명이 100곳 이상의 투표소를 관리하는데, 용지가 부족하다는 연락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면 혼자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 선관위의 경우 직원 13명 중 3~4명 정도가 관할 투표소 146곳의 투표 상황 관리와 개표 준비까지 맡아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설명도 나왔다. 현장 직원의 고충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선거 때마다 구·시·군 선관위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명이 100곳 넘는 투표소를 관리해야 했다면 정상적인 인력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바로 그 사정 때문에 중앙선관위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인력이 부족했다면 선거 전에 보강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업무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면 위험 지점을 미리 점검했어야 한다. 투표용지 배부량 산정, 예비분 확보, 긴급 수송 체계, 보고 라인, 현장 대응 매뉴얼은 선거가 끝난 뒤 내부 게시판에 호소할 문제가 아니라 선거 전에 갖춰야 할 선거관리의 기본 장치다. 유권자 입장에서 따질 대목은 하나다. 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부족했느냐는 것이다. 업무가 많았다는 말은 설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선거관리기관이 선거 당일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면 먼저 국민 앞에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 그다음에 인력과 제도 문제를 말해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내부 사정은 국민 눈에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몰디브 출장이 부른 국민의 냉소 이번 사태가 더 큰 분노를 부른 데에는 선관위의 기존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성과급, 휴직, 해외 출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출장은 상징성이 크다. 2023년 9월 선관위 직원 5명은 7박 9일 일정으로 몰디브 대통령 선거를 참관했다. 보고서에는 후보자 선거사무소 방문, 선거운동 참관, 투·개표 참관, 공식 만찬 참석 등이 담겼다. 출장 목적은 ‘변화된 외국 선거환경 파악 및 선거법제 비교 연구’였다. 문구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몰디브에서 선거 제도를 배우고 왔다는 기관이 정작 국내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를 못 챙겼다. 보고서에 해변 깃발 사진과 섬 지역 선거운동 설명이 실렸다는 대목까지 알려지면서 국민의 냉소는 더 커졌다. 선거 제도를 배우러 몰디브까지 갔다는 설명은 지금 상황에서 희대의 코미디처럼 들린다. 외국 선거제도 연구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해외 선거 참관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출장은 성과로 설명돼야 한다. 몰디브 출장 보고서가 국내 선거관리 개선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이번 사태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해변의 깃발과 섬 지역 선거운동을 보고 온 기관이 정작 국내 투표소의 용지 부족을 막지 못했다면, 제도 연구라는 설명보다 방만한 조직문화라는 비판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도 몰디브를 포함해 1년간 3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선거 신뢰성 제고 등을 이유로 한 출장도 이어졌다고 한다. 해외의 선거 신뢰성을 살피러 다니는 동안 국내 선거관리의 신뢰는 어디서 새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선거 신뢰성은 보고서 제목이 아니라 투표소 현장에서 쌓인다. 유권자가 줄을 서고, 신분을 확인받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가는 과정이 막힘없이 작동해야 신뢰가 생긴다. 독립성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아니다 선관위가 그동안 누려온 독립성과 권한은 작지 않다. 선거를 관리하고 정당·정치자금 업무를 다루며 위법 선거운동을 조사한다. 정치권도 선관위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기관일수록 내부 통제와 외부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와 인사, 예산, 조직 운영 전반에서 느슨한 감시를 받아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성역처럼 굳어졌다면 이번 사태는 그 벽을 다시 세울지, 허물지 가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선관위 개혁 법안을 내놓는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외부감사를 가능하게 하는 감사원법 개정과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휴가·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예고했다. 선거가 없는 시기와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시기의 휴직자 수 차이를 들어 선관위 조직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역시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큰 틀에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원회 설치, 선관위원 연임 제한 등도 논의되고 있다. 선관위 개혁은 정치적 보복이나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을 정권의 하부기관처럼 만드는 일은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 체제를 그대로 두자는 결론으로 갈 수도 없다. 독립성과 책임성은 함께 가야 한다.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독립성은 국민에게 특권으로 보인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독립기관은 제도적 권위도 유지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 직원 몇 명의 실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인쇄·배부 계획, 예비 물량 확보, 현장 보고 체계, 비상 대응, 사후 설명까지 선거관리 전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야 한다. 노태악 체제의 중앙선관위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의를 표명했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수사 대상이 됐다고 정치적 논란으로만 몰고 갈 일도 아니다. 선거관리 실패의 원인과 책임자를 구체적으로 가려야 한다. 선관위 내부 직원들이 과로를 호소했다면 그 부분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누가 그런 인력 배치를 결정했는지, 선거 전 위험 보고는 있었는지, 중앙선관위는 현장 부담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방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동시에 현장 고충을 앞세워 조직 책임을 흐려서도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의 책임은 가장 윗선에서 시작된다. 노태악 전 위원장과 중앙선관위 수뇌부가 책임 규명의 중심에 서야 한다. 민주주의의 신뢰는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확인된다. 투표용지가 충분히 놓여 있어야 하고, 유권자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돼야 한다. 사후에는 정확한 설명과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한다. 선관위가 이 기본을 놓쳤다면 그동안 내세워온 선거관리 전문성도 다시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몰디브 선거는 배우고, 국내 투표용지는 못 챙겼다는 비판은 거칠지만 지금 민심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선관위가 국민의 분노를 억울하게만 여긴다면 사태의 무게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선관위에 요구한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게 하라는 요구였다. 그 요구조차 충족하지 못한다면 선관위의 권위도 유지되기 어렵다. 선관위 개혁은 더 미루기 어렵다. 외부감사, 인사 검증, 예산 통제, 해외출장 심사, 휴직 관리, 선거 비상 대응 체계까지 다시 봐야 한다. 독립성이라는 이름 아래 방만함이 방치됐다면 걷어내야 한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을 바로 세우는 일은 어느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 문제다. 유권자의 한 표를 관리하라고 만든 기관이 유권자에게 줄 종이 한 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출발점에 가깝다. 책임 규명과 제도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선관위 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26-06-15 0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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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뼈를 깎는 혁신 없이는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법원의 현장검증이 전격적으로 실시되고 정치권의 날 선 공방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마저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주권자의 신성한 권리 행사를 담보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도리어 국민의 참정권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은 결코 과하지 않다. 지난 40여 년 동안 수많은 선거와 정치적 격변을 목도해 왔지만, 국가 선거 행정의 근간인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 이번 사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돌발 악재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초석인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통째로 흔들어 버린 엄중한 사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은 국가나 조직이 신뢰를 잃으면 바로 설 수 없음을 뜻한다. 선거 관리의 기본 원칙은 단 한 명의 유권자도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데 불편함이나 막힘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과연 이 기본적인 상식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직장인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긴 대기 행렬 속에서 참정권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은, 사실상 국가가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과 다름없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은 한 치의 의혹도 없는 투명하고 철저한 관리에서 비롯된다. 투표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마저 도마 위에 오르고, 결국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과연 몇몇 실무자의 안일함이 부른 일시적 사고인가, 아니면 선관위 조직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구조적 무능의 발로인가. 불행히도 본질은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 뒤에 숨어 외부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에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비대해지고 안주하기 마련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행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대신, 타성에 젖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다가 이 같은 대형 참사를 자초한 것이다. 선관위가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헌법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환골탈태 수준의 세 가지 혁신이 시급하다. 첫째, 선거 행정의 전문성을 근본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유권자 수 예측, 투표율 변동 추이 감안, 비상 상황 시의 즉각적인 용지 수급 체계 등은 고도의 전문 행정 영역이다. 주먹구구식 예측에서 벗어나 통계적 엄밀성과 물류 관리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전면에 배치하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둘째, 독립기관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엄중한 책임성을 확립해야 한다. 독립성은 선거 관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특권이지, 부실 행정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사후 검증 시스템을 전면 개방하고, 실패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는 엄격한 문책 제도를 도입해야 마땅하다. 셋째,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디지털 선거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투·개표의 전 과정뿐만 아니라, 실시간 투표용지 잔여 수량 파악과 수요 예측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선거가 파행을 겪었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망신이자 수치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이 던지는 한 표 한 표가 정확히 투표함에 담기고 정당하게 계수될 것이라는 아날로그적 신뢰와 상식에서 출발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인적·구조적 쇄신 없이는 우리의 민주주의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마지막 경고다. 선관위는 이번 파동을 일과성 소동으로 넘기려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성과 과감한 인적·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신뢰를 잃은 선관위에게 내일은 없다.
2026-06-10 1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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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왜 정원오가 아니라 오세훈을 택했나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는 결국 서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흐름 속에서도 서울만은 달랐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개표 막판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서울시장 사상 첫 5선 고지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후보는 49.22%의 득표를 얻어 정 후보(48.07%) 1.15%포인트, 6만259표 차로 이겼다. 지상파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던 흐름을 뒤집은 ‘대역전극’이었다. 서울은 민주당이 ‘이겼어야 할 선거’였고, 국민의힘이 ‘반드시 지켜야 할 선거’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수도 서울까지 가져와야 정권 안정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서울이 마지막 수도권 교두보였다. 경기와 인천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서울마저 내주면 보수 정당의 전국 확장성은 사실상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오 후보의 승리는 단순한 서울시장 1석의 승리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간신히 붙잡은 정치적 생명줄이었다. 전국은 민주당, 서울은 국민의힘…수도 표심은 달랐다 이번 지방선거의 큰 흐름은 민주당 우세였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다만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하면서 ‘미완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서울 유권자는 전국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 정당 구도보다 후보의 시정 경험, 부동산 기대, 도시 운영 능력을 따로 떼어 판단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서울 선거는 정권에 힘을 실어주느냐, 야당에 견제력을 주느냐의 선거이기도 했지만, 막판에는 ‘내 집값과 내 동네 개발을 누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좁혀졌다”며 “전국 선거의 바람이 서울의 생활경제 계산을 완전히 덮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국 승리 흐름에 기대 서울에서도 정권 안정론이 먹힐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서울은 한국 정치의 상징 공간인 동시에 가장 예민한 생활경제의 현장이다. 부동산 가격, 재건축 속도, 교통망 확충, 세금 부담, 도시개발 방향이 유권자의 일상과 자산에 직접 연결된다. 정권에 대한 호감과 지지는 있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서울시장 교체 요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원오의 생활행정, 서울 전체 시장감으로 확장 못 했다 정원오 후보는 성동구청장 3선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행정형 후보’ 이미지를 내세웠다. 성수동 변화, 지역 행정 경험, 젊고 실용적인 행정가 이미지는 분명 강점이었다. 실제 선거 초중반 정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에서도 신선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청장 성공 모델을 서울 전역의 시장감으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부동산·교통·재건축·재개발·도시계획·복지·일자리·안전이 동시에 작동하는 초대형 생활권이다. 정 후보의 생활행정 이미지는 호감도는 만들었지만, 막판 초박빙 승부에서 “서울 전체를 맡겨도 되느냐”는 질문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특히 TV토론을 둘러싼 소극적 대응 논란은 정 후보의 확장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후보는 서울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에는 참석했지만, 오세훈 후보 측이 요구한 추가 토론에는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신문은 선거 기간 중 오 후보가 정 후보의 토론 회피를 비판했고, 정 후보가 과거 발언 등을 거론하며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5월 28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이 됐다. 경향신문은 해당 토론에서 후보들이 안전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정 후보 입장에서는 앞선 판세를 지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였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인지도와 시정 경험을 검증받는 무대다. 도전자에게 TV토론은 현직의 실정과 자신의 대안을 동시에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 후보가 추가 토론 공방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나섰다면 성동구청장 이미지를 넘어 서울시 전체를 이끌 후보라는 인상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후보는 생활행정 이미지를 통해 호감도를 높였지만, 막판에는 서울 전체의 비전과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더 필요했다”며 “TV토론 추가 개최 논란에서 방어적으로 비친 점은 ‘검증을 피한다’는 프레임을 국민의힘에 허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정 후보가 성동구에서 보여준 성과는 분명 경쟁력이 있었지만, 선거 막판에는 ‘성동구청장 정원오’와 ‘서울시장 정원오’ 사이의 간극을 국민의힘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민주당이 서울 전체의 도시 비전을 더 압축적이고 선명하게 보여줬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의 패인은 후보 개인의 문제만으로 좁혀볼 수 없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왜 바꿔야 하는가’는 설명했지만,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충분히 각인시키지 못했다. 생활행정의 성과는 강조했지만 서울시 전체의 재건축·교통·도시경쟁력 구상에서는 오 후보의 경험론을 압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TV토론 추가 공방에서 적극적 검증 무대를 넓히지 못한 점까지 겹치면서, 정 후보는 마지막 국면에서 ‘참신한 구청장’ 이미지를 ‘준비된 서울시장’ 이미지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 오세훈의 승부수는 새로움이 아니라 안정감이었다 오세훈 후보에게 새로움은 없었다. 장기 재임 피로감도 분명했다. 그러나 서울 유권자 일부는 바로 그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였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벨트 개발, 교통망 확충, 주택 공급, 도시계획 연속성 같은 의제에서는 실험보다 연속성을 택한 셈이다. 오 후보는 ‘시작된 변화, 압도적 완성’을 내걸고 “4년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에서 오세훈 후보가 이긴 것은 당의 승리라기보다 후보 경쟁력과 부동산 민심의 결합에 가까웠다”며 “서울 유권자는 정권 심판이나 정권 지원이라는 큰 구호보다 당장 눈앞의 도시 운영 안정성을 더 따졌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국민의힘에도 착시를 경계하게 한다. 오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 전체의 회복이라기보다 서울에서 작동한 특수한 조합의 결과였다. 오 후보 개인의 인지도, 서울시정 경험, 부동산·도시개발 이슈에서의 비교우위, 그리고 민주당의 전국 승리에 대한 견제 심리가 한꺼번에 맞물렸다. 강남3구·마용성·한강벨트…승부 가른 자산투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해석하는 핵심 열쇠는 ‘자산투표’다. 서울의 표심은 단순히 보수냐 진보냐로 갈라지지 않았다. 내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 재건축 규제는 풀릴 것인가, 교통망은 빨라질 것인가,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인가, 도시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인가가 유권자의 선택을 움직였다. 정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구호보다 내 생활과 자산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더 강했던 것이다. 정치컨설팅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울은 이미 계층·자산·주거 형태에 따라 정치적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도시가 됐다”며 “강남3구와 마용성, 한강벨트, 재건축 기대지역에서는 정당 호감도보다 자산 방어 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대로 민주당이 강점을 기대했던 지역에서도 투표율과 막판 결집이 충분하지 않으면 서울 전체 승부를 가져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남3구와 마용성, 한강벨트, 재건축 기대지역의 표심을 따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의 선거는 더 이상 단일한 수도권 민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남권과 강북권, 아파트 밀집지역과 다세대·임대주택 밀집지역, 재건축 기대지역과 주거 불안 지역의 투표 동기는 다르다. 민주당은 서울 전체의 정권 안정론을 기대했지만, 국민의힘은 부동산과 도시개발의 불안을 파고들었다. 민주당엔 서울형 민심, 오세훈엔 5선 책임 남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흐름의 차이도 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 과정에서는 16시간에 걸친 초접전 끝에 오 후보가 역전했다. 막판 보수층 결집과 지역별 개표 순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표심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 선거는 마지막 1%의 조직력과 위기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국민의힘 지지층 입장에서는 경기·인천·부산·충남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울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컸고, 그 절박감이 본투표와 막판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서울 패배는 뼈아프다. 전국적으로 승리했지만, 수도 서울을 내줬다는 사실은 향후 국정 운영과 정치 구도에서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은 단순한 광역단체 하나가 아니다. 정치적 상징성, 언론 집중도, 부동산 시장 파급력, 중산층 민심의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민주당이 서울에서 다시 승리하려면 정권 안정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동산과 세금, 교통과 재건축, 일자리와 도시경쟁력에 대해 더 정교한 답을 내놔야 한다. 서울 유권자에게 “정권을 도와달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의 집, 당신의 출근길, 당신의 세금, 당신의 동네가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를 설득해야 한다. 오 후보의 승리도 압승은 아니었다. 0.6%포인트 차 승리는 승자의 자신감보다 경고장을 먼저 읽어야 할 결과다. 서울 유권자는 오 후보를 다시 선택했지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장기 재임 피로감, 시정의 관성, 약자 주거와 교통 격차, 강남·비강남 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사상 첫 5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록은 정치적 훈장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다. 서울 시민은 오 후보에게 다시 기회를 줬지만, 그 기회는 무한정한 신뢰가 아니다. 재건축과 개발의 속도를 높이되 주거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균형, 한강벨트와 강남권의 경쟁력을 키우되 강북과 외곽의 박탈감을 줄이는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서울이 정권의 바람만으로 이길 수 없는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서울 유권자는 정권보다 집값, 후보보다 생활의 안정, 구호보다 도시 운영 능력을 먼저 따졌다. 민주당에는 서울형 민심을 다시 읽으라는 숙제를 남겼고, 국민의힘에는 서울 승리를 전국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서울의 선택은 명료했는데 전국의 정치 바람보다 내 동네의 집값과 교통, 개발과 세금이 더 가까웠다”며 “이것이 0.6%포인트 역전극의 본질이다. 서울을 얻으려는 정당은 거대한 구호보다 생활의 계산서를 먼저 읽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26-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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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출구조사 뒤집고 서울시장 5선…국민의힘, 민주 압승 속 '서울' 지켰다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누르고 5선에 성공했다. 개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출구조사 우세를 등에 업은 정 후보가 앞섰지만, 4일 오전 강남권과 송파·강동 등 보수 성향 지역 개표가 본격 반영되면서 오 후보가 막판 역전했다. 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압승 흐름을 만들었지만, 국민의힘은 수도 서울을 지키며 정국 견제의 상징 거점을 확보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선거 패배를 승복하며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시민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출구조사 뒤집은 오세훈, 강남권 개표 반영되며 역전 서울시장 선거는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가 엇갈린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가 51.4%, 오세훈 후보가 46.0%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표 흐름은 새벽 이후 급변했다. 오 후보는 개표 13시간 만에 정 후보를 역전했고, 이와 같은 흐름을 막판까지 이어갔다. 오 후보의 승리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막판 강남권 개표로 승부가 뒤집힌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도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은 정 후보 쪽이었지만, 실제 투표함은 마지막까지 다른 결론을 남겼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는 시민들의 승리”라며 “마지막 4년 모든 역량을 서울을 위해 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오 후보는 선거 막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참석해 시민의 대표자로서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압승 속 ‘서울 패배’…승리 크기 줄인 마지막 변수 이번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2곳,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2곳과 부산·울산, 충청·강원·호남·제주에서 우위를 확보했고, 특히 부산과 울산의 승리는 영남 정치 지형 변화의 신호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갔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에 가깝다. 그럼에도 서울 패배는 민주당에 뼈아프다. 서울은 전국 최대 광역단체이자 정국 해석의 상징 지역이다. 정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섰고 개표 중반까지도 우세를 유지했던 만큼, 막판 역전패의 충격은 작지 않다. 민주당은 전체 승리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안게 됐다. 차기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을 근거지 삼아 견제론을 전면화할 수 있게 된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서울을 지킨 것은 정치적 방어선이 됐다. 대구·경북·경남에 더해 서울을 확보하면서 최소한의 반전 명분을 마련했다. 특히 오 후보의 5선 성공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재건론과 차기 대권 구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다만 부산·울산 상실과 충청·강원 열세는 당 지도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오세훈 5선, 서울시정은 ‘연속성’…중앙정치엔 ‘견제 축’ 부상 오 후보의 승리는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뜻한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변 개발, 교통망 확충, 청년·약자 동행 정책 등 기존 시정 방향은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기간 오 후보가 강조한 것은 정권 견제와 서울시정의 안정성이었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다수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힘을 얻은 상황에서 오 후보는 서울시를 야권의 핵심 행정 거점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의 서울 전략에 숙제를 남겼다. 성동구청장 3선 경력을 바탕으로 ‘생활 행정’과 ‘실용 행정’을 내세웠지만, 서울 전체 선거에서는 보수층 결집과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넘지 못했다. 특히 출구조사 우세가 실제 개표에서 뒤집힌 만큼, 민주당은 강남권과 동남권, 중도층·고령층 표심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또 다른 쟁점은 선거관리 논란이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개표 지연과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선관위는 재선거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냈지만, 선거관리 신뢰 문제는 별도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가 초박빙으로 끝난 만큼 투표 과정의 혼선은 당분간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정국 전망은 복합적이다. 민주당은 지방권력 대부분을 확보하며 국정 운영 동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서울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완전한 압승의 상징성은 줄었다. 국민의힘은 전국적 패배 속에서도 서울을 지키며 대여 견제의 구심점을 확보했다. 앞으로의 정국은 민주당의 지방권력 장악과 국민의힘의 서울발 견제론이 맞부딪히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 성적표는 민주당의 승리”라면서도, “다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서울에서 나왔다. 출구조사를 뒤집은 오세훈의 5선, 정원오의 승복, 그리고 서울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표정은 이번 선거가 남긴 정치적 압축판”이라고 했다.
2026-06-04 10: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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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민주 9·국힘 4·무소속 1'…교육감 '진보 11·보수 5' 재편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교육감 선거 결과가 4일(오전 8시 기준) 모두 확정됐다. 재보궐선거 14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을 차지했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 후보 11곳, 보수 성향 후보 5곳으로 정리됐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확인된 민주당 우세 흐름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에도 상당 부분 이어졌지만, 상징성이 큰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계 후보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보궐선거의 전체 구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우세했다. 14곳 가운데 9곳을 확보해 의석 수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점했다. 다만, 부산 북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고, 경기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전체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보수 진영도 상징 지역에서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부산 북갑이다. 이곳에서는 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부산 북갑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 공천 갈등과 보수 표 분산, 무소속 돌풍 가능성이 겹치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결과적으로 한 후보가 깃발을 꽂으면서 보수 진영 내부 재편 논의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한 1석 확보를 넘어 향후 보수 정치의 주도권 경쟁과도 맞물릴 수 있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평택을도 의미가 적지 않다.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 지역은 선거 막판까지 3자 초박빙 구도로 분류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유 후보가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야권 표심 분산이 현실 정치에서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같은 공간에서 경쟁할 경우 보수 진영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은 상징 지역 일부를 내줬지만 전체 재보궐 판세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인천 연수구갑과 계양구을, 경기 안산시갑과 하남시갑, 광주 광산구을, 충남 아산시을,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과 을,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 승리하며 조직력과 지역 기반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 북갑, 평택을 외에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재보궐은 민주당이 양적으로 앞서고, 보수계가 질적으로 일부 상징 지역을 건졌다. 교육감 선거는 보다 선명한 흐름을 보여줬다. 진보 성향 후보가 16개 시도 가운데 11곳에서 당선되며 보수 성향 후보 5곳을 앞섰다. 4년 전보다 진보 우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교육정책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에서는 정근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부산과 광주, 전남, 전북, 울산,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들이 승리했다. 수도권과 호남, 일부 영남 지역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폭넓게 당선된 점은 향후 교육정책 논쟁의 주도권이 다시 진보 진영으로 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대구, 경북, 충북, 세종, 대전 5곳에서 승리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가 3선에 성공했고, 경북에서는 임종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충북은 윤건영 후보, 세종은 강미애 후보, 대전은 오석진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 선거가 아니지만, 지역별 정책 성향과 교육 철학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앞으로의 교육행정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정책 경쟁의 재편을 뜻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 무상교육 확대, 고교체제 개편, 학교 자치 강화 같은 의제가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한 지역에서는 기초학력 강화, 교권 회복, 평가체계 정비, 학업 성취도 관리 강화 같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지역별로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 결과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연장선이면서도 별도의 메시지를 던졌다. 재보궐에선 민주당이 전체 판세를 가져갔지만, 부산 북갑 한동훈과 평택을 유의동이라는 상징적 승리가 보수 진영에 숨통을 틔워줬다. 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성향 후보가 11곳을 차지하며 교육 분야에서 다시 우위를 점했다. 지방권력 재편이 행정 영역에서 벌어졌다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는 각각 국회와 교육 현장으로 그 파장이 번진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재보궐 9곳 확보와 교육감 선거 진보 우위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지방권력 전반에서 우세를 주장할 수 있게 됐지만, 부산 북갑과 평택을 같은 상징 지역을 놓친 점은 여전히 부담"이라면서 "재보궐은 국회 의석과 차기 정치 재편의 단초를 남겼고, 교육감 선거는 향후 4년간 지역 교육정책의 방향을 갈랐다"고 했다.
2026-06-04 0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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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대구의 경고음…'보수 결집력' 숙제
[경제일보]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근소한 우세 흐름을 보였지만 선거 전체 판세에서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었다. 서울은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으로 흘렀고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8년 만의 시장직 탈환을 눈앞에 뒀다.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1%포인트 안팎의 경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의 핵심 기반에서도 압도적 결집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 ‘영남 방어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전국 확장에는 한계를 드러낸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후보가 우위를 지키며 TK 방어선의 한 축을 세웠고 대구에서는 추경호 후보가 김부겸 후보를 눌렀다. 경남에서도 개표 중반 이후 박완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의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보수 정당의 전국 경쟁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구는 이겼지만 안심하기 어려웠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대구다. 대구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가장 안정적으로 기대 온 정치 기반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막판까지 추경호 후보와 접전 구도를 만들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추 후보 49.9%, 김 후보 49.1%로 두 후보 간 격차가 0.8%포인트에 불과했다. 실제 개표에서는 추 후보가 승리했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대구에서 이 정도 접전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구 접전은 후보 개인 간 승부로만 보기 어렵다. 지역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 전환 지연, 수도권 집중에 대한 피로감이 기존 정당 지지와 별개로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보수 지지층의 막판 결집은 여전히 작동했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이겼더라도 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는 “왜 보수 텃밭에서 이토록 접전이 됐느냐”는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부겸 후보의 선전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이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오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보수 핵심 지역에서 막판까지 승부를 끌고 간 것은 민주당의 장기 확장 전략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는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 현안 대응력이 보수 성향의 고정표만큼 중요해졌다는 신호다. ◆ 경북은 방어, 경남은 마지막까지 접전 경북은 국민의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방어한 지역이다. 이철우 후보의 우세는 TK 전체가 완전히 흔들린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경북의 방어가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를 덮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 승리는 전통 지지층 유지의 의미를 갖지만 수도권과 부울경에서 드러난 확장력 약화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경남은 국민의힘이 마지막까지 방어를 시도한 핵심 지역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와 달리 개표 중반 이후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표차가 크지 않은 만큼 경남을 일방적인 보수 우세 지역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창원과 김해·양산권, 서부경남의 표심은 지역별로 다른 성격을 보였고 산업과 일자리, 청년 문제에 대한 민심도 선거 과정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결국 국민의힘의 문제는 방어선 자체가 아니라 방어선 밖의 선거다.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접전을 벌였더라도 서울에서 초접전을 허용하고 부산을 내준 상황이라면 전국 선거에서 우위를 말하기 어렵다. 선거는 어느 지역을 지켰는지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어디에서 얼마나 잃었고 어느 유권자층을 설득하지 못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 부산 탈환·서울 초접전…보수 확장력의 한계 부산의 결과는 국민의힘에 가장 큰 충격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3선에 도전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당선이 확실시되며 민주당의 부산시장직 탈환을 눈앞에 뒀다. 부산은 보수 정당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 온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 요구가 더 크게 작용했다. 부산 선거에서는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 재편, 청년 유출, 지역경제 회복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보다 생활 현안과 도시의 미래 전략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부산 패배를 후보 경쟁력 문제로만 돌리기 어렵다. 부울경 전체에서 보수 정당의 지역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 초접전도 부담이다. 서울은 전국 민심의 방향을 가늠하는 정치적 지표다.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확실한 우위를 만들지 못하고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을 허용했다면 중도층 회복에 한계를 보였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강남권 등 기존 지지 기반만으로는 서울 전체를 장악하기 어렵고 청년층, 무당층, 중도층을 설득할 정책 메시지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울산 흐름도 국민의힘에는 가볍지 않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 민주당 후보 우세가 예측되면서 국민의힘의 부울경 방어 전략에는 부담이 커졌다. 부산과 울산의 변화는 영남권 안에서도 산업도시와 항만도시, 청년층이 많은 지역의 표심이 기존 정치 지형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지도부 책임론과 쇄신 논의 불가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선거 이후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선거 기간 보수 결집과 정권 견제론을 앞세웠지만 수도권과 부울경의 중도 표심을 충분히 끌어오지 못했다. 대구·경북 방어선은 지켰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고 대구마저 접전 양상을 보였다면 지도부의 선거 전략, 공천, 메시지 관리, 중도층 대응이 모두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의 기존 공식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보수층 결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국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대구에서는 가까스로 결집이 작동했지만 서울과 부산에서는 중도층 설득력이 더 중요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방어 논리만 앞세운다면 선거 후폭풍을 줄이기 어렵다. 인물 경쟁력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지역 현안과 행정 경험, 세대 교체론을 결합한 선거 전략을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 결집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새로운 유권자층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접전을 만든 것도 인물 경쟁력이 지역의 고정 지지 구도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해졌다 국민의힘이 받아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보수 결집력의 회복이다. 대구에서 막판 결집이 작동했지만 과거와 같은 압도적 지지는 아니었다. 둘째는 중도층 확장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밀리거나 접전을 허용한 것은 중도층 설득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셋째는 지역 의존 탈피다. TK와 경남을 지키는 것만으로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에는 정권 안정론을 뒷받침할 정치적 동력이 생겼다. 수도권과 부산에서 성과를 냈고 대구에서도 접전 구도를 만든 만큼 이재명 정부는 지방 권력 재편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낼 명분을 얻게 된다. 특히 부산 탈환과 서울 초접전, 대구 접전은 민주당이 영남과 수도권에서 동시에 확장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선거 이후가 더 어려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근소한 우세 흐름을 보였지만 전국 판세에서 밀렸다면 지도부 쇄신론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당내에서는 선거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함께 당 노선, 인물 교체, 지역 전략 재정비 요구가 동시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당이 더 이상 영남 결집만으로 전국 선거를 버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을 지켰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밀렸고 대구에서도 예상 밖 접전을 치렀다. 영남 방어선은 남았지만 전국 정당으로서의 확장력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선거 이후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인물 교체, 지역 전략 재정비, 중도층 회복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가 남긴 메시지는 한 가지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다음 선거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6-06-04 08: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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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재수 승리, 울산 김상욱 당선…PK 정치지형 흔들렸다
[경제일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PK)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렸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되고 김상욱 후보가 울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보수 우위가 강했던 PK에 변화 신호가 뚜렷해졌다. 다만 경남은 국민의힘이 방어 흐름을 보이며 PK 전체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장면은 부산이다. 전재수 후보는 3선에 도전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꺾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민주당이 부산시장을 가져간 것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이후 8년 만이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권 초기 여당 프리미엄과 지역 변화 요구가 맞물리며 표심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를 앞서며 시장직을 확보했다. 울산은 노동·산업 도시라는 특성상 진보 성향 표심이 일정하게 존재해왔지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보수 우위가 만만치 않았다. 이번 결과는 산업 전환과 지역 경제 회복,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경남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막판까지 우위를 보이며 방어에 나섰다. 경남은 조선·기계·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강하고 보수 조직력이 여전히 견고한 지역이다. 부산·울산의 변화와 달리 경남은 보수 지지 기반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된 점도 PK 판세를 단순한 민주당 약진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한 후보는 여야 후보를 모두 제치고 신승을 거뒀다. 이는 부산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하지만, 그 표심이 곧바로 민주당으로만 이동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보수층 내부의 재편 가능성과 제3지대식 인물 경쟁력이 동시에 확인된 셈이다. 결국 이번 PK 선거의 핵심은 ‘전면적 정권교체’가 아니라 ‘지역별 분화’다. 부산과 울산은 변화를 택했고, 경남은 보수 방어 흐름을 유지했다. 부산 북갑은 기존 정당 구도 바깥의 선택 가능성을 보여줬다. PK가 더 이상 한쪽 정당의 고정 지대가 아니라 선거 때마다 민심이 움직이는 스윙 지역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민주당이 부산·울산 승리를 실제 행정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산업 재편, 청년 유출, 북항·가덕신공항 등 굵직한 현안을 풀어야 한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도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중심 산업 구조 전환과 노동·기업 간 균형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민의힘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경남을 지켰더라도 부산과 울산을 내준 것은 PK 기반 약화를 의미한다. 특히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된 것은 보수 지지층이 기존 정당에 무조건 결집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PK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기회를 주면서도, 동시에 기존 정치권 전체에 재편 압박을 보낸 것으로 읽힌다.
2026-06-04 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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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우세 속 서울 막판 역전…광역단체장 '12대4' 구도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4일(오전 7시 30분 기준) 지방권력의 무게중심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막판 초접전으로 흐르면서 전체 선거의 정치적 해석은 마지막 개표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도지사 현재 1위 후보 기준 더불어민주당 12곳, 국민의힘 4곳으로 집계했다. 전국 투표율은 61.0%로 직전 제8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 50.9%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변수는 서울이다. 선거 초반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흐름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앞섰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빠르게 추격했다. 특히 이날 오전 7시경 오 후보는 정 후보를 0.06%p 차로 역전했다. 서울은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개표가 지연된 지역인 만큼 당선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서울은 단순한 광역단체장 1석이 아니다. 수도권 최대 상징 지역이자 중도층·청년층·무당층 표심이 압축된 선거구다. 민주당이 서울을 가져가면 수도권 지방권력을 사실상 석권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국민의힘이 막판 역전으로 서울을 지키면 전국적 열세 속에서도 정국 견제론의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수도권·부산은 민주당 흐름…서울만 마지막 변수 수도권 전체 흐름은 민주당 우세가 뚜렷하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서 당선됐고,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굳혔다. 서울이 오 후보 쪽으로 기울더라도 경기·인천 결과만으로도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부산시장 선거도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변화로 꼽힌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접전으로 분류됐던 부산은 개표 과정에서 전재수 민주당 후보의 승리 흐름으로 정리됐다. 부산 결과는 영남 정치 지형의 균열 신호로 읽힌다. 국민의힘의 핵심 기반이던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권에 오른 것은 단순한 지역 승부를 넘어 PK 민심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울산에서도 김상욱 민주당 후보가 우세를 굳히면서 민주당은 부산·울산에서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반면 경남은 국민의힘이 방어하는 흐름이다. 개표 중반까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출구조사상 우세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 나가며 경남을 지켜내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구·경북과 함께 경남이 영남 방어선의 핵심이 됐다. TK·경남은 국민의힘 방어…대구 접전은 보수 텃밭의 경고음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에서 우세를 확보했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며 3선 고지에 다가섰고,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다만 대구는 출구조사 단계부터 1%p 안팎의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됐다. 대구 결과가 국민의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정치적 숙제는 남았다. 보수 핵심 기반으로 꼽혀온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보수 결집력 약화와 지역 변화론 확산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경남을 지켜도 서울·부산·울산·충청·강원에서 밀리는 구도라면 전국 선거 패배 책임론은 불가피하다. 충청과 강원은 민주당이 우위를 보인 지역으로 정리된다. 대전 허태정, 세종 조상호, 충북 신용한, 충남 박수현 후보가 각각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중원 민심에서도 성과를 냈다. 강원에서도 우상호 민주당 후보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를 꺾었다. 호남과 제주에서는 민주당 강세가 재확인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는 민형배 민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섰고, 전북에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제주는 위성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4년 전 지방선거와 정반대 흐름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가져가며 압승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며 지방권력의 대대적 교체를 눈앞에 뒀다. 민주당이 경기·인천·부산·울산·충청·강원 등 주요 광역단체를 확보하면서, 주거·교통·산업단지·지역균형발전 공약의 집행 주체가 대거 바뀌게 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의 반도체·첨단산업벨트, 부산의 북항·원도심 재편, 충청권의 산업·행정수도 전략, 강원의 관광·청년 일자리 정책은 새 단체장 체제에서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2026-06-04 07: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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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한 선거, 정신 나간 선관위
민주주의는 선거로 시작해 선거로 완성된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평화적으로 표출하고, 국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엄숙하게 확인하는 성스러운 과정이 바로 선거다. 그렇기에 선거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나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가의 정당성을 담보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떠받치는 가장 견고한 기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있어서는 안 될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를 비롯한 일부 수도권 핵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중단되거나 무한정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 시스템과 정보통신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이처럼 황당하고 부끄러운 오점이 언제 있었던가. 소식을 접한 많은 국민은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다. 선거 당일 흉흉하게 떠도는 가짜뉴스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일터와 가정에서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가 없다는 황당한 안내를 받으며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다. 참다못한 일부 유권자들은 결국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한 채 분통을 터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국가가 국민의 참정권을 폭력이나 강압이 아닌, ‘준비 부족’이라는 한심한 행정 무능으로 박탈한 셈이다.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사태가 커지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내놓은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선관위 측은 “예상보다 투표율이 너무 높게 나와 현장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법치국가의 기본 상식은 물론이고 보통의 일반 국민이 가진 보편적 이성으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은 선거 행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변수다. 더욱이 선거관리라는 고유의 목적을 지닌 헌법기관의 핵심 업무는 바로 그러한 모든 예외적 상황과 최악의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비가 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듯, 투표율이 100%에 육박하더라도 모든 유권자가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충분한 투표용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선거 행정의 초보적인 의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미 확정된 유권자 명부가 존재한다. 어느 동네, 어느 투표소에 몇 명의 유권자가 적을 두고 있는지 선관위는 시스템을 통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 투표소에 유권자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투표용지만 공급했다는 사실은 어떤 핑계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일각에서 나오는 “남아서 폐기되는 투표용지의 예산을 아끼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변명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단언컨대, 투표지 몇 장을 폐기하는 비용보다 단 한 명의 국민이 가진 참정권의 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무겁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현장 공무원 몇 명의 행정 착오나 실수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헌법상 참정권이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당한 중대한 민주주의 훼손 사건이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투표권은 주권자가 국가 권력을 통제하고 참여하는 유일무이한 열쇠다. 한 표의 가치는 곧 국민주권의 크기와 같다. 그런데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감시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부실한 준비로 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가로막고 방해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해프닝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반복되는 부실 관리가 선거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결과의 공정함보다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벽하고 공정한 개표 결과가 도출된다 한들, 국민이 그 과정을 믿지 못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선관위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지난 선거에서의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부터 시작해 투표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인재가 발생했고, 조직 내부적으로는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오며 국민적 신뢰를 이미 바닥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또다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대형 사고가 터지니, 사회 일각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물론 필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기되는 맹목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차가운 사실과 객관적인 증거 위에서만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점은, 선관위가 보여준 연속적인 실책과 안일함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의혹의 가짜뉴스들이 자라날 비옥한 토양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거 없는 의혹을 양산하는 세력도 문제지만, 그 의혹에 땔감을 던져주며 빌미를 제공한 국가기관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고 역설했다.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은 정밀한 균열이 아니라 사소한 틈새 하나를 방치했을 때다.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수량을 맞춰 현장에 배부하는 일은 거창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나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다. 선거 행정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가장 기초적인 기본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논어』에서도 공자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직분에 있지 않은 것과 같다”고 꾸짖었다. 막강한 권한과 독립성에는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헌법이 엄격하게 독립성을 보장해 준 초연적 기관이다. 권한이 강한 만큼 그들이 가져야 할 책임 의식은 일반 행정 부처보다 몇 배는 더 무겁고 철저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관례대로 사과문 한 장 발표하고 적당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뭉개고 끝낼 사안이 결코 아니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도대체 어느 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용지 발행 수량을 제한했는지, 현장에서 용지가 부족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을 때 왜 제때 보고와 추가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비상 대응 매뉴얼은 작동했는지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선관위의 운영 시스템 전반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견고한 방패 뒤에 숨어,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거나 외부의 정당한 비판을 무력화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지금의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구조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독립기관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그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반성하지 않고, 결국 같은 실수를 부끄러움 없이 반복하는 나태함이다. 신뢰라는 탑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눈물겹게 쌓아 올려야 하지만, 무너져 내리는 것은 단 하루, 한순간의 방심으로 족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울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순진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썩어가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관위는 이번 참사를 계기 삼아 조직의 명운을 걸고 뼈를 깎는 자기 혁신과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유권자의 소중한 참정권을 지키고 부서진 선거의 신뢰를 간신히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의 거창한 구호나 헌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줄을 서서 내 표를 기다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참정권을 단 하나도 흘리지 않고 빈틈없이 받아내 지켜내는 현장의 땀방울에서 시작된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치욕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대한민국 유권자들 역시 선관위의 향후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26-06-04 07: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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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심판한 민심의 엄중한 명령, 여당은 자만 버리고 민생·통합에 올인하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결과는 준엄했고 거침이 없었다. 민심은 불법 비상계엄의 상흔과 퇴행적 정쟁에 매몰되어 있던 제1야당 국민의 힘을 향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고,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에는 국정 동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선택을 했다.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인천, 대전, 충청, 강원 등 지난 선거에서 잃었던 격전지를 대거 탈환했을 뿐 아니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와 부·울·경 등 영남권에서도 경이로운 선전을 펼치며 사실상 전국을 아우르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집권여당은 입법과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무한 책임의 정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1야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유권자들의 철저한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내란 사태라는 헌정사적 비극을 겪고도 성찰하기는커녕, ‘윤 어게인’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다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정권 심판론만을 무한 반복했다. 심지어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치고 극우 성향의 강성 세력에 휘둘리는 자멸적 분열을 자초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투표를 통해 보수 진영의 파괴적 혁신과 인적 쇄신을 명령한 이유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최근 코스피 최고치 경신과 수출 호조 등 경제 회복의 청신호와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60%대의 견조한 국정 지지율을 증명해 내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당의 압승이 곧 현재 삶에 대한 국민의 완전한 만족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기보다 그 결과가 지닌 무게감을 무섭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방선거와 총선의 압승 뒤 오만에 빠져 독주하다가 순식간에 정권을 내주거나 참패했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전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 한곳으로 과도하게 집중될 때 견제 장치가 사라진 집권 세력이 스스로 제어력을 잃고 독선에 빠지는 순간, 민심의 역풍은 언제든 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 내란 청산이나 과거 지우기 같은 이념적 과제에만 과도하게 매몰된다면 피로감을 느낀 중도층과 지지층마저 제일 먼저 등을 돌릴 것이다. 이제 이재명 정부와 여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민 통합’과 고달픈 삶을 현장에서 보듬는 ‘경제 살리기’다. 지표상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냉골은 여전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가와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시한폭탄과 같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어떤 화려한 거시경제 지표도 허명에 불과하다. 다행히 2028년 총선까지 앞으로 2년간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다. 나라 전체를 소모적인 정치적 블랙홀로 밀어 넣을 표 계산과 정쟁의 유인이 사라진, 그야말로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금쪽같은 기회다. 이재명 정부의 첫해 가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준비 기간이었다면, 집권 2년 차부터는 손에 잡히는 정책적 성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일방적인 법안 처리라는 독선적 행태를 지양하고, 법치와 협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실어준 압도적인 힘을 오직 민생을 따뜻하게 보듬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만 쏟아붓기를 기대한다. 성과 없는 독주는 준엄한 심판을 부른다는 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엄중한 교훈이다.
2026-06-04 0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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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 흐름 속 대구는 재역전…서울·부산 우세, 평택을은 끝까지 안갯속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자정을 넘기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4일 0시45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우세한 흐름이다. 시·도지사 16곳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다수 지역에서 1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경북과 경남에 이어 대구에서도 재역전 흐름을 만들며 영남 방어선 사수에 나서고 있다. 개표 초반부터 민주당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강원·충청권 일부와 호남·제주에서 앞서가며 ‘전국 정당’ 구도를 다시 확인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경북에서 우위를 유지했고, 경남과 대구에서는 개표가 진행될수록 보수 결집세가 반영되며 접전 또는 역전 흐름을 만들고 있다. 특히 대구는 개표 초반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개표율 44.86% 시점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50.02%로 김 후보 48.93%를 앞서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수도권 3곳 민주 우세…서울 정원오, 경기 추미애, 인천 박찬대 선두 가장 상징성이 큰 곳은 서울이다. 4일 0시45분 개표 흐름에서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60%대 득표율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서울시장 선거는 개표율 29.19%에서 정 후보 60.00%, 오 후보 37.43%였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개표율 41.38%에서 추 후보는 55.02%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흐름을 보였고, 양 후보는 39.46%에 그쳤다. 인천시장 선거도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흐름이다. 서울의 의미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1곳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서울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이자 중도층의 방향을 보여주는 정치 지표다. 정 후보의 우세가 최종 승리로 굳어진다면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 부산 민주 우세, 대구는 추경호 재역전…영남 민심은 ‘균열과 결집’ 동시 표출 부산과 대구의 흐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지역은 선거 전부터 보수 결집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혔다. 개표 초반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부산과 대구에서 모두 앞서며 영남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개표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를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개표율 60.94% 시점에서 전 후보는 52.02%, 박 후보는 46.44%를 기록했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 재편, 청년 유출 문제가 선거 내내 핵심 쟁점이었다. 전 후보의 우세가 유지된다면 부산 유권자가 보수 정당의 안정론보다 변화론과 지역경제 재설계론에 더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대구시장 선거는 개표 중반 최대 접전지로 바뀌었다. 앞서 개표율 41.91%에서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49.56%,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49.39%로 불과 0.17%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이후 개표가 더 진행되면서 추 후보가 재역전했다. 개표율 44.86% 시점에서 추 후보는 50.02%, 김 후보는 48.93%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09%포인트에 불과하다. 대구의 재역전은 이번 선거의 영남 민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김 후보가 대구에서 5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민주당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대목이다. 동시에 추 후보가 개표 중반 재역전에 성공한 것은 TK 보수층의 막판 결집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구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아성의 균열’과 ‘전통 지지층의 재결집’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대구는 단순히 국민의힘이 지키느냐, 민주당이 뚫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 전환 지연에 대한 불만이 기존 정치 구도에 균열을 냈고, 동시에 보수층은 막판 결집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대구는 이번 선거 이후 양당 모두가 가장 깊이 들여다봐야 할 전략 지역이 됐다. 경남도 끝까지 봐야 한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개표율 50.25% 시점에서 박 후보는 51.90%, 김 후보는 48.09%다. 이후 개표가 진행되면서 창원권, 김해·양산권, 서부경남 표심이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마지막 투표함까지 확인해야 하는 핵심 접전지로 남았다. 재보선도 민주 우위…부산 북갑·평택을은 마지막까지 변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대체로 민주당 우세 흐름이지만, 일부 지역은 막판까지 예단하기 어렵다. 부산 북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울산 남갑, 경기 하남갑 등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는 흐름이 보이고 있다. 부산 북갑은 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대결 구도가 선거 내내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20분 기준 부산 북갑은 개표율 5.06%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53.96%,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8.35%,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7.68%를 기록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하 후보 42.6%, 한 후보 41.6%, 박 후보 15.8%로 나타나 두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했다. 경기 평택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변수 지역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31.1%,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30.6%, 김용남 민주당 후보 30.3%로 세 후보 간 격차가 모두 1%포인트 미만이었다. 초반 개표에서는 후보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권 안정론’에 힘 실린 개표 흐름…국민의힘은 영남 방어선 사수 여부가 관건 이번 선거의 1차 의미는 ‘정권 안정론’의 우세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다수 지역과 재보선 상당수에서 앞서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유권자는 정권 출범 이후 첫 전국 선거에서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여당의 국정 안정론에 더 무게를 둔 셈이 된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 상징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여권에 강한 국정 추진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대구의 재역전은 국민의힘에 최소한의 반격 명분을 제공한다. 추경호 후보가 개표율 44.86% 시점에서 김부겸 후보를 1.09%포인트 차로 앞선 것은 TK 보수층이 막판에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경북의 확실한 우세, 대구의 재역전, 경남의 초박빙 흐름을 묶어 영남 방어선을 지키는 것이 선거 후폭풍을 줄이는 최소 조건이 됐다. 국민의힘에는 여전히 뼈아픈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충청권, 부산 등에서 밀리는 흐름이 굳어진다면 지도부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특히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대구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50%에 육박한 것은 보수 정당의 지역 기반 전략과 세대 확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다. 다만 최종 판세는 아직 ‘확정’보다 ‘윤곽’에 가깝다. 서울은 강남권 개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선관위 설명, 대구는 후반 개표 흐름, 경남은 막판 표차, 평택을과 부산 북갑은 재보선 특유의 낮은 표본·작은 표차가 변수다. 개표율이 더 올라가면 초반 흐름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접전지는 마지막 투표함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교체 여부를 넘어 향후 정국 주도권을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민주당이 현재 흐름대로 압승에 가까운 결과를 얻는다면 이재명 정부의 개혁·경제정책 추진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도부 쇄신, 중도층 회복, 영남 의존 탈피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대구의 재역전은 보수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김부겸 후보의 선전은 보수 아성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2026-06-04 01: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