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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줄어든 시장, 안정이 아니라 불안의 신호다
[경제일보]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을 두고 정상화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세입자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남은 전세 가격이 뛰며, 월세 부담까지 커지는 시장을 안정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전세 감소는 제도의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주거 안전판이 약해지는 신호에 더 가깝다. 최근 통계는 전세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더는 과장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0.32% 올랐다.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세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이를 가계부채 안정의 신호로만 읽기도 어렵다. 전세 거래 자체가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진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는 한국 주택시장의 오래된 안전판이었다. 해외에서 보기 드문 제도이고, 목돈을 맡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위험도 적지 않았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전세제도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과도한 전세대출이 전셋값과 가계부채를 함께 밀어 올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전세가 언제까지나 지금의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세 감소를 곧바로 바람직한 변화로 볼 수도 없다. 전세는 단순한 임대차 방식이 아니었다. 중산층과 서민이 매달 주거비를 크게 줄이면서 직장과 학교, 생활권을 유지하게 해준 완충 장치였다. 내 집을 사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제도였고, 매매시장과 월세시장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그 안전판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대체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지가 문제다.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는 통계는 임대차 방식의 변화만 뜻하지 않는다. 매달 소득에서 주거비가 빠져나가는 가구가 늘었다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 전세는 목돈 부담이 크지만, 월세는 매달 가처분소득을 직접 깎는다. 소득 증가 속도가 물가와 주거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구에는 월세화가 생활비 압박으로 이어진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 은퇴 이후 현금흐름이 제한된 고령층일수록 부담은 더 크다. 전세가 줄어든다고 월세가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전세에서 밀린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 월세 가격도 오른다. 임차인은 전세 품귀와 월세 부담을 동시에 겪는다. 보증금은 낮아지는 대신 매달 내야 할 돈이 늘고, 보증금이 높은 반전세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월세 선택지가 많아진 것처럼 보여도 세입자의 협상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최근 서울 전셋값 상승세는 이 대목을 보여준다.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남은 전세 가격이 오른다.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세를 원하는 수요에 비해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학군, 직장 접근성, 신축 선호, 대단지 선호가 겹치는 지역에서는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 품귀를 단순한 계절적 현상으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 불안을 키운다. 새 아파트 입주가 충분하면 전세 시장에는 숨통이 트인다. 새집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생기고, 기존 주택의 전세 물건도 연쇄적으로 나온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줄면 시장에 나오는 전세 공급이 막힌다. 기존 세입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집주인은 실거주나 월세 전환을 택한다. 신규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든다. 공급 부족과 전세 감소가 맞물리면 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진다. 전세대출 감소도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전세대출 잔액이 줄었다는 사실은 겉으로 보면 가계부채 부담 완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세 거래가 줄어 대출이 감소했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대출 장부는 가벼워졌지만 세입자의 월 주거비 부담은 커졌을 수 있다. 대출을 못 받아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이동한 가구도 통계 뒤에 숨어 있다. 부채가 줄었다고 주거비 부담까지 줄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세대출은 양면성을 갖는다. 과도한 전세대출은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가계부채를 키웠다. 그렇다고 대출을 급격히 조이면 실수요자도 함께 막힌다. 투기성 수요와 고가 전세에는 엄격해야 하지만,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까지 막아서는 곤란하다. 대출 규제는 시장 과열을 막는 수단이지 세입자의 이동 사다리를 끊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이 전세 감소를 가계부채 축소라는 숫자로만 읽는 순간, 세입자의 부담은 통계 밖으로 밀려난다. 집주인의 선택도 달라졌다. 금리와 세금, 보증금 반환 리스크, 전세사기 이후의 제도 변화가 임대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부담도 줄어든다. 임대인의 위험 회피가 임차인의 월 주거비 증가로 이전되는 셈이다. 이 변화를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전세 감소의 본질은 세입자의 선택권 축소다. 세입자가 자신의 소득과 자산, 직장과 가족 상황에 맞춰 전세와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 없어서 월세로 이동한다면 시장 성숙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격이 맞지 않아 외곽으로 밀리고, 직장과 학교에서 멀어지고, 매달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면 주거 안정과 거리가 멀다. 시장 정상화라는 말은 세입자의 체감 현실을 통과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매매가격만 보고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조이고, 거래가 줄면 규제를 푸는 방식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연결돼 있고, 월세시장은 가계소득과 맞닿아 있다. 정책이 이 연결고리를 놓치면 전세 불안은 주거비 부담을 거쳐 매수 불안으로 번진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 부담까지 커졌다고 느끼는 순간,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 연결고리가 더 강하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 교통망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수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전세 물건이 줄면 수요가 외곽이나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직장이 서울에 있고 아이 학교가 서울에 있으며 생활 기반이 서울에 있는 가구는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수요가 고정된 곳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해법은 전세를 억지로 되살리는 구호가 아니다. 월세화를 막겠다는 선언만으로도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세입자가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전세와 월세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신규 입주 물량을 늘리고, 도심 주택 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임대차 물건이 시장에 나오도록 세제와 금융 규제를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 월세 세액공제와 주거급여, 청년·신혼부부 지원도 실제 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전세제도의 위험을 줄이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보증금 반환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임대인의 상환능력과 권리관계를 더 투명하게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전세사기를 막는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제도의 위험을 줄이는 일과 전세 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일은 다르다. 위험한 전세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선량한 실수요자까지 월세시장으로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임대차 통계도 더 촘촘해야 한다.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는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증금 규모, 월세 수준, 갱신계약 비중, 신규계약 물량, 지역별 입주 예정 물량, 전세대출 제한의 영향까지 함께 봐야 한다. 같은 월세라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만원인 가구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인 가구의 부담은 다르다. 정책은 평균 수치가 아니라 시장 안쪽의 현실을 읽어야 한다. 전세가 줄어드는 시장을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제도는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 그러나 변화가 곧 안정은 아니다. 월세화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그만큼 월세 세입자를 보호할 장치가 따라와야 한다. 전세가 줄어드는 만큼 공공임대와 민간임대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됐다면 공급 정책은 더 빨라져야 한다.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말만으로 세입자의 부담을 설명할 수는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불안을 안정으로 오해할 때다. 전세 감소는 언젠가 올 수밖에 없는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전세 감소는 충분한 대체재와 함께 온 변화가 아니다. 전세 물건은 줄고, 월세 부담은 커지고, 서울 전셋값은 뛰고, 공급은 부족하다. 이런 시장을 두고 정상화라고만 말하면 정책의 초점은 흐려진다. 전세가 줄어든 시장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문제는 그 시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전세가 줄었다는 사실만 보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숫자 뒤에 있는 세입자의 부담과 공급 부족의 그림자를 봐야 한다. 전세 감소를 정상화로 부르기 전에, 그 변화가 누구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2026-06-15 07: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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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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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파업 땐 '도미노 충격'…최대 100조 손실 우려까지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 안팎에서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전면 셧다운은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일부 제한됐지만 생산 인력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수십조원대 피해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로이터는 약 4만8000명의 삼성전자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삼성전자 인력의 약 38%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우려는 반도체 생산라인 차질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장치산업이다. 공정이 멈추거나 인력 부족으로 관리가 지연되면 웨이퍼 폐기, 설비 재가동 지연, 후공정 일정 차질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방재시설, 배기·배수시설 등 안전보호시설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처분으로 최악의 셧다운은 막더라도 필수 유지 인력이 전체 인력의 일부에 그치는 만큼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 규모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리지만 우려 수위는 높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김 총리가 삼성전자가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한다고 언급하며 파업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 2%에서 0.5%포인트를 깎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또 삼성전자가 하루 최대 1조원 수준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정도 보도했다. 글로벌 공급망 영향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하나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D램과 낸드 공급뿐 아니라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주요 고객사 납기 일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디언은 파업이 진행될 경우 전 세계 D램 공급의 최대 4%, 낸드 공급의 3%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고객 신뢰 문제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에는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포함돼 있다. 반도체 공급 계약은 납기와 품질 신뢰가 핵심이어서 생산 차질 우려만으로도 고객사들이 물량 분산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공급 안정성은 고객사의 장기 조달 전략과 직결된다. 국내 협력사 생태계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 기업이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협력사의 납품 일정, 매출, 재고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공익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긴급조정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권 제한 논란이 큰 수단이다. 합법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강제 개입할 경우 노동계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 자율 타결을 우선 압박하면서 파업이 실제 경제 피해로 번질 경우 개입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방식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적자 부문까지 대규모 성과급을 동일하게 보상할 경우 성과주의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실제 피해 규모는 파업 참여율, 기간, 공정별 인력 대체 가능성, 비상 운영 체계, 정부 개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100조원 손실 전망은 생산 차질과 고객 이탈, 공급망 충격, 증시 영향 등을 모두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럼에도 산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 때문이다. 제조라인 일부만 흔들려도 웨이퍼 투입, 장비 관리, 후공정, 납품 일정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은 회사 내부의 임금 협상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시험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2026-05-20 21: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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