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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뒤에 숨은 진짜 수혜주…AI 인프라 밸류체인 다시 짠다
[경제일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보다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전력기기, 냉각, 로봇 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생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조업 AI 전환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관심도 대기업 투자 규모보다 실제 발주가 이뤄질 후방 밸류체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에서 AI 인프라로…산업정책 무게중심 이동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기존 산업정책과 결이 다르다.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를 학습시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확산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도체 투자 확대를 넘어 'AI 시대 국가 인프라 구축'으로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AI를 실제 서비스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설비 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축도 각각 독립된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고 AI 데이터센터는 이를 학습·추론하는 공간이며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제 활용하는 단계다. 세 분야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구조인 만큼 투자 효과 역시 특정 기업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부장 넘어 전력·냉각까지…AI 밸류체인 전반 수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반도체 소부장이다. 정부는 기존 용인·평택 생산거점과 함께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했다. 신규 팹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이다. 노광과 식각, 증착, 검사, 패키징 등 공정 전반에서 장비 발주가 늘어나고 웨이퍼와 특수가스, 화학소재 등 핵심 소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BM 생산에는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적층·패키징 공정이 요구되는 만큼 후공정 장비와 검사 장비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더 큰 특징은 반도체 장비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존 반도체 생태계 밖에 있던 산업들도 새로운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수천~수만 장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초고압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어날수록 전력기기와 전선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고성능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과거보다 훨씬 높은 전력 사용량과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며 "전력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류(DC) 배전과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전력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단순 건축 사업이 아니라 전력 설비와 송배전망 구축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냉각 기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량 집적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발열은 기존 서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냉각 효율이 떨어질 경우 성능 저하와 전력 손실은 물론 장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냉각 시스템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랭식 중심이던 기존 시장도 액침냉각과 수랭식 등 고효율 냉각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서버 냉각장치와 공조 시스템, 열관리 솔루션 등 관련 시장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AI가 키울 로봇 생태계…"공급망 경쟁력이 성패"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피지컬 AI 역시 새로운 소부장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과 제조설비, 물류장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한 로봇 보급을 넘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센서와 카메라,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제어기 등 다양한 핵심 부품이 필요하다. 정부도 대경권 자동차·가전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기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제조업 기반을 AI·로봇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산업기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설비 예지보전, 공장 자동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대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밸류체인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기술 자립은 물론 지역 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가 반복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확대와 기술 검증 기회가 함께 마련돼야 메가프로젝트의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가 더 이상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와 피지컬 AI 확산이 맞물리면서 고효율 전력기기와 냉각, 센서, 자동화 솔루션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6-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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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서 방산·조선·우주 '산업복합체'로…한화, M&A로 재계 5위 '점프'
[경제일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 변신의 폭이 가장 큰 그룹 중 하나다. 출발은 화약이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시작한 한화는 전후 복구에 필요한 산업용 화약을 국산화하며 성장했다. 도로, 터널, 공장과 항만을 짓던 시대의 뒤편에 한화의 화약이 있었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기술, 대형 산업 현장을 뒷받침하는 공급 능력, 국가 기간산업과 맞닿은 제조 감각이 한화의 초기 DNA였다. 약 70년의 시간이 지나 한화의 무대는 크게 달라졌다. 화약은 로켓 추진체와 정밀무기로 이어졌고, 방산은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항공엔진과 레이더로 넓어졌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특수선, 미 해군 정비사업으로 확장됐다. 태양광은 미국 현지 생산망을 통해 에너지 안보 산업으로 바뀌었다. 한화는 이제 방산·조선·우주·에너지를 묶어 산업 플랫폼을 만드는 그룹으로 거듭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한화는 재계 순위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삼성 방산 계열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KAI 지분 확대 움직임이 누적된 결과다. 한화는 회사를 사서 덩치만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사들인 회사를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M&A로 체급 바꾼 한화식 성장법 한화 DNA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체급 변화다. 결정적 전환점은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였다. 당시 삼성그룹이 방산·화학 계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화가 이를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래는 한화 방산의 판을 바꾼 승부수가 됐다.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삼성탈레스는 한화시스템의 축으로 이어졌다. 항공엔진, 방산전자, 레이더, 지휘통제, 정밀무기라는 가치사슬이 한화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두 번째 체급 변화였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시켰다. 한화 계열 5개사는 약 2조원을 투입해 한화오션 지분 49.3%를 확보했다. 조선은 한화에 낯선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산·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LNG 운반선은 에너지 운송이고, 특수선은 해양 방산이며, 해양플랜트는 대형 엔지니어링이다. 한화는 조선을 별도 산업이 아니라 방산과 에너지를 잇는 플랫폼으로 본 셈이다. 최근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는 올해 말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그룹 합산 12%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 항공기 개발·제조 기업이자 위성·항공 전투체계 역량을 가진 기업이다. 이에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항공기, 위성, 엔진, 레이더, 발사체를 묶는 '한국형 항공우주 체계'를 구상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화 방산의 성장세도 이와 같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에 장거리 포병체계와 로켓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유럽 안보 불안과 각국의 재무장 흐름은 한국 방산에 기회가 됐고, 한화는 빠른 납기와 검증된 양산체계로 그 기회를 잡고 있다. 방산·조선·우주로 이어지는 산업 플랫폼 한화의 강점은 단품 무기를 넘어 체계를 팔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주포, 다연장로켓, 항공엔진, 레이더, 함정, 위성, 정비, 금융 조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한화는 한국형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한화오션은 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화력과 엔진, 한화시스템은 눈과 두뇌, KAI 지분 확대는 하늘과 우주를 향한 연결고리를 맡는 구조다. 이 조합이 실제 시너지로 이어지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도 드문 산업 복합체가 된다. 태양광 사업도 한화 DNA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잉곳·웨이퍼·셀·모듈을 한곳에서 만드는 미국 내 수직계열화 공장이다. 방산과 태양광은 달라 보이지만, 한화가 읽는 문법은 비슷하다. 공급망을 장악하고, 현지 생산을 깔고, 국가 전략산업의 흐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방산에서는 안보가, 태양광에서는 에너지 안보가 시장을 움직인다. 한화의 방향은 뚜렷하다. 한화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라기보다 국가 인프라와 안보, 에너지, 해양, 우주를 잇는 산업재 그룹으로 자신을 다시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초격차', 현대차는 '제조와 공급망', SK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말한다면, 한화는 산업의 뼈대를 사들여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 DNA의 본질은 화약 그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고, 큰 산업을 버티며, 필요한 기업을 사들여 새 체계를 만드는 능력"이라며 "지금의 한화는 가장 한화다운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약회사에서 출발한 기업이 방산·조선·우주라는 폭발력 있는 산업으로 돌아왔다"며 "체계와 신뢰, 안전과 기술로 증명돼야 하고, 이는 재계 5위로 올라선 한화가 마주한 다음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2 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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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가프로젝트, 800조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와 AI 연결
[경제일보] 800조원, 550조원, 1000조원.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발표 직후 관심은 자연스럽게 투자 규모와 지역별 배치에 쏠렸다. 정치권에서는 호남 투자 비중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숫자보다 먼저 읽혀야 할 메시지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것은 '3대 메가프로젝트'였지만 산업계가 받아들여야 할 키워드는 따로 있다. 바로 'AI 공급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팹 확충, AI데이터센터(AIDC) 구축, 피지컬AI 육성이라는 세 개의 사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를 각각의 투자 계획으로만 바라보면 이번 발표의 의미를 절반밖에 읽지 못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개별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부터 AI 서비스 구현, 제조업 적용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있다. 정부가 제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세 개의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AI 경쟁력을 떠받칠 산업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청사진에 가깝다. 반도체는 AI의 연산 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렇게 생산된 반도체는 AI데이터센터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활용되고 데이터센터에서 학습한 AI는 다시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자율 제조 등 피지컬AI 산업으로 확장된다. 다시 말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피지컬AI는 각각의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사슬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구조다. 어느 한 축이 흔들리면 나머지 산업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점은 글로벌 AI 경쟁 구도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이 생성형 AI 플랫폼과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반도체 생산 역량과 제조업 기반을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한 투자 계획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마다 투자 금액에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의미는 투자 규모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 피지컬AI를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묶어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물론 AI 공급망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대규모 전력과 초순수 등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필수고 AI데이터센터 역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송전망과 전력 인프라가 갖춰져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여기에 AI와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지역 정주 여건 개선, 인허가 절차의 신속한 추진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비로소 정부가 그리는 청사진도 현실이 된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정부 정책, 지방자치단체의 인프라 조성, 기업의 투자 및 인재 확보가 동시에 맞물릴 때 완성형 AI 산업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다. AI 공급망을 적기에 구축하고 산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번 발표가 대한민국 AI 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기록될지, 또 하나의 대형 투자 계획에 머물지는 결국 추진 속도와 완성도에 달려 있다.
2026-06-30 16: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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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하드웨어의 숙명, '경직된 자본'을 깨워라 — 인프라 기업과 STO의 필수불가결한 미래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은 거대한 제철소,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 그리고 전국을 거미줄처럼 얽은 전력망과 같은 중후장대형 인프라 산업이었다. 이 단단한 하드웨어 자산들은 국가 경제의 뼈대를 이루며 가장 확실한 부를 창출해 왔지만, 자본의 관점에서는 치명적인 숙명을 안고 있다. 바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긴 자본 회수 기간으로 인한 자본의 경직성이다. 한 번 구축된 인프라는 수십 년에 걸쳐 감가상각되며 서서히 가치를 회수한다. 고금리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자본의 기회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현대의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이처럼 무거운 물리적 자산에 자본이 묶여 있는 구조는 기업의 재무적 기동성을 제약하는 가장 큰 족쇄가 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 유동화 방식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은 대규모 금융 비용과 복잡한 발행 절차, 그리고 철저히 대형 금융기관 위주의 폐쇄적 구조라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나 중소형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분산형·지능형으로 진화하는 현대의 인프라 자산들은 기존의 거대 금융 문법으로는 기민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글로벌 선도 인프라 기업들이 토큰증권(STO)이라는 새로운 금융 영토에 사활을 걸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TO는 대규모 설비 투자의 리스크를 무수히 많은 디지털 조각으로 분산해 기업의 재무 부담을 덜어내는 자산 경량화 전략의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STO의 본질은 단순히 물리적인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철골 시설을 조각내어 파는 소유권의 분할이 아니다. 그 시설이 가동되면서 미래에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흐름, 즉 가치와 수익권을 토큰화하는 것이다. 송전선 위를 흐르는 전기,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동하는 에너지, 태양광 패널이 흡수한 햇살이 실시간 데이터로 치환되어 투자자들에게 조작 불가능한 배당의 근거를 제공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과거 창고나 부지 속에 무겁게 정체되어 있던 하드웨어 자산은 실시간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순환하는 살아 있는 금융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인프라는 더 이상 장부 속 고정자산에 머물지 않는다. 운영 데이터와 수익 흐름, 투자자의 참여가 결합된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된다. 전략 원자재를 확보하는 업스트림 단계가 산업 자본 대전환의 훌륭한 시작이었다면, 그 원자재가 흘러 들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프라망을 구축하고 유동화하는 과정은 이 거대한 가치사슬의 완성이다. 원자재 조달에서 인프라 운영, 그리고 지능형 제어에 이르는 다운스트림 전 과정이 하나의 데이터로 이어질 때 비로소 자본은 정체 없이 흐를 수 있다. 하드웨어의 경직성을 깨고 금융의 유연성을 덧입히는 이 필연적인 여정 위에서 대한민국 산업 자본은 새로운 진화의 문을 열고 있다. STO는 단순한 금융 기법이 아니다. 무거운 인프라 자산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잠들어 있던 산업 자본을 깨우며, 제조 강국 대한민국이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연결 언어다. [필자 소개] 구교성 | 클레버스(CLEBUS) 의장 2001년 ‘질문·답변을 통한 정보 제공 방법’ 및 ‘대표 키워드 검색’ 등 원천 특허를 출원하며 일찍이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와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시대를 예견했다. 국경 없는 가치 공유와 결제 생태계를 목표로 2006년 클레버스를 설립했다. 이후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의 도래와 함께 무형의 지식 자산을 넘어 실물 자산과 에너지 인프라를 토큰화하는 혁신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현재 클레버스를 통해 실물자산(RWA) 거래소를 포괄하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선박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부터 공공 자산에 이르는 디지털 트윈 및 STO 인증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글로벌 실물자산 금융화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클레버스 초연결 생태계의 기축자산통화인 클레코인(CLE)은 현재 고팍스(GOPAX)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 중이다.
2026-06-28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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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렌터카 다음 전장은 중고차…KG·현대차 판 키운다
롯데렌탈 매각 협의 중단으로 국내 렌터카 시장 재편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완성차 업체와 렌터카 업체, 중고차 플랫폼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시장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KG그룹의 케이카 인수와 현대자동차의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렌터카 패권전쟁]은 거래 무산 이후 달라진 시장 판도와 향후 재편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렌터카 시장의 경쟁축이 중고차로 옮겨가고 있다. 차량 가격 상승과 시장 성숙으로 계약 종료 이후 중고차 처분 가격이 수익성을 좌우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플랫폼 모두 판매 이후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KG그룹은 케이카 인수로 중고차 유통망을 확보했고, 현대자동차는 인증중고차와 차량 구독 사업을 확대하며 판매 이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신차보다 큰 중고차 시장…‘잔존가치’ 경쟁 수익성 갈랐다 26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26만7396대로 신차 등록 대수(168만8007대)의 약 1.3배를 기록했다. 시장 규모도 3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자동차 산업에서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 확대는 렌터카 산업의 경쟁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과거에는 차량 확보 규모와 계약 대수가 성장의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계약이 종료된 차량을 얼마에 판매하느냐가 기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렌터카 사업은 차량을 일정 기간 운용한 뒤 중고차 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만큼 차량의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감가상각 부담을 줄이고 처분이익을 높일 수 있다. 잔존가치 경쟁이 강화된 배경에는 국내 렌터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영향이 있다. 지난해 렌터카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장기렌터카와 법인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왔지만 시장이 일정 규모에 이르면서 단순히 차량을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같은 차량이라도 중고차 가격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기업 간 수익성 격차도 커지고 있다. 신차 가격 상승과 금융 비용 증가도 잔존가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차량 구매 비용이 높아질수록 계약 종료 후 회수하는 금액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성능과 차량 관리 수준이 중고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중고차 거래는 계약 종료 차량을 처분하는 기능을 넘어 차량 가치와 브랜드 경쟁력을 관리하는 역할로 확대됐다. 이 같은 변화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 현대차는 잔존가치·KG는 수직계열화…중고차 전략도 차별화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도 기업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차량 생애주기 전반을 직접 관리하는 전략과 제조·유통·금융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나뉜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판매 이후 시장을 직접 확보해 차량 한 대에서 창출하는 수익을 확대하려는 목표는 같다. 현대자동차는 판매 이후 시장을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관에 자동차 대여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고, 이후 차량 구독 서비스도 도입했다. 소비자가 차량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일정 기간 차량을 이용한 뒤 차량을 반납하면 회수 차량은 품질 검사를 거쳐 인증중고차로 다시 판매된다. 신차 판매와 차량 이용, 회수, 재판매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고객을 브랜드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차량 데이터도 중요한 자산이다. 주행거리와 정비 이력, 차량 상태 등을 직접 축적할 수 있고 이를 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제조사가 인증중고차 가격을 직접 관리하면 신차의 잔존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차의 잔존가치와 브랜드 경쟁력을 함께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KG그룹은 케이카를 중심으로 제조와 유통, 금융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G모빌리티의 완성차 제조 역량과 케이카의 중고차 유통망, KG이니시스·KG파이낸셜의 결제·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신차 제조부터 중고차 유통, 자동차 금융, 결제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사업 확대를 넘어 차량 판매 이후 발생하는 유통과 금융 수익을 그룹 내부로 흡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 제조·유통·금융을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해 차량 생애주기 전반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계열사 간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판매 이후 시장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차량 판매 이후 가격 형성과 품질 관리, 금융 서비스까지 제조사가 직접 관여하는 비중이 커질 경우 중고차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단순한 유통 규모에서 브랜드 신뢰도와 차량 관리 역량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이제 한 번의 판매가 아니라 고객이 차량을 교체하는 시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차량 교체 수요를 다시 자사 브랜드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기업일수록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6-06-26 0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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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룹의 야심작 '빈스피드', 대형 철도 사업 참여 확대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인 빈그룹(Vingroup)의 철도 전문 계열사 빈스피드(VinSpeed)가 베트남 전역의 대형 철도 사업에 잇달아 참여하며 민간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하노이시가 추진하는 총사업비 1300조 동 규모의 도시철도(메트로) 5개 노선 사업에서 빈홈즈와 함께 EPC(설계·조달·시공) 총괄 시공사로 선정된 데 이어 남북을 잇는 고속철도 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부동산과 유통 중심이었던 베트남 민간 자본이 국가 전략 인프라와 첨단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 남북 잇는 대형 철도 프로젝트 추진 빈그룹 창업주이자 베트남 최대 부호인 팜 녓 브엉(Phạm Nhật Vượng) 회장이 최대 주주로 참여한 빈스피드는 자본금 6조 동으로 출범한 신생 기업이다. 설립 이후 대형 철도 사업에 잇따라 참여 의사를 밝히며 기간산업 분야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빈스피드는 두 개의 대형 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남부 벤탄-껀져 고속철도 사업은 총연장 54km, 사업비 약 85조 동 규모로 호치민시 중심부와 껀져 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최고 설계 속도는 시속 350km이며 표준궤 복선 전철 방식으로 건설이 추진된다. 북부 하노이-꽝닌 고속철도 사업은 총연장 120km, 사업비 약 147조 동 규모다. 수도 하노이와 세계적인 관광지 하롱베이가 위치한 꽝닌성을 연결하는 전략적 노선으로 평가된다. 민간 자본의 참여는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시속 350km 고속철·도시철도 사업 도전 철도 산업은 기계, 전력, 자동제어, 신호 시스템,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대표적인 종합 산업이다. 특히 빈스피드가 추진하는 시속 350km급 고속철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로 꼽힌다. 그동안 베트남의 주요 도시철도 사업은 해외 기술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에 따라 빈스피드는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지멘스 모빌리티(Siemens Mobility)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한국, 일본, 유럽 기업들과도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50년까지 남북 고속철도를 비롯해 수도권과 남부 대도시권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망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도시계획개발협회의 쯔엉 반 꽝(Trương Văn Quảng) 부사무총장은 "중요한 것은 초기 국산화율보다 베트남 민간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진입해 기술을 축적하고 장기적으로 자립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스피드의 등장은 베트남 민간 자본이 단순한 자산 투자 단계를 넘어 산업 역량을 높이는 주체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거 부동산이 베트남 대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인프라와 물류, 제조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빈스피드가 추진하는 철도 사업이 베트남 민간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6-25 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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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전속력 AX"…SK, '1인 1 AI 에이전트'로 일하는 방식 바꾼다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단순히 생성형 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6 뉴 이천포럼’에서 “360도 전방위로 전속력으로 AX에 돌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올해 포럼은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통합한 첫 행사로,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AX의 출발점을 ‘일의 재정의’로 봤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먼저”라며 “우리의 일을 정확히 정의하고 AI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도입 자체보다 어떤 업무를 바꾸고 어떤 성과로 연결할 것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제안한 핵심 실행 도구는 ‘1인 1 AI 에이전트’다. 최 회장은 “지금 구성원의 90% 이상이 AI를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쓰는 AI를 넘어 조직 전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 업무 효율을 높이는 ‘나의 AI’에서 벗어나 조직 지식과 업무 흐름을 연결하는 ‘우리의 AI’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자신도 여러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각 계열사 경영진과 구성원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수십 개의 회장 아바타들이 각 회사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고 다른 에이전트들과 함께 일하고 소통하도록 하겠다”는 언급은 상징적이다.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과 현장 소통 방식까지 AI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 회장이 말한 AX의 본질은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이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을 정의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모든 과정이 O/I”라며 “AX는 O/I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AI를 별도 혁신 프로젝트가 아니라 비용, 생산성, 품질, 속도를 바꾸는 경영 기본기로 보겠다는 시각이다. SK의 AI 전략은 그룹 포트폴리오와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 메모리부터 데이터센터 인프라, 에너지와 전기화 역량까지 풀스택으로 갖춘 기업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에너지 계열사의 전력·전기화 역량을 하나의 AI 가치사슬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이 비전은 이미 대외 협력으로도 구체화되고 있다. SK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HBM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도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협력, SK텔레콤의 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AI 시대의 병목이 GPU만이 아니라 메모리,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넓어지고 있는 만큼 SK가 가진 산업군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하려는 전략이다. 최 회장의 메시지는 SK의 미래를 ‘AI 인프라 그룹’으로 재정의하려는 선언에 가깝다. 과거 SK가 반도체, 통신, 에너지, 화학, 바이오 등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키워왔다면, 앞으로는 이 자산을 AI라는 공통 축으로 다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의 앞단을 맡고 SK텔레콤이 AI 클라우드와 서비스 접점을 만들며 에너지 계열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과제도 분명하다. AX가 조직 성과로 이어지려면 계열사별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가 연결돼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의사결정과 현장 운영에 들어가면 보안, 권한, 책임, 검증 체계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AI를 많이 쓰는 것과 AI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 회장이 “지금 전속력으로 전방위적인 AX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절호의 기회는 다시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 인프라 경쟁은 속도전이다. 메모리 공급을 늘리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확보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빅테크와 협상할 수 있다. 내부 운영 혁신이 늦어지면 외부 사업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스카이(SKAI)’로 명명된 AI 에이전트가 경영진 논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 발표하고 AI 패널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는 SK가 AI를 보여주기식 기술이 아니라 실제 회의와 의사결정 과정에 넣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의 미래는 이제 반도체 한 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승자는 칩을 만들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전력을 조달하고, 기업과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전 과정을 묶는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의 AX 주문은 SK 구성원에게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요구이고 시장에는 SK가 AI 인프라 전쟁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겠다는 신호다. ‘1인 1 AI 에이전트’가 구호를 넘어 생산성, 비용 절감, 신사업 매출로 이어질 때 최태원의 AI 비전은 그룹의 다음 성장 공식이 될 수 있다.
2026-06-14 1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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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 "AI 경쟁 다음 단계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경제일보]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 월드투어 코리아 2026'에서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생성형 AI 도입 경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일즈포스는 'AI의 영감이 현실이 되는 곳'을 주제로 AI 에이전트가 기업 현장에 본격 투입되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비전을 제시했다. 단순 업무 지원 도구를 넘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팀처럼 협업하는 새로운 업무 환경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행사에는 약 6000명의 기업 관계자와 IT 담당자가 참석해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 혁신 전략과 실제 도입 사례를 공유했다. 박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업무 효율화 수단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전망을 인용하며 금융, 제약,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에이전트가 수익성 향상과 생산성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일즈포스 역시 이미 AI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3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운영 중이며 연간 220만건 이상의 고객 서비스를 AI 에이전트가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분야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연간 1억3000만달러 규모의 파이프라인 창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은 슬랙을 통해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AI 툴을 도입하고 있지만, 데이터와 시스템, 업무 흐름이 분절된 환경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일지라도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 도출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며 "기업용 AI 에이전트가 진정한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와 업무 맥락, 실행 환경이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김근명 세일즈포스 수석 전략 솔루션 엔지니어는 AI 에이전트가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기업 조직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AI 모델이나 에이전트 구축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사람과 AI가 함께 협업하는 업무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일즈포스가 CRM과 데이터 플랫폼, 협업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업 내에 분산된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해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 엔지니어는 "에이전트 기업은 여러분과 함께 에이전트가 여러분의 진정한 디지털 동료가 돼서 조직적 측정 연산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엔트로픽 같은 기업도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10배 이상의 영업 운영 생산성과 60% 더 빠른 영업 사이클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일즈포스는 기업 AI 도입 과정에서 데이터 단절 문제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CRM과 ERP, 협업 플랫폼, 각종 레거시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하지 못하면 AI 역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데이터 파운데이션' 전략을 제시했다. 기업 내 다양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해 AI 에이전트가 업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업무 자동화와 의사결정 지원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세일즈포스는 자사 플랫폼을 특정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개방형 구조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슬랙과 태블로를 비롯해 외부 AI 서비스 및 에이전트와도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들이 기존 업무 환경 안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포스코와 무신사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AI 전환 사례도 공개됐다. 포스코는 고객 접점부터 생산 현황까지 연결하는 프론트오피스 혁신 전략을 소개했다. 노성래 포스코 마케팅전략 실장은 "AI 에이전트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영업 현장의 의사결정과 고객 대응을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철강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AI 기반 업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글로벌 패션 플랫폼 도약을 위한 AI 활용 전략을 공유했다. 길기용 무신사 코어 AI & CS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AI는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고객 경험과 조직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라며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메리앤 파텔 세일즈포스 에이전트포스 세일즈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무대에 올라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면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며, 기업이 생성형 AI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슬랙을 중심으로 한 업무 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오픈AI,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등 AI 기업들 역시 슬랙을 업무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AI 시대 협업 플랫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세일즈포스가 제공하는 개방형 AI 플랫폼 전략을 소개하며, 다양한 AI 모델과 서비스를 기업 환경에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앤 파텔 CPO는 "우리는 지난 27년 동안 구축해온 세일즈, 서비스, 마케팅 플랫폼에 AI 에이전트와 데이터, 워크플로를 결합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세일즈포스 안팎의 다양한 AI 모델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연결해 활용할 수 있으며 이것이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10 12: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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