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7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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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우리는 나무를 얼마나 관리하고 있는가
오늘은 식목일이다. 그러나 거리에서도, 산에서도 “나무를 심자”는 외침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때 헐벗은 산에 옷을 입히겠다는 절박함이 시대정신이었고 온 국민이 삽과 묘목을 들고 나섰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60~70년대 우리는 가난했고 산은 더 가난했다. 땔감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했고 민둥산은 장마철마다 토사를 쏟아냈다. 그 시절 식목은 생존이었고 국토 재건의 출발점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산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헐벗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울창해졌다. 숲은 빽빽해졌고 낙엽과 고사목이 산 곳곳에 쌓였다. 과거의 성공이 오늘의 위험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제 “얼마나 심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식목의 시대를 넘어 산림 관리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산불이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 작은 불씨 하나가 수천 헥타르의 숲을 순식간에 삼킨다. 울창한 숲은 그 자체로 연료가 된다. 바닥에 쌓인 낙엽과 마른 가지, 방치된 고사목은 불길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나무가 없어 문제였지만 지금은 관리되지 않는 숲이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고전은 이미 이를 경고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이다. 숲 역시 무조건 울창하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간격과 순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산림이 된다. 『맹자』의 “부근이시입산림(斧斤以時入山林)”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도끼를 때에 맞게 산에 들여보내야 숲이 유지된다는 뜻으로 무분별한 벌목이 아니라 계획된 이용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혜다. 이제 산림 정책의 방향도 분명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후 진화 중심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불은 끄는 것보다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숲의 밀도를 조절하는 간벌을 일상화하고 고사목과 낙엽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특히 산불 취약 지역에는 방화선 구축과 함께 ‘연료 관리’ 개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산림 관리의 과학화도 요구된다. 드론과 위성,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림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건조도와 풍속, 식생 정보를 종합 분석해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공동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로 산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문화가 존재했지만 도시화와 고령화로 이러한 기능은 크게 약화됐다. 산림은 행정만으로 지킬 수 없다. 주민과 민간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관리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산불은 결국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되고 사람의 손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 산불의 상당수는 인재(人災)에서 비롯된다. 입산 통제 위반이나 논·밭두렁 소각, 부주의한 화기 사용이 주요 원인이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계도와 교육, 실질적인 감시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시기에는 선제적 통제가 더욱 필요하다. 산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보존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은 목재 자원으로 활용하고 숲의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산림을 만든다. 방치된 숲은 재난의 원인이 되지만 관리된 숲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식목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국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를 되묻는 날이다. 과거 우리는 나무를 심으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제는 그 나무를 관리하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시대는 변했고 과제도 달라졌다. “전지불망 후지사지(前之不忘 後之師也)” 지나온 일을 잊지 않으면 훗날의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헐벗은 산을 되살린 경험은 분명 자산이다. 그러나 그 성공에 안주한다면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 오늘 식목일,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무를 얼마나 심었는가가 아니라 그 나무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를. 숲은 자연이 아니라 관리의 결과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다.
2026-04-05 15: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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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2026년 협력사 등록 진행 外
[경제일보] 두산건설은 올해 협력사 신규 등록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공고 및 신청은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건축, 토목, 기계, 전기, 가설장비 등 총 73개 공종을 대상으로 한다. 접수된 업체의 재무상태, 시공능력, 기술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7월 1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선발된 협력사는 7월 1일부터 2027년 6월 30일까지 1년간 등록 유효기간을 갖게 된다. 두산건설은 주거 품질 향상과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해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등록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 B+이상, 현금흐름등급 C+이상(한국기업데이터 기준 : CR-3), 부채비율 250% 미만 등의 필수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재무 건전성이 확보된 업체만을 선별한다. 올해 회사는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로드맵에 대응하고자 ‘태양광설비’ 공종을 신설했다. 작년 6월부터 시행된 민간 공동주택 에너지 성능 기준 강화에 따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사를 적극 발굴해 친환경 주택 건설 기준을 충족하고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설 계획이다. 상세한 등록 기준과 신청 방법은 두산건설 홈페이지와 두산건설 협력회사 포털 및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LH, 건설현장에 안전감시단 배치 본격화…건설재해 근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건설현장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LH 건설현장에 안전감시단 배치를 본격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현재 법정 기준에 따라 건설현장에 의무 배치되는 안전관리자는 통상 1~3명 수준이다. 안전관리자만으로는 현장 전체를 상시 감시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 또 3기신도시 본격 착공 등으로 올해 LH 관리물량이 약 16만1000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리물량 증가와 기존 현장 안전관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LH는 발주자 주도하에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위험요인을 실시간으로 발굴․제거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을 조성하고자 ‘안전감시단’ 제도를 도입한다. ‘안전감시단’은 건설현장에 상주하며 △근로자 불안전 행동 차단 △작업장 시설물 위험요소 점검 및 제거 △TBM 안전조회 활동 △신규 근로자 안전교육 지원 △갱폼 인양․밀폐공간․고소작업 등 고위험 작업 상주 감시 업무 등을 수행한다. 회사는 지난해 재해 다발현장 4개소를 선별해 안전감시단 제도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운영 결과 6개월간 건설현장 위험요소 1420건이 제거됐을 뿐 아니라 산재 0건을 기록해 무재해 전환 성과를 거뒀다. 시범운영 성과를 토대로 다음 달까지 2개월간 고위험 건설현장 25개소를 대상으로 우선 운영에 나선다. 이어서 오는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배치 대상현장 80개소를 추가한 총 105개소에 안전관리단 231명을 투입해 위험 시기별 안전감시단 순환·집중 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상조 LH 스마트건설안전본부장은 “건설현장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다”라며 “안전감시단 확대 운영을 통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신속하게 발굴․제거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증서 위·변조 주의… 반드시 진위 확인해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봄 이사철을 맞아 개업공인중개사를 사칭해 직거래 플랫폼 등에서 계약금을 편취하는 사기 사례가 연이어 발생 중이라며 대국민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1일 밝혔다. 협회에 최근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사기 일당은 신분증과 명함, (구)공제증서 양식으로 인적 사항을 위조한 뒤 직거래 사이트에서 만난 소비자에게 이를 제시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을 정상적인 개업공인중개사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계약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이는 전문 자격사의 신뢰를 악용하는 중범죄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으면서 직거래를 많이 활용하는 사회초년생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협회는 공인중개사 사칭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회 또는 국토부 관련 사이트를 통한 정상 등록 개업공인중개사 이용 △중개사무소를 실제로 방문해 정상 영업을 육안으로 확인 △계약금 등 거래금액은 반드시 등기부상 소유자 계좌로 입금할 것 △공제증서 위조여부 확인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중 공제증서와 관련 “공인중개사 사칭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24년부터는 하단에 ‘위·변조 방지 바코드’가 자동으로 삽입된 공제증서가 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보이스아이’ 앱을 설치한 뒤 공제증서 하단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협회에서 발급한 실제 정보와 일치하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증서 상단의 QR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해당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 정보와 공제 가입 여부도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경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개사의 실명과 사무소 위치, 공제 가입 여부를 대조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김종호 협회장은 “협회 공제증서는 우리 회원들이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드리는 약속의 상징이다”라며 “이를 범죄에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 및 관공서와 긴밀히 협조해 끝까지 추적하고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2026-04-01 15: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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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잠수함 잡을 '시호크' 첫 작전 투입
신형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가 작전에 처음으로 투입된다. 최강의 해상초계기로 평가되는 P-8A '포세이돈'과 함께 북한 잠수함을 견제할 입체 작전이 가능해진다. 해군은 1일 경남 진해 제62해상항공전대에서 MH-60R 인수식을 열고, 전력화가 완료된 MH-60R 2대가 공식 작전 배치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2020년 12월 미국 정부와 MH-60R 12대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2대가 처음으로 작전배치된 것이다. MH-60R은 뛰어난 탐지 장비와 무장을 바탕으로 해상에서 대잠전, 대수상함전, 감시·정찰,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주로 동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하면 4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해상 레이더, 디지털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 등 고성능 감시 정찰 장비, 전자전 장비(ESM) 등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잠수함 신호를 탐지·식별·추적할 수 있는 가변 심도 음탐기(디핑 소나)와 음향 탐지 부표(소노부이)를 활용해 넓은 해역에서 대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무장은 북한 공기부양정을 비롯한 수상함 등 해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함 유도탄, 수중 잠수함 공격용 MK-54 경어뢰를 운용할 수 있다. 최대 중량 10.2t, 길이 16.18m, 폭 4.37m, 높이 5.18m에 최대 시속 180노트(333㎞)다. 김경률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축사에서 "오늘부터 본격적인 작전을 펼치게 될 시호크는 매의 위용처럼 뛰어난 탐지·추적 능력과 무장, 신속한 기동력으로 적에게 참담한 패배를, 아군에게 압도적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상 해군항공사령관(준장)은 "MH-60R은 현존하는 해상 작전 헬기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검증된 항공기"라며 "확장된 탐지 범위와 강화된 공격 능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양 주권을 더욱 확고히 사수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4-01 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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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권력의 유혹과 시장의 균형, 국민연금의 손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경제일보]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온 주주총회 시즌은 기업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시간이자,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올해 재계의 시선은 실적이나 전략보다 한 기관의 선택에 더 쏠려 있다. 바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이 거대한 자금이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업 경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이름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배경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그간 일부 대기업에서 반복돼 온 지배구조 문제, 오너 리스크, 그리고 주주 가치 훼손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가치의 저평가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로서 기업의 일탈을 견제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정도의 문제’다.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건전한 감시를 넘어 경영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는 순간, 시장은 본래의 작동 원리를 잃기 시작한다. 경영진 선임, 투자 결정, 사업 구조 재편 등은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만약 이러한 판단들이 시장 경쟁이 아닌 외부 기관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면, 기업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적 ‘눈치 경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는 국민연금이라는 조직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아무리 독립성을 강조하더라도, 공적 기금 운용이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책 기조나 정권의 성향에 따라 투자 방향이나 주주권 행사의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기업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왜곡된 구조에 놓일 수 있다. 이른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선의의 개입’이 가져올 수 있는 역설적 결과다.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라는 목표가 오히려 기업의 활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외부의 과도한 감시와 개입이 지속되면, 경영진은 책임 있는 결단보다 무난한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결국 혁신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내수 침체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기에 기업이 자유롭게 전략을 구상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연금의 역할 역시 이 같은 큰 흐름 속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수탁자’다. 국민이 맡긴 자산을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불려야 하는 책임이 최우선이다. 주주권 행사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은 철저히 수익성과 장기적 가치 제고라는 기준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도덕적 판단이나 사회적 요구가 경영적 합리성을 압도하는 순간, 연금 운용은 본래의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개입’이 아니라 ‘정교한 절제’다. 국민연금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되,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시장의 심판자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운용은 신중해야 하고, 그 영향력은 절제되어야 한다. 기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거대한 자금이 거대한 책임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바람이 거센 경제의 바다에서 국민연금이 해야 할 역할은 방향을 좌우하는 키가 아니라 균형을 잡는 추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야 한다.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온 주주총회 시즌은 기업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시간이자,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올해 재계의 시선은 실적이나 전략보다 한 기관의 선택에 더 쏠려 있다. 바로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이 거대한 자금이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업 경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이름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배경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그간 일부 대기업에서 반복돼 온 지배구조 문제, 오너 리스크, 그리고 주주 가치 훼손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가치의 저평가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로서 기업의 일탈을 견제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정도의 문제’다.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건전한 감시를 넘어 경영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는 순간, 시장은 본래의 작동 원리를 잃기 시작한다. 경영진 선임, 투자 결정, 사업 구조 재편 등은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만약 이러한 판단들이 시장 경쟁이 아닌 외부 기관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면, 기업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적 ‘눈치 경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우려는 국민연금이라는 조직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아무리 독립성을 강조하더라도, 공적 기금 운용이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책 기조나 정권의 성향에 따라 투자 방향이나 주주권 행사의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기업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왜곡된 구조에 놓일 수 있다. 이른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선의의 개입’이 가져올 수 있는 역설적 결과다.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라는 목표가 오히려 기업의 활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외부의 과도한 감시와 개입이 지속되면, 경영진은 책임 있는 결단보다 무난한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결국 혁신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내수 침체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시기에 기업이 자유롭게 전략을 구상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연금의 역할 역시 이 같은 큰 흐름 속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수탁자’다. 국민이 맡긴 자산을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불려야 하는 책임이 최우선이다. 주주권 행사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은 철저히 수익성과 장기적 가치 제고라는 기준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도덕적 판단이나 사회적 요구가 경영적 합리성을 압도하는 순간, 연금 운용은 본래의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개입’이 아니라 ‘정교한 절제’다. 국민연금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되,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모든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시장의 심판자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운용은 신중해야 하고, 그 영향력은 절제되어야 한다. 기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거대한 자금이 거대한 책임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바람이 거센 경제의 바다에서 국민연금이 해야 할 역할은 방향을 좌우하는 키가 아니라 균형을 잡는 추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야 한다.
2026-03-25 15: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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