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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힘 있는 여당'이냐, 김진태 '현직 연속성'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의 정면 대결로 압축됐다. 우 후보는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4선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대통령이 보낸 사람’,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구호를 앞세워 중앙정부와 강원도를 직접 연결하겠다고 말한다. 김 후보는 현직 강원특별자치도지사다. 그는 ‘그래도 도지사는 김진태’, ‘의리와 뚝심’, ‘행정의 연속성’을 내세워 한 번 더 도정을 맡겨달라고 호소한다. 강원도는 권역이 넓은 만큼 이해관계도 다르다는 평이다. 강원 영서권의 변화 요구와 영동권의 보수 결집, 중도층의 실용 선택과 고령층의 안정 선호가 선거 막판까지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상호 ‘오차범위 밖’ 우세...김진태 격차 좁히며 ‘추격’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현재 판세는 우 후보가 앞서고 김 후보가 추격하는 흐름이다. KBS춘천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상호 후보는 41.0%, 김진태 후보는 33.8%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2%포인트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포인트를 감안해도 우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조사는 3개 통신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활용한 면접원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2.8%였다. 가중치는 2026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로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KBS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우 후보의 우세가 곧 승부의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KBS 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 2월 조사 때 12%포인트에서 이번 조사 7.2%포인트로 좁혀졌다. 부동층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현직 평가와 정권 지원론, 영동권 보수 결집, 토론회 검증이 맞물릴 경우 판세는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별 흐름도 복합적이다. KBS 조사를 보면 우 후보는 춘천·홍천·철원·화천·인제 등 영서 북부에서 김 후보를 16%포인트 앞섰고, 원주·태백·횡성·정선 등 영서 남부에서도 5.6%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반면 고성부터 강릉,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벨트에서는 김 후보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중도층에서는 우 후보 49.5%, 김 후보 24.4%로 우 후보의 우위가 컸다. 연령별로는 우 후보가 30~50대에서, 김 후보가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강원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3~4일 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 후보 우세 흐름은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김진태 후보는 37.3%, 우상호 후보는 51.2%로 집계됐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7.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였다. 우상호, 중앙정치 중량감 ‘감점’...낙하산 프레임 ‘위협’ 우상호 후보의 강점은 중앙정치의 중량감이다. 그는 4선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국회와 대통령실,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연결망은 강원도처럼 사회간접자본(SOC), 규제 완화, 재정 지원, 접경지역 대책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분명한 자산이다. “강원이 홀로 뛰는 시대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함께 뛰는 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는 여당 후보만이 낼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약점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우 후보는 강원 철원 출신이지만 정치 경력의 대부분은 서울 서대문을 기반으로 쌓았다. 우 후보가 중앙정치의 언어에 머물면 “강원을 잘 아느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역행정 경험도 김 후보보다 부족하다. 강원도정은 단순한 정치 조정이 아니라 산림·관광·농업·군사 규제·폐광지역·접경지역·동해안 산업·의료 공백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 행정이라는 게 지역 정가관계자의 목소리다. 우 후보의 기회는 강원 발전의 ‘외부 연결’이다. 그는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강원·서울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체결하고 지역소멸 대응과 균형발전 협력을 내세웠다. 공공형 휴양 관광 인프라, 체류형 워케이션, 상생형 주거모델, 도농 상생 먹거리 공급망, 강원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이 협력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강원의 약점인 인구 감소와 내수 부족을 수도권 수요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우 후보의 위협은 ‘낙하산’ 프레임과 과도한 정치화다. 김 후보 측은 우 후보를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묶어 공격하고 있다. 특검법 등 전국 정치 이슈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며, 강원 현안보다 여의도 정치에 갇힌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다. 선거 막판 쟁점이 강원 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중앙정치 공방으로 흐를 경우, 우 후보의 여당 프리미엄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김진태, 현직 프리미엄 ‘강점’...공약 신뢰성 논쟁 ‘부담’ 김진태 후보의 강점은 현직 프리미엄이다. 그는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2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첫 도지사를 맡았다. 김 후보의 약점은 현직 책임론이다. 현직은 성과를 말할 수 있지만 미완의 과제도 모두 떠안아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실제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인구 증가, 생활 인프라 개선이 도민 삶에서 얼마나 체감됐는지가 검증대에 오른다. 여기에 국민의힘 정당 지형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김 후보는 개인 경쟁력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 후보의 기회는 직접 복지 공약이다. 그는 ‘강원형 4대 도민연금’을 발표하며 디딤돌·바람·햇빛·살림연금으로 구성된 생애주기형 소득 지원 구상을 내놨다. 김 후보 측은 4개 사업에 모두 참여할 경우 월 최대 90만원 수령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 수익을 도민과 공유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선심성 예산을 줄인 성과를 도민께 환원하겠다”는 논리다. 이 공약은 고령층과 농산어촌, 에너지 개발 지역 주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카드다. 반면 위협은 공약 신뢰성 논쟁이다. 우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공약을 문제 삼으며 “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 실제 우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한국은행 본점 강원 유치 공약 등을 거론하며 공약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고, 김 후보는 우 후보를 향해 중앙정치 이슈에 답하라고 맞섰다. 김 후보가 4대 도민연금의 재원과 대상, 지급 방식, 지속 가능성을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생활 공약은 역으로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우상호, ‘강원판 수도권 연결 전략’...김진태, '현직의 실적표' 대격돌 남은 선거기간 우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강원판 수도권 연결 전략’이다. 강원도민은 추상적 균형발전보다 당장 이동시간과 일자리, 의료, 교육, 관광 수요를 묻는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우 후보는 춘천~원주 철도, 수도권 접근성, 워케이션, 청정에너지 수익 환원, 접경지역 규제 완화, 폐광지역 재도약을 하나의 성장 지도 위에 올려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서울의 힘을 끌어와 강원에 돈과 사람을 흐르게 하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해야 한다. 동시에 서울 정치인 이미지를 낮추기 위해 권역별 100일 실행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필승 히든카드는 ‘현직의 숫자’다. 김 후보가 이기려면 구호보다 실적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김 후보는 임기 중 기업 유치, 관광객 증가, SOC 반영, 국비 확보, 특별자치도 권한 확대, 규제 개선 성과를 숫자로 압축해 보여줘야 한다. 4대 도민연금도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재원으로 받는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히 영동권과 접경지역, 고령층을 결집시키면서도 중도층에게는 도정을 실험대에 올릴 수 없다는 안정론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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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풍력 100조 대전환' vs '30년 재정통의 경제 회복'…미래와 현실 격돌
[경제일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단순한 변방의 섬이 아니다. 인구 70만명의 소규모 광역자치단체이지만, 제주의 선거판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굵직한 난제들이 얽혀 있는 거대한 용광로다.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개발과 보전의 딜레마,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에너지 전환과 청년 일자리 문제까지, 제주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미래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는 최전선이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와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의 명운을 건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위 후보는 치열했던 당내 경선 결선 투표에서 문대림 의원을 꺾고 최종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을 단수 공천하며 대항마로 내세웠다. 정치적 중량감과 거대 담론을 앞세운 '정치인'과, 실물 경제와 예산 구조에 밝은 '행정·재정가'의 대결. 이들의 상반된 이력만큼이나 제주를 향한 비전과 해법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위성곤, 여당 프리미엄과 'AI·해상풍력' 거대 플랜 '승부수' 위 후보의 가장 큰 무기는 탄탄한 지역 기반과 '여당 후보'로서의 정책 실행력이다. 서귀포시를 지역구로 20·21·22대 내리 3선을 지낸 그는 제주 민심의 기저를 누구보다 잘 읽어내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앞서 위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기자회견에서 오영훈 현 지사, 문대림 의원과 손을 맞잡고 "하나 된 힘으로 본선 승리를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파열음을 조기에 불식시키고 여권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포석으로 읽힌다. 위 후보가 그리는 제주의 미래는 이른바 '에너지·AI 대전환'이다. 국가 AI 데이터센터 유치, 10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을 통한 전력 공급 구상이 핵심이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전력과 도민 소득(바람연금)으로 환원하고,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물류등가제'와 스마트 물류거점 조성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약의 스케일이 큰 만큼 맹점도 뚜렷하다. 막대한 재원 조달과 환경 파괴 논란, 주민 수용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문 후보 측이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사업의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히라"고 정조준한 것도 위 후보의 거대 담론이 자칫 '선거용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는 날 선 비판이다. ◆30년 '예산통' 문성유, 실용주의와 관광 구조 개편 이에 맞서는 문 후보는 철저히 '실물 경제'와 '민생'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거치며 국가 경제의 밑그림을 그려온 30년 관료의 경험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앞서 제주MBC와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는 "국가 경제정책과 예산을 다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제주 경제를 반드시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 대신 실질적인 도민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의 핵심 타깃은 위기에 처한 '제주 관광'이다. 양적 팽창에 매몰되어 도민의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모순을 깨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축제·행사 음식의 '가격 및 중량 사전등록제', '24시간 관광 불편 환불센터' 운영 등을 공약하며 이른바 '바가지·지루함·수익 유출 없는 3무(無) 관광'을 주창했다. 관광객 수라는 허수 대신 도민의 지갑을 채우고 지역 상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실용적 접근이다. 하지만 문 후보 앞에도 험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 낮은 초기 인지도와 불리한 정당 지형이다. 제주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민주당의 아성을 단기간에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보수층의 결집을 넘어 중도층을 견인할 '한 방'이 절실하다. ◆여론조사 공정성 논란, 그리고 침묵하는 39% 현재 겉으로 드러난 여론의 지표는 위성곤 후보의 압도적 우세를 가리킨다. KBS제주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제주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13~14일, 제주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휴대전화 안심번호 추출, 면접원 전화면접 방식, 지역·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 응답률 2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위 후보는 4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6%에 그친 문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 수치를 본선 경쟁력으로 직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36%)거나 '모름·무응답'(3%)으로 답한 태도 유보층, 이른바 부동층이 무려 39%에 달한다. 유권자 10명 중 4명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조사 방식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변수로 작용했다. 여론조사 발표 당시 문 후보 측은 해당 여론조사의 가상대결 문항에서 자신을 국민의힘 소속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KBS제주 측은 선거법상 선관위에 등록된 경력을 사용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향후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정당 간 대립 전선이 명확해지면, 숨죽이고 있는 39%의 민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이번 선거의 최종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의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제주 사회의 가장 큰 뇌관인 '제2공항' 문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민투표 실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차기 도지사의 갈등 조정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또한 '관광 경제의 질적 전환' 문제도 주요 변수다. 지난해 제주 방문 관광객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내국인은 줄고 외국인이 급증하는 기형적 구조를 보였다. 양적 지표와 도민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를 메울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섬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한 물류비와 생활비 부담 문제도 승패를 가를 승부처 중 하나다. 정치권 관계자는 "진영 논리에 갇힌 맹목적 투표가 아니라 상식과 원칙에 입각해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를 찾고 있다"며 "제2공항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팍팍한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2026-05-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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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정책의 딜레마: 공급 확대의 역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늘 공급 확대를 말한다. 집값을 잡으려면 결국 더 지어야 한다는 말도 되풀이한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주택정책은 출발점에서부터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집을 짓겠다고 하면서, 집을 짓기 위한 첫 관문인 이주 단계의 자금줄부터 죄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26년 1월 27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 43곳 가운데 39곳, 곧 91%가 대출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숫자가 이미 현실을 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한 ‘대출 금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비에도 1주택자 LTV 40%, 다주택자 LTV 0%,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 1주택자는 부족하고, 다주택자는 막히고, 사업지는 멈춘다. 정책은 서류상으로만 일관되고, 현장에서는 병목으로 나타난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언어와 공급의 마지막 문턱을 잠가 버린 금융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에서 이주비는 부수적 비용이 아니다. 철거와 착공으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사업비다. 주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철거도 없고, 철거가 없으면 착공도 없으며, 착공이 없으면 입주도 없다. 그런데도 정책은 이 돈을 일반 가계대출의 틀 안에 넣어 다룬다. 논어의 “명불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주비를 가계대출이라 부르는 순간, 정책의 이름표부터 잘못 붙는다. 이름이 잘못되니 처방도 어긋난다. 서울시가 아예 “이주비는 가계대출 아닌 필수 사업비용”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별도 기준 적용을 건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행정의 움직임이다. 서울시는 2월 26일 이미 주택진흥기금 500억 원을 편성해 이주비 융자지원을 하겠다고 밝혔고, 4월 13일에는 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구역에 대해 이주비 대출이 막힌 세대에 최대 3억 원까지 융자하는 공공참여 방안도 내놨다. 이어 4월 16일에는 서울시가 조합의 초기 자금난(설계비·운영비)을 막고자 별도의 저리 융자(180억 원) 공고까지 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현재 금융 규제의 역설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주비만이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PF의 허약한 체질을 손보겠다며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2024년에는 자기자본비율을 20~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제시했고, 2025년 말에는 PF대출 시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20%’를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대출 취급 여부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취지는 옳다. 자기 돈은 적게 넣고 남의 돈으로만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개발은 줄여야 한다. PF 부실의 대가를 국민경제가 되풀이해 치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은 늘 연결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주비까지 가계대출처럼 묶어 버리면, 현장에서는 ‘건전성 강화’가 아니라 ‘착공 전 질식’으로 체감된다. 자본 여력이 큰 사업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 사업성이 약한 지역, 주민 갈등이 큰 구역은 먼저 주저앉는다.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곳만 더 빨라지고, 필요한 곳일수록 더 늦어진다. 시장 원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급의 양극화를 키우는 셈이다. 최근 강화된 안전·품질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조달청은 2025년 9월 건설안전 평가를 가점제에서 배점제로 바꾸고, 중대재해 업체에 대한 감점을 신설했으며, 정기안전점검 대상을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배근까지 확대했다. 레미콘 품질시험 횟수도 늘리고, 층별 콘크리트 강도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품질 점검을 강화했다. 국토교통부도 2026년 2월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를 손질해 화재 안전을 더 강화했다. 이런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안전과 품질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문명국가라면 결코 후퇴할 수 없는 기준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정교해야 한다. 안전과 품질 기준을 높이면 공사기간과 비용도 함께 움직인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건설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안전·품질 관련 규제 강화와 공사비 상승을 함께 짚었다. 다시 말해 안전 규제를 강화할수록, 그만큼 자금과 일정 관리의 정합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안전은 더 엄격하게, 금융은 더 정밀하게 가야지, 안전은 조이고 돈줄도 함께 막아 놓고 공급을 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본말전도다. 가계부채 관리는 중요하다. PF의 방만함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안전과 품질을 강화하는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격의 문제를 같은 칼로 자르면 정책은 편해 보여도 현실은 망가진다. 실수요자의 생계대출과 투기성 차입, 정비사업의 이주비와 PF의 자기자본은 성격이 모두 다르다. 다르면 다르게 다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그것이 기본이다. 공급을 원한다면 이주비부터 일반 가계대출과 분리해 보아야 한다. 위험을 줄이려면 시행사의 자본 규율은 강화하되, 착공 직전 필수비용은 공급정책의 관점에서 따로 설계해야 한다. 공급은 발표문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사람이 움직이고, 현장이 움직이고, 자금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늘어난다. 정말 공급을 원한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이 짓겠다는 말보다 먼저, 왜 아직 첫걸음조차 못 떼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책이 시장을 이기려면 구호보다 순서가 맞아야 한다. 지금 한국 주택정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더 정확한 분류와 더 정직한 연결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2026-04-20 0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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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영號 기업은행, '30-300 프로젝트' 시동…'코스닥' 살리고 'RWA' 줄이고
[이코노믹데일리]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국내 금융사 중 최대 규모인 2030년까지 총 300조원을 공급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자금 공급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이번 프로젝트는 AI(인공지능)·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과 혁신기업을 핵심 지원 대상으로 삼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0-300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번 계획은 2030년까지 총 300조원 규모의 자금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벤처투자와 인프라 분야까지 아우르는 입체적 자금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대출 확대를 넘어 투자와 융자를 결합한 복합 금융 구조를 통해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하고 전통적인 뱅킹 업무를 넘어 자본시장 투자로 영역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IBK 국민성장펀드 추진단'도 구성했다. 추진단에는 △IBK기업은행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등 그룹 계열사가 참여해 역량을 한데 모은다. 추진단장에는 은행·증권·자산운용을 모두 거친 김병훈 IBK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이 선임됐다. 아울러 현재 기업은행은 '에너지고속도로 펀드' 설립을 추진 중으로, 이를 통해 3~5월 전남 지역 BESS사업, 부산 데이터센터 사업 등 다수의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남 신안군 풍력발전 투자와 양주 연료전지 금융주선 등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IBK상생도약펀드를 준비하고,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5극 3특' 기조에 맞춘 지역 펀드인 경북포스코성장벤처펀드에 대한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IBK그룹 차원의 '코스닥 밸류업·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모험자본 생태계 복원에도 적극 나선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스닥 시장 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통합 리서치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IBK투자증권에 리서치 센터를 신설해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상장과 성장,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브릿지 프로그램은 기업의 성장 단계별 금융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의 중소기업 데이터와 네트워크에 증권·벤처투자·자산운용을 아우르는 그룹 밸류체인을 결합해 추진된다. 이를 통해 '발굴-상장-성장-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향후 3년간 총 5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를 조성해 저평가된 강소기업의 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기능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장 행장은 생산적 금융 확대와 함께 자본 건전성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과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상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크고,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 감독당국 권고 수준에 비해 자본비율이 낮은 점은 향후 적극적인 자금 공급 정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관리시스템 고도화에 착수했다. 자본규제 변화와 위험가중치 조정 사항을 시스템에 정교하게 반영하고, RWA 산출 프로세스를 고도화해 과도하게 반영된 위험 요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신 심사 체계 혁신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기존 담보·재무 중심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 미래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장 행장은 이를 위해 그간 축적된 기업 금융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방식으로 심사 정밀도를 높이고, 부실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 방침이다. AI 기반 초개인화 금융 역시 중요한 축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특성에 맞춘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장 행장의 구상은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면서도 리스크 관리 고도화와 자본 효율성 개선을 병행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금 공급 계획이 실질적인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와, 자본 건전성 관리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경영 성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AI 기반 여신 심사 체계 혁신을 통해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고,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바탕으로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여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2026-02-24 16: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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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대출 영업 중견기업까지 확대…주식보유 한도 2배로
[이코노믹데일리] 앞으로 저축은행의 대출영업 범위가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된다. 또 비상장주식 보유 한도가 완화되고, 예대율 산정체계 개편을 통해 비수도권 여신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건전 발전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정책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공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은 단기 수익에 몰두하던 영업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거점지역 단위에서 전국단위까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과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79개사를 자산규모에 따라 대형사(자산 5조원 이상·5개사), 중형사(자산 1조∼5조원·26개사), 소형사(자산 1조원 미만·48개사) 등 3단계 티어(Tier)로 분류했다.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주된 기업대출 대상이 기존 중소기업에서 자산 5000억원 이상 중견기업까지 확대된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상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 대상 여신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의무가 있지만, 앞으로는 이 여신비율에 중견기업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저축은행 예대율(원화대출금/원화예수금) 산정 시 수도권 영업구역 대출은 가중치(100%→105%)를 높이고, 비수도권 영업구역 대출은 가중치(100%→95%)를 낮춰 비수도권 여신을 우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유가증권 보유 한도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주식 보유한도는 자기자본의 50%에서 100%로 늘어나고, 비상장주식·회사채(자기자본 10%→20%)와 집합투자증권(자기자본 20%→40%)도 모두 2배로 상향한다. 독자 발급을 위한 인적·물적 비용, 결제 안정성 확보 능력, 체크카드 실적 등을 고려해 대형사(자산 5조원 이상)의 경우 독자적 체크카드(직불)나 모바일 쿠폰(선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를 공동으로 하는 경우에만 직·선불 전자지급수단을 취급이 가능하다. 또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저축은행의 온라인투자업자와 연계투자를 허용하고, 사잇돌대출에서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별도 분리하는 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중·대형 저축은행의 법인·개인 사업자 차주별 금액한도를 일부 상향하고, 현재는 어린이·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시간대에 저축은행 방송광고를 금지하는 규제의 경우 적합성 심의를 강화하는 대신 저축은행의 인식 제고와 소비자 선택권 등을 감안해 방송 광고를 허용한다. 저축은행 건전성·지배구조 규제도 개편한다. 대형 저축은행에는 은행 수준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방식을 선별적·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이 이미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바젤I 수준으로 자본비율을 단순 산출하고 있어 고위험 자산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대형 저축은행이 지방은행 수준으로 동일인 주식보유 한도를 설정하도록 자산규모별 차등적 소유 규제체계와, 기업여신의 신용위험을 실질적으로 평가할 미래 채무상환능력(FLC)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도 도입한다.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건전성이 양호하다면 외부감사 수검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저축은행중앙회의 부실채권(NPL) 관리 전문 회사(SB NPL 대부)를 자산관리회사로 전환해 부실자산 정리·지원 역량을 높이고,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중간만기 3개월 이내 회전식 정기예금의 30%를 유동성부채에 포함하는 등 유동성 비율 산정 방식을 개선한다. 한편 이번 방안에선 그간 업계가 요구해 왔던 영업구역 제한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제도상 저축은행은 각 사별 영업구역 중 소속 구역에서 수도권은 50% 이상, 지방은 40% 이상의 대출을 의무 취급해야 하는데, 이는 수도권·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의 격차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영업구역 제한은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저축은행 정체성과 관련한 사항"이라며 "폐지는 불가능하며 완화 역시 어렵다"고 답했다.
2026-02-23 15: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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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은행들 이자장사 벗어나야"…소비자보호·지배구조 혁신 주문
[이코노믹데일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장사에 머무르지 말고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소비자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혁신을 주문했다. 12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찬진 원장을 비롯해 곽범준 은행부문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주요 시중·지방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은행권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 논란을 언급하며, 은행권의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상품 설계·심사·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재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익을 보거든 그보다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은행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이에 걸맞은 소비자보호 중심 KPI 체계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 따라 감독 체계를 리스크 기반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로 전면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기 검사 시 '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 체계도 개편해 상품 판매 전 과정을 사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포용적 금융 환경 조성도 강조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재검토하고,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생계비 계좌',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장기분할 프로그램' 등 채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를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선(先)정산 대출 등 '연계 공급망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현황을 종합 평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 체계'를 도입해 포용금융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경영 문화로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을 우려하며,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은 청년·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의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한편, 글로벌 기준(바젤Ⅲ) 범위 내에서 주식·펀드 익스포저 등에 대한 위험가중치 적용을 합리화해 은행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혁신도 주요 화두였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가 운영 중이며,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최고 경영자)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가 없다"며 은행권이 필요한 사항은 즉시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선제적으로 고쳐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생산적 자금 공급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장들 역시 소비자 중심의 상품 판매 체계 구축과 독립성 있는 이사회, 책임 있는 성과보수 체계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채무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개인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등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제기된 건의사항을 향후 감독·검사 업무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6-02-12 1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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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지역신보와 협력…소상공인에 2조원 금융지원 外
농협은행, 지역신보와 협력…소상공인에 2조원 금융지원 [이코노믹데일리] NH농협은행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안정과 성장을 돕기 위해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약 2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신속히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농협은행은 올해 초 부산·충북·대전·울산 등 4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2월 중 12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추가 협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담보력이 부족한 개인사업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2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은 지자체 협약대출과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 등을 중심으로 공급되며, 전국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자금조달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은 지자체 및 지역신용보증재단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인사업자 자금이 현장에 빠르게 전달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농협은행은 적극적인 포용금융 실천으로 소상공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지역상권에 활력을 더하고,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생산적금융 실행력 강화 본격화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한마음홀에서 그룹의 내부 역량 강화와 생산적 금융 실행력 제고를 위한 '2026년 제1회 Hana One-IB 마켓 포럼'을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포럼은 지난 1월 '생산적금융협의회' 개최에 이은 후속 조치로, 그룹 차원의 생산적금융 실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산업구조의 변화와 전망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지주 및 각 관계사의 생산적 금융 담당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하나금융연구소와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을 바탕으로 생산적금융을 대표하는 국가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먼저 하나금융연구소는 에너지·방위산업·화학 등 3개 분야에 대해 산업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AI 산업 급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및 에너지 믹스 정책 대응 △유지·보수·정비(MRO) 서비스로 확장 중인 방위산업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화학 업종의 생존 전략 등을 집중 조언했다. 이어서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증권을 중심으로 그룹 IB 실행체계를 개편한 One-IB 취지 및 추진 전략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AI 인프라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전망 및 공급 계획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주요 업체별 대응 전략을 분석하여 그룹의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점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과 증권에 신속하고 체계적인 생산적금융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인 '생산적금융지원팀'을 각각 마련했으며, 은행은 기업여신심사부내 첨단전략산업 신규 심사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그룹은 생산적금융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과 전문적인 대출 심사 체계를 갖추게 되었으며 '핵심성장산업대출', '산업단지성장드림대출' 등 생산적 금융 전용 특판 상품을 통해 지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그룹의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은 생산적 금융의 실질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KPI 항목을 개편하고 '가점' 항목을 신설키로 했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연구소가 선정한 'Core 첨단산업' 업종에 대해 기업대출 신규 공급 시 실적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영업 현장의 생산적금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업금융전문역(RM) 대상으로 산업 구조 변화와 전망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등 생산적금융 기업대출 공급확대에 전행적인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그룹은 이번 전담조직 신설 및 KPI 개편 등을 통해 본부와 영업 현장이 'One Team'으로 생산적금융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공급된 자금은 고용과 투자를 확대해 국민 소득 증대와 금융 안정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은 그룹의 핵심 과제인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각 관계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신속한 실행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17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84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유망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실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이 기업의 성장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 포럼을 정례화해 내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속하고 체계적인 생산적금융 지원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銀, 삼성월렛머니 통장 첫 결제 시 1만 포인트 즉시 제공 우리은행이 삼성월렛머니·포인트 고객에게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지난 10월 출시된 삼성월렛머니·포인트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별도의 카드를 등록하지 않아도 은행 계좌를 연결하거나 가상계좌에 충전하는 방식만으로 삼성월렛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어,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미성년자와 국내 거주 외국인도 은행 방문이나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어 금융 약자를 위한 포용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는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을 신규 개설하고 주사용계좌로 등록한 고객이 첫 결제를 완료하면 1만 삼성월렛 포인트가 즉시 적립된다. 또한 우리은행은 고객의 일상적인 결제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을 '월렛데이'로 지정했다.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을 주사용계좌로 등록한 고객이 토요일에 결제하면 △온라인 11% △오프라인 10%의 포인트가 적립되고, 다른 요일에 결제하더라도 △온라인 6% △오프라인 5%를 적립 받을 수 있다. 선착순 20만명까지 가입 가능한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은 삼성월렛 전용 입출금 상품으로, 200만원 한도 내에서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고객 편의를 위해 가입 채널을 기존 삼성월렛 외에 우리은행 영업점과 우리WON뱅킹으로 확대했다.
2026-02-04 11: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