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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발 '복합 위기', 기본으로 돌아가 체질 개선의 기회 삼아야
중동의 화염이 다시 세계 경제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확전 우려가 번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국내 증시는 급락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의 고점을 위협한다. 기름값은 오르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뛰며, 기업의 채산성은 얇아진다. 성장률 전망치는 내려가고, 물가 상승은 가계의 장바구니를 더욱 무겁게 한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오는데 돛은 찢어질 듯하다. 비관론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무역수지와 물가에 파급된다. 환율 급등은 외화 조달 비용을 키우고, 해외 차입이 많은 기업에는 이자 부담을 얹는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 기업의 마진을 잠식한다.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그러나 역사는 위기 속에서도 다른 얼굴을 보여 왔다. 1970년대 오일 쇼크는 한국 산업 구조를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는 혹독했지만 기업 지배구조와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위기는 고통을 남기되, 체질을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도 긍정의 싹은 있다. 첫째, 에너지 가격 급등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에너지 효율 산업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인다. 둘째,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입 물가를 자극하지만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을 부여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이 환율 효과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충격을 완충할 여지는 있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안정성과 제도적 신뢰를 갖춘 한국은 그 수혜 대상이 될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이를 기회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자는 “군자는 위태로울 때에 그 근본을 돌아본다”고 했다. 위기일수록 원칙과 상식을 붙들어야 한다. 첫째, 물가 관리의 기본은 통화·재정의 절제다. 선심성 지출로 단기 체온만 올리려 하면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키울 뿐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정밀한 지원은 하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둘째,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전략의 최상단에 두어야 한다. 전략 비축유 확충과 수입선 다변화, 장기 계약 확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수소, 원전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기술 투자와 규제 합리화를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 효율 혁신은 가장 값싼 ‘새로운 유전’이다. 셋째, 기업의 원가 부담을 덜어 줄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관세와 물류 비용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 내야 한다. 외환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투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신뢰는 개입의 빈도가 아니라 일관성에서 나온다. 넷째, 가계의 부담을 줄이는 길은 일자리와 생산성 향상이다. 임시방편의 가격 통제는 부작용이 더 크다.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근본 처방이다. 교육과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맹자는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몸을 괴롭게 한다”고 했다. 위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수입 에너지에 기대어 안온함을 누릴 것인가, 아니면 체질을 바꿀 것인가. 금융 시장의 파고는 높지만, 방향을 잃지 않는 한 배는 나아갈 수 있다. 비관은 현실 인식이지만, 체념은 선택이다. 시장은 공포에 과잉 반응하고, 정치는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재정의 절제, 통화의 신중함, 에너지 전략의 장기성, 기업 환경의 개선. 이것이 상식이고, 원칙이다. 중동의 화염은 당장 꺼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위기는 늘 지나간다. 남는 것은 그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는가다. 오늘의 충격을 내일의 도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 또한 역사의 한 고비가 될 것이다.
2026-03-05 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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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쟁이 단상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왕의 남자' 장생의 눈물, SK하이닉스 40년 여정의 진심
영화 <왕의 남자>의 마지막, 두 눈을 잃은 장생이 허공 위 외줄에 서서 묻는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이 투박한 대사는 단순한 확인이 아니다. 관객의 심장 가장 깊은 곳을 후벼파는 정직한 소통이자, 평생을 줄 위에서 버텨온 광대가 바치는 생의 진정성이다. 광대에게 줄타기란 화려한 잔재주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기어코 울려야만 완성되는 ‘진심의 한 판’이었던 셈이다. 지금 우리 광고쟁이들은 어떤가. 클릭 몇 번에 완벽한 카피가 쏟아지고, 실사보다 더 정교한 가상 세계를 조립해내는 ‘기술의 궁궐’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광고가 화려해질수록 대중은 차가운 픽셀 너머의 온기를 갈구한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뱉어낸 ‘정답’에는, 줄 위에서 땀 흘리는 광대의 거친 숨결까지 담아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기록할 수 없는 ‘시간’의 무게 이런 갈증 속에서 마주한 SK하이닉스의 <위대한 여정> 캠페인은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광고는 세계 1위라는 압도적인 스펙을 뽐내며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1983년 창립 이후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버텨온 ‘사람 냄새’ 나는 기록들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화면을 채우는 건 빛바랜 사진 속 신입사원의 앳된 미소, 밤샘 연구 끝에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 그리고 거듭된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는 연구원의 굽은 뒷모습이다. 이건 생성형 AI가 수조 개의 데이터를 조합해도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로 ‘실제로 겪어낸 시간의 무게’ 말이다. 장생이 외줄 위에서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며 쌓아 올린 공력이 관객을 울리듯, SK하이닉스는 기술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집념과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펼쳐 놓으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든다. 기술은 ‘부채’일 뿐, 판을 흔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결국 기술은 광대의 손에 들린 ‘부채’에 불과하다. 부채가 황금으로 치장되었다고 해서 판이 절로 흥하는 법은 없다. 그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관객의 꽉 막힌 속을 뚫어주고, 연기자와 관객이 하나로 엉키는 소통의 장을 열 때 비로소 그 도구는 제 가치를 증명한다. AI 시대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초개인화 타겟팅과 화려한 비주얼은 훌륭한 무기일 뿐,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광고는 영혼 없는 소음으로 전락한다. 소비자는 이제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왔느냐’를 묻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40년의 역사를 ‘사람’이라는 키워드로 갈무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시, 본질의 시대로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가면 그뿐”이라던 장생의 대사처럼, 광고 역시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의 한 판 놀이다. AI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얻은 지금, 우리 광고쟁이들이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줄 위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던 광대의 마음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의 진심’이라는 아주 오래된 철학이다. SK하이닉스의 <위대한 여정>은 차가운 반도체 칩 안에도 뜨거운 심장이 뛰고 있음을 증명하며, AI 시대의 광고가 가야 할 진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2026-03-05 1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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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발행 효과에 외환보유액 증가…석 달 만에 반등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과 운용수익 영향으로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외환시장 변동성 관리와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은 외평채 발행 규모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76억2000만 달러로 전월 말(4259억1000만 달러)보다 17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26억 달러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21억5000만 달러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2월 들어 외화 외평채 신규 발행과 운용수익이 반영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 조치와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요인이 있었지만, 외평채 발행 효과와 운용 수익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외환보유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달러화 표시 외평채를 총 30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3년물 10억 달러와 5년물 20억 달러로 구성됐으며 단일 발행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외환시장 안정화 대응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외환보유액 증가폭은 발행 규모보다는 작은 수준에 머물렀다. 자산 구성별로 보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증권은 3799억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24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전체 외환보유액의 88.9%를 차지하는 규모다. 유가증권에는 국채와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MBS) 등이 포함된다.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은 46억1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2억2000만 달러 늘었다. 반면 예치금은 224억9000만 달러로 8억3000만 달러 감소했고, IMF 특별인출권(SDR)도 157억7000만 달러로 1억1000만 달러 줄었다. 금 보유액은 시세 변동이 아닌 매입 당시 가격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를 유지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국제 비교 기준으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0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3991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3948억 달러), 스위스(1조1095억 달러), 러시아(8336억 달러), 인도(7115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독일,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홍콩도 한국보다 많은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이 단기적으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외환시장 변동성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향후 흐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와 환율 움직임이 외환보유액 변동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6-03-05 08: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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